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번역가
"지구의 먼 미래, 극지대의 빙산들이 녹아서 지구표면을 온통 물로 덮어버렸다. 그래도 살아남은 자들은 이 워터월드에 적응해갔다."
1995년작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영화 '워터월드'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버리고 지구 전체가 물로 휩싸여 인류의 문명이 수중에 가라앉게 된다. 살아남은 인간들이 인공섬 해상도시를 물위에 만들어 삶을 위한 생존투쟁을 벌이며 아무 생물도 살지 않는 바다 위를 배회하며 노략질을 하는 해적집단의 위협과 자연 재해에 의해 끝없이 생존위협을 받는 게 영화내용이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인 주인공 마리너(케빈 코스트너)에게 의존하고 있는 인류의 마지막 모험은 그가 워터월드에선 가장 귀중품인 흙 1kg을 가지고 물물교환을 제안하면서 함께 흙의 출처를 찾아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는 데도 환경재난, 지구온난화와 인류의 운명에 대한 상상이 맞물려 상당히 유명하다. 특히 헐리우드의 유니버설 영화사 테마공원에 마련된 워터월드 관광세트장에서는 하루종일 물속으로 뛰어드는 미녀와 널따란 인공호수 위 수상도시에서의 모험 한부분을 재현하며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나무판 스탠드의 관객들은 주인공들이 일으키는 물보라와 다이빙할 때 솟구치는 물을 피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츠린다. 물, 물, 물, 지겹도록 한 시간 동안 물을 봐야 한다. 인류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물이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광란성 폭우에 '4대강 물폭탄'까지
벌써 2주일 가깝게 남부지방에는 불타는 폭염이, 서울과 중북부엔 기상전문가들도 한결같이 '특이하고 이례적'이라 외치는 국지성 폭우가 물폭탄이란 묘사에 걸맞게 쏟아져내렸다. 유리창을 두들기는 빗줄기와 베란다 밑으로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황토색 계곡물을 보면 스산한 '워터월드'가 연상된다.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서 극지의 얼음을 다 녹인 인재의 극치가 워터월드다.
한국의 경우는 때마침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 대운하를 하려고 수중보를 4배나 많이 파서 물길을 막고 천문학적 비용을 낭비했다"는 감사결과 발표와 박 대통령의 "4대강사업 안정성 문제와 혈세 낭비" 지적이 햇볕 구경한지 가 일주일이 넘은 폭우 속 국민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특히 호반도시 춘천이 도심까지 물속에 잠겨 워터월드로 변하고 중앙고속도로변 절개지들이 잇따라 산사태로 무너져내린 사고 소식들은 "인재(人災)로 인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15일 오후 5시 께 서울 노량진 배수지 내 서울시 상수도관 공사장 지하 24미터에서 인부 7명이 수몰돼 인부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사고는 닷새간 중북부지방에 지속된 폭우 때문에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사장 양쪽의 물막는 차단막이 수압으로 터져 오히려 인명사고를 낸 것이다.
이어서 앞으로 대통령이 수해 현장방문등 경제살리기와 민생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청와대 보도가 있었다.
대통령, 현장지도보다 사령탑 작동을
수해현장의 회의실(?)에 앉아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조치를 철저히 해야 할 것" "선제적 대응을 해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최대한 예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대통령의 동어반복적 지시사항들은 하루종일 산사태와 수해보도가 쏟아진 뒤에 듣기엔 누구의 '현장지도'처럼 공허하게 들렸다면 지나친 느낌일까.
지난 3월 수퍼태풍 샌디 피해지역을 즉시 찾은 오마마 미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재난본부나 수해현장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즉석에서 막대한 수해복구비용을 구체적으로 제공했고 뉴욕시는 폭풍과 해일에 대비해 해안선 전체를 바꾸는 수십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만전을 기해달라"식 현장지도와 훈시보다는 사령탑의 '지속가능한 국정 보정계획'이 더 시급하다. 엄청난 사고 뒤에 예방을 지시하는 건 듣기에도 맥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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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먼 미래, 극지대의 빙산들이 녹아서 지구표면을 온통 물로 덮어버렸다. 그래도 살아남은 자들은 이 워터월드에 적응해갔다."
1995년작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영화 '워터월드'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버리고 지구 전체가 물로 휩싸여 인류의 문명이 수중에 가라앉게 된다. 살아남은 인간들이 인공섬 해상도시를 물위에 만들어 삶을 위한 생존투쟁을 벌이며 아무 생물도 살지 않는 바다 위를 배회하며 노략질을 하는 해적집단의 위협과 자연 재해에 의해 끝없이 생존위협을 받는 게 영화내용이다.
이들의 유일한 희망인 주인공 마리너(케빈 코스트너)에게 의존하고 있는 인류의 마지막 모험은 그가 워터월드에선 가장 귀중품인 흙 1kg을 가지고 물물교환을 제안하면서 함께 흙의 출처를 찾아 나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는 데도 환경재난, 지구온난화와 인류의 운명에 대한 상상이 맞물려 상당히 유명하다. 특히 헐리우드의 유니버설 영화사 테마공원에 마련된 워터월드 관광세트장에서는 하루종일 물속으로 뛰어드는 미녀와 널따란 인공호수 위 수상도시에서의 모험 한부분을 재현하며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나무판 스탠드의 관객들은 주인공들이 일으키는 물보라와 다이빙할 때 솟구치는 물을 피하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츠린다. 물, 물, 물, 지겹도록 한 시간 동안 물을 봐야 한다. 인류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물이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광란성 폭우에 '4대강 물폭탄'까지
벌써 2주일 가깝게 남부지방에는 불타는 폭염이, 서울과 중북부엔 기상전문가들도 한결같이 '특이하고 이례적'이라 외치는 국지성 폭우가 물폭탄이란 묘사에 걸맞게 쏟아져내렸다. 유리창을 두들기는 빗줄기와 베란다 밑으로 굉음을 내며 흘러가는 황토색 계곡물을 보면 스산한 '워터월드'가 연상된다. 자연을 훼손하고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서 극지의 얼음을 다 녹인 인재의 극치가 워터월드다.
한국의 경우는 때마침 감사원의 "4대강 감사결과 대운하를 하려고 수중보를 4배나 많이 파서 물길을 막고 천문학적 비용을 낭비했다"는 감사결과 발표와 박 대통령의 "4대강사업 안정성 문제와 혈세 낭비" 지적이 햇볕 구경한지 가 일주일이 넘은 폭우 속 국민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특히 호반도시 춘천이 도심까지 물속에 잠겨 워터월드로 변하고 중앙고속도로변 절개지들이 잇따라 산사태로 무너져내린 사고 소식들은 "인재(人災)로 인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15일 오후 5시 께 서울 노량진 배수지 내 서울시 상수도관 공사장 지하 24미터에서 인부 7명이 수몰돼 인부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사고는 닷새간 중북부지방에 지속된 폭우 때문에 한강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사장 양쪽의 물막는 차단막이 수압으로 터져 오히려 인명사고를 낸 것이다.
이어서 앞으로 대통령이 수해 현장방문등 경제살리기와 민생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청와대 보도가 있었다.
대통령, 현장지도보다 사령탑 작동을
수해현장의 회의실(?)에 앉아 "주요 시설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조치를 철저히 해야 할 것" "선제적 대응을 해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최대한 예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대통령의 동어반복적 지시사항들은 하루종일 산사태와 수해보도가 쏟아진 뒤에 듣기엔 누구의 '현장지도'처럼 공허하게 들렸다면 지나친 느낌일까.
지난 3월 수퍼태풍 샌디 피해지역을 즉시 찾은 오마마 미 대통령처럼 대통령이 재난본부나 수해현장을 찾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바마는 즉석에서 막대한 수해복구비용을 구체적으로 제공했고 뉴욕시는 폭풍과 해일에 대비해 해안선 전체를 바꾸는 수십년짜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만전을 기해달라"식 현장지도와 훈시보다는 사령탑의 '지속가능한 국정 보정계획'이 더 시급하다. 엄청난 사고 뒤에 예방을 지시하는 건 듣기에도 맥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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