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서울 휘문고 교감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4단위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1단위라는 것은 대학의 학점과 같이 50분 수업 17회 이상 수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학기 동안 대략 19~20주의 학습활동을 하므로 1주에 1시간씩 수업하는 것을 1단위라고 한다. 3년간 204단위를 이수하기 위해서는 매주 34시간씩 수업을 받아야 하고, 한 학기 당 최소 578시간, 3년간 총 3468시간 이상 수업에 참여해야 졸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반에 30~40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는데, 학생 각자의 수업 태도나 학습의욕, 이해력 등이 교사한테는 한눈에 보이고,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누가 공부를 잘하고, 누가 머리가 총명하며, 누가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훤히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급 내에서 자연스럽게 성적 서열이 생기고, 우열이 나뉘게 되어 있다. 한국사는 누가 잘하고, 영어는 누가 잘하며, 누구는 전 과목 잘하고, 누구는 어떤 과목이 약하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려진다.
게다가 발표 수업이나 수행평가 등으로 누구는 발표력이 좋고, 누구는 논술력이 뛰어나며, 누구는 깊게 알고 있는지 등등까지도 세밀한 부분까지 알게 된다. 한 학기에 시험을 두 번 이상 치르고, 모의고사와 경시대회 등이 계속되기 때문에 성적을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 학원에 가면 우열반을 편성해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한 반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학생이 누구라는 것쯤은 다 알려지기 마련이다. 학교에서 또는 어떤 지역에서 성적 서열이 공공연히 드러난다.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이나 인품까지도 알려진다.
숨길 수 없는 학생 간 서열
공부도 잘하고 인품도 훌륭해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공부는 잘 한다 해도 폭력적이거나 남을 함부로 대해 지탄을 받는 학생도 있다.
공부는 보통이지만 남을 배려하고 궂은 일에 앞장서서 신뢰를 받는 학생도 있고, 단체 활동에 비협조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손가락질을 받는 학생도 있다. 3년 동안 3000시간 이상의 수업을 같이 받으면서 성적이나 인품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대학도 일목요연하게 서열화가 되어 있다. 현재 각 지역 교육청별로 진학지도지원단이 결성되고, 진학지도 교사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해 각 대학에 어떤 학생들이 합격하고 불합격하였는지 실제자료를 모으고 있다. 신문 지상에 각 고등학교의 수능 성적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기도 한다.
수시 모집에서 어떤 대학 어떤 학과는 내신성적 얼마인 학생이 떨어지고, 얼마인 학생은 붙었다는 정보가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정시모집에서 대학별 학과별 수능 몇 점이 합격선이었다는 자료가 엑셀 파일로 나돌고 있다.
한해 입시가 끝나고 나면 대학 서열은 물론이고 학과 서열까지 획정된다. 이렇게 서열화 된 대학과 수험생의 두 집단이 서로 매칭되는 과정이 대학입시이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순조롭게 잘 매칭이 되면 정의로운 입시이고, 복잡하게 얽히고 꼬여 매칭이 되면 정의롭지 못한 입시라고 볼 수 있다.
수험생과 대학을 매칭 시키는 방법이 바로 대입제도이다. 정부는 현재의 대입제도가 너무 복잡해 단순화하겠다고 한다. 입시제도를 단순하게 해 순조롭게 매칭이 되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입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학입시 되려면
서열의 기준을 다양화해 학생을 여러 줄로 세우고,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 대학의 획일적 서열화를 완화시키고자 했던 종전의 대입 전형 철학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대입제도의 좋고 나쁨은 현장에서 바로 확인된다. 전 정부가 입학사정관제전형에 매년 수백억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정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과 수험생의 매칭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입시정책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사교육비 경감이나 경쟁 완화라는 표면적이고 대증적 처방보다는 근본적이며 정의로운 처방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원칙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가치체계에 부합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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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4단위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1단위라는 것은 대학의 학점과 같이 50분 수업 17회 이상 수강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학기 동안 대략 19~20주의 학습활동을 하므로 1주에 1시간씩 수업하는 것을 1단위라고 한다. 3년간 204단위를 이수하기 위해서는 매주 34시간씩 수업을 받아야 하고, 한 학기 당 최소 578시간, 3년간 총 3468시간 이상 수업에 참여해야 졸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반에 30~40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는데, 학생 각자의 수업 태도나 학습의욕, 이해력 등이 교사한테는 한눈에 보이고,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누가 공부를 잘하고, 누가 머리가 총명하며, 누가 어떤 과목을 잘하는지 훤히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급 내에서 자연스럽게 성적 서열이 생기고, 우열이 나뉘게 되어 있다. 한국사는 누가 잘하고, 영어는 누가 잘하며, 누구는 전 과목 잘하고, 누구는 어떤 과목이 약하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려진다.
게다가 발표 수업이나 수행평가 등으로 누구는 발표력이 좋고, 누구는 논술력이 뛰어나며, 누구는 깊게 알고 있는지 등등까지도 세밀한 부분까지 알게 된다. 한 학기에 시험을 두 번 이상 치르고, 모의고사와 경시대회 등이 계속되기 때문에 성적을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방과 후에 학원에 가면 우열반을 편성해 여러 학교 학생들이 한 반에서 수업을 받기 때문에 한 지역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학생이 누구라는 것쯤은 다 알려지기 마련이다. 학교에서 또는 어떤 지역에서 성적 서열이 공공연히 드러난다. 성적뿐만 아니라 인성이나 인품까지도 알려진다.
숨길 수 없는 학생 간 서열
공부도 잘하고 인품도 훌륭해서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공부는 잘 한다 해도 폭력적이거나 남을 함부로 대해 지탄을 받는 학생도 있다.
공부는 보통이지만 남을 배려하고 궂은 일에 앞장서서 신뢰를 받는 학생도 있고, 단체 활동에 비협조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손가락질을 받는 학생도 있다. 3년 동안 3000시간 이상의 수업을 같이 받으면서 성적이나 인품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이다.
대학도 일목요연하게 서열화가 되어 있다. 현재 각 지역 교육청별로 진학지도지원단이 결성되고, 진학지도 교사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해 각 대학에 어떤 학생들이 합격하고 불합격하였는지 실제자료를 모으고 있다. 신문 지상에 각 고등학교의 수능 성적이 적나라하게 공개되기도 한다.
수시 모집에서 어떤 대학 어떤 학과는 내신성적 얼마인 학생이 떨어지고, 얼마인 학생은 붙었다는 정보가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정시모집에서 대학별 학과별 수능 몇 점이 합격선이었다는 자료가 엑셀 파일로 나돌고 있다.
한해 입시가 끝나고 나면 대학 서열은 물론이고 학과 서열까지 획정된다. 이렇게 서열화 된 대학과 수험생의 두 집단이 서로 매칭되는 과정이 대학입시이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순조롭게 잘 매칭이 되면 정의로운 입시이고, 복잡하게 얽히고 꼬여 매칭이 되면 정의롭지 못한 입시라고 볼 수 있다.
수험생과 대학을 매칭 시키는 방법이 바로 대입제도이다. 정부는 현재의 대입제도가 너무 복잡해 단순화하겠다고 한다. 입시제도를 단순하게 해 순조롭게 매칭이 되어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입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학입시 되려면
서열의 기준을 다양화해 학생을 여러 줄로 세우고,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해 대학의 획일적 서열화를 완화시키고자 했던 종전의 대입 전형 철학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대입제도의 좋고 나쁨은 현장에서 바로 확인된다. 전 정부가 입학사정관제전형에 매년 수백억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정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과 수험생의 매칭이 순조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입시정책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사교육비 경감이나 경쟁 완화라는 표면적이고 대증적 처방보다는 근본적이며 정의로운 처방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원칙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가치체계에 부합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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