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범 전과 18범인 김 모(53)씨. 2012년 한여름의 어느날, 고기불판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하는 TV장면을 보던 중 자신도 '죽기로 결심했다.' 툭하면 이웃에게 시비를 걸고 집 앞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그는 살아갈 의욕이 없었다.
다세대주택인 그의 안방에서 번개탄을 불판 위에 올렸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가스를 깊이 들여마셨다. 몇번을 거듭 들이마셨는데도 TV장면과는 달리 죽음이 쉽지 않았다.
김씨는 '죽기를 포기했다.' 번개탄이 올려진 고기불판을 마당에 내놓고 소주한병을 마신 그는 죽음대신 잠에 취했다. 얼마후 '불이야!' 소리에 깬 그는 경찰서로 연행돼 방화미수죄로 체포됐다. 번개탄 불씨가 쓰레기봉투로 옮아 붙어 집을 태울 뻔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김동오 부장판사)는 김씨의 현주건조물 방화미수 혐의에 대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번개탄을 마당에 내놓은 행위는 오로지 자살시도를 목적으로 시도했다가 포기하면서 수반된 통상적인 후속조치로서 방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씨가 집앞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에게 욕설을 퍼부은 점 등에 대해서는 상해와 모욕죄를 인정해 징역 8월형을 선고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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