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 부활절을 바라보며

지역내일 2002-03-20
지금 기독교에서는 사순절(四旬節) 기간을 지키고 있다. 사순절이란 ‘재의 수요일’(금년은 2월 13일)부터 부활절까지 일요일을 뺀 40일간을 말한다. 이 기간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생각하며 어떤 모양으로든지 그 고난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거룩한 절기이다. 이렇게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함으로 부활절을 맞게 될 때 그 영광과 기쁨은 한층 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속담에 ‘십자가가 없으면 면류관도 없다(No Cross, No Crown)’라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성경에는 한결같이 40이라는 숫자가 고난을 상징한다. 예를 들면 노아 홍수가 40일 40야를 내렸다든지,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후 40년간 광야에서 방랑을 한 것이라든지, 예수가 세례 후 40일 동안 광야에서 시험을 받은 것 등이다.
그러나 성경에서 고난을 말할 때 그것은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연단을 의미한다는데 그 중요한 뜻이 있다. 노아 홍수는 인류의 심판을 말하나 그 홍수 후에 하나님은 인간과 화해하는 뜻으로 전쟁 무기를 상징하는 활(무지개)을 땅에 내려 놓으셨다. 또 광야 40년의 연단 후에 이스라엘은 그 약속의 땅을 기업으로 얻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는 광야 시험을 이긴 후 본격적으로 메시야 사역에 임하게 된다. 그리고 오늘 교회가 사순절 고난의 기간을 지나고 나면 부활절이라고 하는 기독교 최대의 축일을 맞게 된다. 그래서 “고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룬다”는 말씀이 있다.
오늘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마치 이스라엘의 광야 방랑과도 같은 연단의 세월을 살아왔다. 해방이후 6·25, 4·19, 5·16, 5·17, IMF 등의 격랑, 독재, 군정, 문민, 국민의 정부를 지나면서 겪게 된 혼란은 오늘 우리들을 매우 피로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떤 소망을 가지고 참고 견디려하기보다는 차라리 ‘오늘’을 즐기려는 찰라주의에 빠지고 말았다.
소위 3D기피현상이 그 대표적인 예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더불어 함께 살려는 생각보다는 ‘나 한 사람’이라는 지독한 이기주의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이래서 우리 주변의 혼란은 그 극에 달하고 있다.
앞에 말한 이스라엘의 광야 40년 방랑에서 일어난 매우 주목할만한 한가지 사실은 출애굽 1세들의 소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몸에 벤 노예 근성을 벗어버리지 못한 사람들은 고난을 통하여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기보다는 차라리 ‘등 뜨시고 배부르던 시절’, 그 이집트로 되돌아가자고 사뭇 뒤를 돌아보았다. 요새 어떤 사람들이 ‘과거 군정 때’를 회고적으로 그리워하듯, 심지어 옛날 ‘일제 때’를 거론하는 사람들까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조선 사람들은 독재를 해야 한다”는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약속의 땅’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여기 광야 어디든지 터를 잡고 살자는 사람들이 고개를 들게 되었다. 그래서 우상을 만들어 놓고 먹고 마시고 춤추는가 하면 주변의 종교행사에 참여하여 공공연하게 음란에 빠지기도 하였다. 이스라엘이 며칠이면 갈 수 있는 ‘약속의 땅’ 입국이 40년이나 지연된 것은 이와 같이 그 땅을 받을 사람들이 아직 준비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의 민주화와 통일이 자꾸 늦어지듯 말이다.
이 출애굽 1세들이 광야에서 다 죽고 난 다음, 새로 태어난 2세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갔다는 성서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오늘 이 시대에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떤 환상(Vision)을 가지고 있으며, 오늘 우리가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 몸에 베어있는 구태를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도 이 광야를 벗어날 수 없다. 오늘 우리의 고난을 연단으로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를 좌절케 하고 침몰시키는 독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뒤엣 것을 잊어버리고 푯대를 향하여 나아가는’ 새로운 결단이 요청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김오동 안동서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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