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국회의원 돈 봉투 문제로 국회가 또 시끄럽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돈 봉투 사건 기억이 아직 뇌리에 생생한데, 또 돈 봉투가 국회에서 횡행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기억력과 사리판별력이 이러니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측 간사 정청래 의원은 19일 민주당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지난 3월 서상기 정보위원장에게서 돈 봉투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다루기 위해 서 위원장에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던 때, 외교통상위 일로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출장 잘 다녀오라"면서 봉투를 하나 주기에 "뜻만 고맙게 받겠다"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얼마가 들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 위원장은 "3월 말 국정원장 청문회 이후 정 의원을 본 적이 없다"는 말로 돈 준 사실을 부인했다. "언제 그 사람이 나에게 인사하고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도 했다. 만난 일이 없으니 돈 준 사실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돈 주지 않은 사실을 증명할 논거가 되지 않는다. 돈 봉투를 돌려보냈다는 정 의원 말에도 드러나듯이, 사람을 보내 봉투를 전달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입막음 위해 봉투 보냈다는 의심받을 소지 있어
한 사람은 받았다 하고, 한 사람은 주지 않았다 하니 아직 진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면 나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라"는 정 의원 말에 서 위원장이 정식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심증이 가기도 한다. 사실여부를 떠나, 서 위원장과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 간의 고소·고발전 여파로 불거진 문제라니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국회 상임위원장 정도의 고위 공직자가 부서 소속의원에게 여비를 보태줄 수는 있다. 고위직 간부가 해외 출장자에게 200~300달러 정도 봉투를 돌리는 관행도 있다고 한다. 월 1000만원 넘는 판공비를 쓰는 국회 상임위원장의 그런 배려를 좋게 볼 수도 있다. "캔 맥주라도 사 마시라고 좀 주었다"고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서 위원장이 돈 준 일을 부인한 데 있다. 정 의원 말에도 드러나듯이, 그 때는 야당 측 간사인 정 의원이 '국정원 사건'을 논의하자고 서 위원장에게 정보위원회 소집을 강하게 요구하던 시기다. 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정 의원이 그 무렵 동유럽 출장을 가게 되었고, 국정원 사건이 도마에 오를 위원회 열기를 꺼리던 서 위원장이 입막음을 위해 봉투를 보낸 것이 아닐까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
실제로 서 위원장은 지금껏 정보위원회 소집요구를 묵살해왔다.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와 정치현안에 관여한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났고, 국정원 최고책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당에, 국정원 관할부서장 직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려운 집무태도다.
그는 정보위원회를 소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사이버테러방지법 상정과 논의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정 논의를 위해 소관 상임위 소집을 요구하면, 위원장은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회의를 열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것이 정치인의 직무이고 도리다. 국정논의의 장을 열기 거부하는 것은 위원장의 월권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 궁금해하는 사건 다룰 회의는 마땅히 소집돼야
지난달에는 정보위원회 소집을 통보해 놓고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여당 간사 윤상현 의원과 야당 간사 정 의원 사이에 회의소집이 합의되어 서 위원장 명의로 각 위원들에게 정보위 개최일시가 통보되었다. 그런데 서 위원장이 들고 나온 사이버테러방지법 상정 건에 야당이 난색을 표명하자 돌연 회의가 취소되었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사건을 다룰 회의는 마땅히 소집되어야 한다. 사건 관계자를 출석시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이다. 그런 논의의 장을 열기 거부하는 것은 위원장의 재량권이 아니라,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국민의 생각이다.
귀찮게 구는 사람 입을 막으려고 돈 봉투까지 돌렸다면 더욱 큰 문제다. 액수가 얼마 안 된다는 이유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진상을 밝혀 정치인들의 돈 체질을 뜯어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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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돈 봉투 문제로 국회가 또 시끄럽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 돈 봉투 사건 기억이 아직 뇌리에 생생한데, 또 돈 봉투가 국회에서 횡행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기억력과 사리판별력이 이러니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측 간사 정청래 의원은 19일 민주당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지난 3월 서상기 정보위원장에게서 돈 봉투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다루기 위해 서 위원장에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던 때, 외교통상위 일로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출장 잘 다녀오라"면서 봉투를 하나 주기에 "뜻만 고맙게 받겠다"고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얼마가 들어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 위원장은 "3월 말 국정원장 청문회 이후 정 의원을 본 적이 없다"는 말로 돈 준 사실을 부인했다. "언제 그 사람이 나에게 인사하고 다녀온 적이 있느냐"고도 했다. 만난 일이 없으니 돈 준 사실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돈 주지 않은 사실을 증명할 논거가 되지 않는다. 돈 봉투를 돌려보냈다는 정 의원 말에도 드러나듯이, 사람을 보내 봉투를 전달할 수도 있는 일이다.
입막음 위해 봉투 보냈다는 의심받을 소지 있어
한 사람은 받았다 하고, 한 사람은 주지 않았다 하니 아직 진실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면 나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하라"는 정 의원 말에 서 위원장이 정식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닐까 하는 심증이 가기도 한다. 사실여부를 떠나, 서 위원장과 박영선 법제사법위원장(민주당) 간의 고소·고발전 여파로 불거진 문제라니 볼썽사납기 그지없다.
국회 상임위원장 정도의 고위 공직자가 부서 소속의원에게 여비를 보태줄 수는 있다. 고위직 간부가 해외 출장자에게 200~300달러 정도 봉투를 돌리는 관행도 있다고 한다. 월 1000만원 넘는 판공비를 쓰는 국회 상임위원장의 그런 배려를 좋게 볼 수도 있다. "캔 맥주라도 사 마시라고 좀 주었다"고 하면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서 위원장이 돈 준 일을 부인한 데 있다. 정 의원 말에도 드러나듯이, 그 때는 야당 측 간사인 정 의원이 '국정원 사건'을 논의하자고 서 위원장에게 정보위원회 소집을 강하게 요구하던 시기다. 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정 의원이 그 무렵 동유럽 출장을 가게 되었고, 국정원 사건이 도마에 오를 위원회 열기를 꺼리던 서 위원장이 입막음을 위해 봉투를 보낸 것이 아닐까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
실제로 서 위원장은 지금껏 정보위원회 소집요구를 묵살해왔다.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선거와 정치현안에 관여한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났고, 국정원 최고책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마당에, 국정원 관할부서장 직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려운 집무태도다.
그는 정보위원회를 소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사이버테러방지법 상정과 논의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정 논의를 위해 소관 상임위 소집을 요구하면, 위원장은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회의를 열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것이 정치인의 직무이고 도리다. 국정논의의 장을 열기 거부하는 것은 위원장의 월권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민 궁금해하는 사건 다룰 회의는 마땅히 소집돼야
지난달에는 정보위원회 소집을 통보해 놓고도 일방적으로 취소하기까지 했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여당 간사 윤상현 의원과 야당 간사 정 의원 사이에 회의소집이 합의되어 서 위원장 명의로 각 위원들에게 정보위 개최일시가 통보되었다. 그런데 서 위원장이 들고 나온 사이버테러방지법 상정 건에 야당이 난색을 표명하자 돌연 회의가 취소되었다.
국민이 궁금해 하는 사건을 다룰 회의는 마땅히 소집되어야 한다. 사건 관계자를 출석시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마땅한 일이다. 그런 논의의 장을 열기 거부하는 것은 위원장의 재량권이 아니라,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다수국민의 생각이다.
귀찮게 구는 사람 입을 막으려고 돈 봉투까지 돌렸다면 더욱 큰 문제다. 액수가 얼마 안 된다는 이유로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반드시 진상을 밝혀 정치인들의 돈 체질을 뜯어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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