자치구 "일방적 추진" 반발
8만호 공급계획 차질 불가피
서울시가 올해 공공임대주택 2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지역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자치구마다 반발이다. 박원순 시장이 내년까지 약속한 8만호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오후 서울 도봉구가 이례적인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동진 구청장이 직접 나서 경원선 창동역 동측과 서측에 예정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570세대 건립계획과 추진 과정을 낱낱이 보고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주민 350여명은 90분 가량 진행된 설명회 내내 자리를 지켜 높은 관심을 짐작케 했다.
도봉구에서 구 사업도 아닌 서울시 사업 진행과정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나선 이유는 장기전세주택 입지가 지역발전계획과 어긋난다는 점 때문. 창동역 동쪽은 지역 내에서 찾기 드문 일반상업지역인데다 시 계획대로라면 10여층 높이 아파트단지를 지상 37층 건물이 가로막는 꼴이 된다. 창동역 서쪽은 일반주거지역이긴 하지만 주변 정비계획과 무관하게 18층짜리 건물이 저층 주택단지 한가운데 들어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나 중앙정부 계획과도 상충된다는 게 도봉구 입장이다. 올해 말 확정 예정인 '2030서울플랜'에 따르면 창동역 일대는 부도심 광역중심지로 집중 육성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제3노선과 KTX 의정부 연장(안)에 포함된 정류장이 장기전세 부지와 인접해있어 교통혼잡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도봉구는 당초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철회요구까지 했지만 시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도봉구나 지역주민과 사전에 적절한 협의절차가 없이 그대로 추진할 경우 주민들이 크게 저항할 것"이라며 "장기전세주택 건립을 유보하고 동북4구 발전방안 수립을 위한 용역에 포함된 문화예술지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동북지역 4개 구가 공동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꾸린 동북4구발전협의회는 10여년간 개발계획이 번복, 방치된 창동역 환승주차장 부지에 대형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대중음악지원센터 판매·상업시설 등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도봉구처럼 공식 주민설명회를 열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자치구 역시 반대의견은 명확하다. 송파구의 경우 현재 학교부지인 거여동 공영주차장에 언젠가 공립유치원이 들어설 계획인데다 인근 단독주택단지를 위한 주차공간이 당장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구 관계자는 "당초에는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현재 일부 공간을 사용 중인 마을기업을 위한 매장을 약속했는데 최근 시가 사업계획을 바꿨다"며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면서 주민 이익을 간과하고 있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7호선 수락산역 환승주차장이 얼마 안되는 상업지역 중 한곳인데다 이미 지역 내 임대주택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중계동과 하계동에 LH가, 상계동에 SH공사가 이미 임대주택 1000가구를 추진 중"이라며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양천구 신정동 주민들은 지난 3월 현장시장실 운영차 방문한 박원순 시장에 반대의견을 전했고 영등포구와 강서구 역시 사업이 보다 구체화되면 주민들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자치구들이 잇달아 반기를 들면서 박원순 시장 주요 공약사업인 '임대주택 8만호'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시 관계자는 "일정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공동체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세대 수를 줄이는 등 주민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시장 공약사업을 위해 너무 성급하게 추진, 주민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서울시가 너무 쉬운 길을 가려고 한 것 같다"며 "빈 땅이 있고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해서 무작정 짓는다는 건 도시계획 관점에서도 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용호 전국아파트연합회 부회장은 "임대주택 부지가 반드시 그 땅이어야 하는지 세밀히 따져야 한다"며 "용역을 통해 다수 주민을 위한 방향성을 우선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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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호 공급계획 차질 불가피
서울시가 올해 공공임대주택 2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지역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자치구마다 반발이다. 박원순 시장이 내년까지 약속한 8만호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17일 오후 서울 도봉구가 이례적인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이동진 구청장이 직접 나서 경원선 창동역 동측과 서측에 예정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570세대 건립계획과 추진 과정을 낱낱이 보고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주민 350여명은 90분 가량 진행된 설명회 내내 자리를 지켜 높은 관심을 짐작케 했다.
도봉구에서 구 사업도 아닌 서울시 사업 진행과정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나선 이유는 장기전세주택 입지가 지역발전계획과 어긋난다는 점 때문. 창동역 동쪽은 지역 내에서 찾기 드문 일반상업지역인데다 시 계획대로라면 10여층 높이 아파트단지를 지상 37층 건물이 가로막는 꼴이 된다. 창동역 서쪽은 일반주거지역이긴 하지만 주변 정비계획과 무관하게 18층짜리 건물이 저층 주택단지 한가운데 들어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나 중앙정부 계획과도 상충된다는 게 도봉구 입장이다. 올해 말 확정 예정인 '2030서울플랜'에 따르면 창동역 일대는 부도심 광역중심지로 집중 육성되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제3노선과 KTX 의정부 연장(안)에 포함된 정류장이 장기전세 부지와 인접해있어 교통혼잡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도봉구는 당초 계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철회요구까지 했지만 시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동진 구청장은 "도봉구나 지역주민과 사전에 적절한 협의절차가 없이 그대로 추진할 경우 주민들이 크게 저항할 것"이라며 "장기전세주택 건립을 유보하고 동북4구 발전방안 수립을 위한 용역에 포함된 문화예술지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동북지역 4개 구가 공동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꾸린 동북4구발전협의회는 10여년간 개발계획이 번복, 방치된 창동역 환승주차장 부지에 대형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대중음악지원센터 판매·상업시설 등 건립을 요구하고 있다.
도봉구처럼 공식 주민설명회를 열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자치구 역시 반대의견은 명확하다. 송파구의 경우 현재 학교부지인 거여동 공영주차장에 언젠가 공립유치원이 들어설 계획인데다 인근 단독주택단지를 위한 주차공간이 당장 없어지게 된다는 점을 우려한다. 구 관계자는 "당초에는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현재 일부 공간을 사용 중인 마을기업을 위한 매장을 약속했는데 최근 시가 사업계획을 바꿨다"며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면서 주민 이익을 간과하고 있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7호선 수락산역 환승주차장이 얼마 안되는 상업지역 중 한곳인데다 이미 지역 내 임대주택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중계동과 하계동에 LH가, 상계동에 SH공사가 이미 임대주택 1000가구를 추진 중"이라며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밝혔다.
양천구 신정동 주민들은 지난 3월 현장시장실 운영차 방문한 박원순 시장에 반대의견을 전했고 영등포구와 강서구 역시 사업이 보다 구체화되면 주민들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자치구들이 잇달아 반기를 들면서 박원순 시장 주요 공약사업인 '임대주택 8만호'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시 관계자는 "일정이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며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공동체 공간을 확보하는 한편 세대 수를 줄이는 등 주민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시장 공약사업을 위해 너무 성급하게 추진, 주민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서울시가 너무 쉬운 길을 가려고 한 것 같다"며 "빈 땅이 있고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해서 무작정 짓는다는 건 도시계획 관점에서도 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용호 전국아파트연합회 부회장은 "임대주택 부지가 반드시 그 땅이어야 하는지 세밀히 따져야 한다"며 "용역을 통해 다수 주민을 위한 방향성을 우선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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