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국정원 개혁해야 촛불 꺼진다(정세용)

지역내일 2013-07-16
주필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상징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다. 누구는 한강의 기적을 이야기한다. 누구는 새마을운동을 거론한다. 또 혹자는 인권탄압을 말한다. 그러나 박정희 시대 대학을 다니던 50대와 60대 그리고 70대 초반에게 이 시절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중앙정보부다.

최근에 다시 읽은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로 집권해 1979년 10·26사건으로 숨질 때까지 한국의 최고권력기구였던 중앙정보부를 해부한 역저이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저자 김충식씨는 현직 방송통신위부위원장이다. 이 책은 처음 발간된 1992년 52만부나 팔려나간 베스트셀러였다. 당시 외국에서는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남산의 부장들'이 미행·납치·도청 주도
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는 당시 무슨 일을 했는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는 5·16쿠데타 직후 미국 CIA를 본떠 중앙정보부를 창설했다. 그러나 중정은 순수한 정보기관은 아니었다. 3선개헌과 10월유신의 산실이었으며 정치자금의 모집과 배분에도 관여한 무소불위의 기관이었다.

'남산의 부장들'에 따르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미행과 도청 납치가 중정 주도로 이뤄졌다. '배꼽아래 인격있나? 궁정야화'라는 책의 한 챕터가 상징하듯 중앙정보부는 대통령의 여자관리까지 맡아서 했다. 물론 당시 중앙정보부는 박정희정부 유지를 위해 여러 기능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50대 60대와 70대 초반에게 중앙정보부는 상당부분 '악'의 화신이었다. 박정희 시대 어두운 그림자를 '남산의 부장들'은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두환 시절 중정은 국가안전기획부로 이름을 바꾼다. 그러나 야당과 반정부세력 탄압, 그리고 정치공작의 산실로 부정적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다. 문민 대통령인 김영삼 집권 후에도 국가안전기획부와 국가정보원은 도청팀을 운영하면서 당시 원장이 구속되는 등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정치개입의 역사로 홍역을 치른 것이다.

최고권력자는 국정원과 같은 무소불위한 권력기구를 선호하는 것인가. 민주주의를 그렇게 외치던 YS와 DJ도 국정원에 정치공작파트를 운영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명박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이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안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판이 아니겠는가.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이 댓글공작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것이 검찰조사 결과 드러나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따지고 싶다.

안타까운 것은 국회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에 대한 국정조사 표류이다.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실시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는 국정원이 순수한 대북 해외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국민적 바람 때문이건만 여권의 조직적 물타기와 야권의 무기력 때문에 보름을 허비했다. 앞으로 남은 한달기간 동안 제대로 국정조사가 이뤄져 국정원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13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규탄집회가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2만여명의 시민이 참가했다. 서울시민이 1000만명이니 적은 숫자라고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정치평론가들은 '국정원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분석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사퇴하지 않는 등 여권이 국정원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음이 드러나면서 참가시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책임있는 인사의 구체적 사과와 국정원에 대한 구체적 개혁안이 나오지 않는 한 촛불은 타오르리라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북·해외 정보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 대학생은 "귀태 발언보다 국정원 선거개입이 더욱 국격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40대의 한 시민은 1987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주의의 회복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촛불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국정원 개혁을 미봉으로 마무리하려 해서는 절대 안된다. 국회 국정조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원이 대북 해외정보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을 국정원에 맡겨서는 안된다. 많은 국민들은 '남산의 부장들'에 나오는 대로 중앙정보부 시절에 있었던 민주주의 탄압과 유린의 역사를 기억한다. 이에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과 국정원 미봉개혁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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