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브라질 통화가치 급락 … 해외채권 투자주의보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발언은 신흥시장을 강타했다.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차입에 의존해 온 신흥시장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채권, 통화 등 모든 투자자산가치가 급락했다. 신흥국가들의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급등했다. CDS프리미엄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외국인들의 자금유출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국가부도위험 연중 최고수준 = 20일 국제금융센터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은 미국 뉴욕시장에서 19일(현지시간) 92.54bp(1bp=0.01%p)를 기록했다. 이는 전날보다 12.12bp(15.07%) 급등한 연중 최고 수준이다. 북한 핵실험과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등 한반도 위기고조(87.90bp)나 '삼성전자 쇼크(91.90bp)'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CDS프리미엄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 부도위험이 상승했다는 의미로 향후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른 신흥국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은 18일 164.02bp에서 19일 175.87bp로 11.85bp(7.22%) 상승했고 태국은 같은 기간 96.45bp에서 104.05bp로 7.60bp(7.88%) 상승했다. 중국의 CDS프리미엄도 94.52bp에서 102.57bp로 8.05bp(8.52%) 올랐다. 이집트는 CDS프리미엄이 720.63bp에서 762.04bp로 하루 만에 41.41bp(5.75%)나 오르기도 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CDS프리미엄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전후해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내렸다. 미국의 CDS프리미엄은 19일 20.10bp로 전날보다 0.01bp(0.05%) 오르는 데 그쳤으며 일본 CDS프리미엄은 77.44bp로 오히려 0.29bp(0.37%) 하락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이는 실물경제 위축으로도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루피화, 브라질 헤알화 약세 …경상수지에 악영향 = 달러 강세로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니 다시 투자자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루피화 값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2% 이상 떨어져 59.9275루피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저 기록인 지난 11일(달러당 58.9850루피)을 넘어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인도 루피화의 가치 하락은 신흥국 중에서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노무라 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루피화 가치가 10% 떨어질 때마다 인도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0.4% 규모로 늘어나고, 물가는 0.6~0.8%씩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10여년 동안 9%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인도의 지난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은 6.5%에 그쳤다. 올해 1~3월 성장률은 4.8%였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헤알화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이날 하루 동안 3.18% 급락했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8bp 올라(가격 하락) 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였다.
브라질은 최근 금융거래세(토빈세)를 폐지하고 자국 외환시장에 60억달러를 푸는 등 외환 유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지만 헤알화 가치는 더 하락, 18일에는 달러당 2.18헤알까지 떨어졌다. 토빈세 폐지 결정 당시 달러당 2.12헤알 보다 오히려 낮아진 수준이다.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유출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조사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최근 3주간 개발도상국 투자자산 중 190억 달러 이상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해외투자자들은 브라질 주식시장에서 56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팔았고 인도 채권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32억 달러가 이탈하는 등 전례 없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라틴 지역에서 자금 유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채권 가격하락 … 보수적인 투자해야 = 신흥국들의 위기로 절세혜택과 함께 저금리 시대 속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해외채권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를 노리고 브라질 등 신흥시장 해외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최근 채권 가격 하락과 통화 약세로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며 "브라질 채권은 최근 헤알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5% 정도의 환차손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금 당장은 환율 때문에 평가손이 난 경우도 있지만 만기까지 유지하면 채권 이자와 함께 비과세 혜택이 있어 손실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채권투자를 권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전환과 함께 글로벌 유동성과 자산시장의 장기구도가 변하기 시작했다"며 "당분간 금리반락을 노린 단기매매 보다는 장기채 비중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보수적 대응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국채 금리는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등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채권금리의 단기 급등으로 일부 증권사의 경우 대규모 자본손실로 손절 매도 압박이 크지만 미 연준(Fed)의 자산매입 축소 충격과 일부 기관의 손절 매도압력이 완화되기까지 채권 투자를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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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양적완화 조기 축소 발언은 신흥시장을 강타했다.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 차입에 의존해 온 신흥시장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 채권, 통화 등 모든 투자자산가치가 급락했다. 신흥국가들의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급등했다. CDS프리미엄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외국인들의 자금유출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다른 신흥국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브라질의 CDS 프리미엄은 18일 164.02bp에서 19일 175.87bp로 11.85bp(7.22%) 상승했고 태국은 같은 기간 96.45bp에서 104.05bp로 7.60bp(7.88%) 상승했다. 중국의 CDS프리미엄도 94.52bp에서 102.57bp로 8.05bp(8.52%) 올랐다. 이집트는 CDS프리미엄이 720.63bp에서 762.04bp로 하루 만에 41.41bp(5.75%)나 오르기도 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CDS프리미엄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을 전후해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내렸다. 미국의 CDS프리미엄은 19일 20.10bp로 전날보다 0.01bp(0.05%) 오르는 데 그쳤으며 일본 CDS프리미엄은 77.44bp로 오히려 0.29bp(0.37%) 하락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며 "이는 실물경제 위축으로도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 루피화, 브라질 헤알화 약세 …경상수지에 악영향 = 달러 강세로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통화가치가 급락하니 다시 투자자들이 떠나는 악순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루피화 값은 장중 한때 전날보다 2% 이상 떨어져 59.9275루피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저 기록인 지난 11일(달러당 58.9850루피)을 넘어 사상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인도 루피화의 가치 하락은 신흥국 중에서도 눈에 띄는 수준이다.
노무라 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루피화 가치가 10% 떨어질 때마다 인도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0.4% 규모로 늘어나고, 물가는 0.6~0.8%씩 오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근 10여년 동안 9%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인도의 지난 회계연도 경제성장률은 6.5%에 그쳤다. 올해 1~3월 성장률은 4.8%였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헤알화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이날 하루 동안 3.18% 급락했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8bp 올라(가격 하락) 시장은 말 그대로 '패닉' 상태였다.
브라질은 최근 금융거래세(토빈세)를 폐지하고 자국 외환시장에 60억달러를 푸는 등 외환 유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지만 헤알화 가치는 더 하락, 18일에는 달러당 2.18헤알까지 떨어졌다. 토빈세 폐지 결정 당시 달러당 2.12헤알 보다 오히려 낮아진 수준이다.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유출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조사기관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최근 3주간 개발도상국 투자자산 중 190억 달러 이상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해외투자자들은 브라질 주식시장에서 56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팔았고 인도 채권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32억 달러가 이탈하는 등 전례 없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라틴 지역에서 자금 유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채권 가격하락 … 보수적인 투자해야 = 신흥국들의 위기로 절세혜택과 함께 저금리 시대 속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해외채권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금리를 노리고 브라질 등 신흥시장 해외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최근 채권 가격 하락과 통화 약세로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며 "브라질 채권은 최근 헤알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5% 정도의 환차손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지금 당장은 환율 때문에 평가손이 난 경우도 있지만 만기까지 유지하면 채권 이자와 함께 비과세 혜택이 있어 손실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채권투자를 권했다.
신동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전환과 함께 글로벌 유동성과 자산시장의 장기구도가 변하기 시작했다"며 "당분간 금리반락을 노린 단기매매 보다는 장기채 비중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보수적 대응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국채 금리는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 등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채권금리의 단기 급등으로 일부 증권사의 경우 대규모 자본손실로 손절 매도 압박이 크지만 미 연준(Fed)의 자산매입 축소 충격과 일부 기관의 손절 매도압력이 완화되기까지 채권 투자를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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