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역외탈세 의혹 철저히 파헤쳐야(김진동)

지역내일 2013-05-23
논설고문

조세피난처와 역외탈세 의혹이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22일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기자회견을 열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은 모두 245명이라고 밝히고 명단 일부를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연합(ICIJ)이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한국 파트너로 참여해 공동 취재해왔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를 포함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중에는 이수영 OCI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미술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회장과 장남 조현강씨 등이 포함됐다. 뉴스타파는 이번 명단 외에도 잘 알려진 재벌 기업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며 앞으로 추가 확인과정을 거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조세피난처에 검은 돈을 숨겨둔 부자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ICIJ의 명단공개 후폭풍이 한국에 상륙한 셈이다. 드디어 그동안 설로만 무성하던 역외탈세의혹의 실체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그 파문이 핵폭탄급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 설립한 한국인 245명
뉴스타파의 폭로에 따르면 이수영 회장 부부는 지난 2008년 4월 버진 아일랜드에 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주주는 두 사람뿐이다. 조중건 전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는 지난 2007년 6월 역시 카프리오라니 홀딩스를 설립했으며 조욱래 회장은 2007년 3월 퀵 프로그래스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고 아들과 함께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조세피난처가 새삼 뜨거운 감자로 관심의 중심에 오른 것은 지난달 ICIJ가 보유하고 있는 명단에 다수의 한국인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부터다. 세계적인 부호들의 명단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면서도 한국인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세청이 ICIJ가 확보한 한국인의 명단과 관련 자료를 입수하려 했지만 "정부측에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따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세청은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역외탈세를 뿌리 뽑기 위해 지난 2년동안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금융계좌의 자진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버진 아일랜드의 계좌신고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명단이 공개되면서 세간에 떠돌던 설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앞서 CJ그룹이 해외에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것과 맞물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와 비자금조성 의혹의 실상이 베일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세피난처는 각종 세금을 걷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나 지역이다. 세금우대 뿐아니라 금융거래 때 익명이 보장되기 때문에 부유층의 재산은닉과 탈세, 돈세탁에 이용된다. 조세피난처도 조세우대 유형에 따라 '조세 천국' '조세피난처' '조세 휴양지' 등으로 분류되지만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는 버진 아일랜드가 꼽힌다. 현대판 보물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조세피난처에 몰리는 돈이 최대 1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의 조세정의네트워크는 전 세계 수퍼리치들이 해외에 은닉한 자산이 무려 21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 중에 우리나라는 7790억달러로 중국 러시아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 국가부채와 거의 맞먹는 액수다. 국내에서나 들었던 '탈세왕국'의 오명을 그대로 세계에 드러낸 꼴이다. 부끄럽고 창피한 자화상이다.

'해외은닉' 세계 3위 … 탈세왕국 오명 전세계에 드러내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역외탈세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페이퍼컴퍼니의 설립목적이나 계좌 규모와 자금출처도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명이 거명된 일부 당사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믿을까. 검은돈을 숨기려 하지 않고서, 탈세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서 굳이 조세피난처라는 아리송한 곳에 돈을 빼돌릴 이유가 없다. 깨끗하고 당당한 돈이라면 비자금이니 돈세탁이니 하는 누명을 씌울 까닭이 없다. 명단까지 밝혀진 마당이니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국가 자존심을 걸고 철저히 파헤쳐 명명백백하게 밝혀 국민적인 의혹을 풀어야 한다. 철저히 조사하여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응징하지 못하면 의혹과 불신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역외탈세를 뿌리뽑지 않고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실천에 필요한 세수확보가 어렵고 경제민주화도 공염불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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