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유통 바뀌고 있다│② 정가·수의매매 소리없이 확산] ‘정해진 당사자끼리 정가로 거래’ 늘어

지역내일 2013-07-25 (수정 2013-07-25 오후 2:02:23)
경매 중심 도매시장 변화 … 대전중앙청과, 전처리시설 갖추고 추진
농협구리공판장 소형중도매인 연합 … 사과 250%, 수박 37% 성장

농산물유통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경매와 함께 대형마트 등 소비지의 대형구매자들이 직접 농산물 생산지에서 물건을 구하는 방식, 직거래 등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농안법 개정 이후엔 정가·수의매매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정가·수의매매는 농산물 가격이 폭등·폭락하게 하는 경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특정한 거래 상대방끼리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배추파동 당시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 도매가격이 하루만에 전일 대비 54.4%나 치솟고, 다음날은 다시 35.3% 급락하는 경우 등을 경험하면서 지난해 농안법을 개정해 정가·수의매매를 경매와 함께 도매시장의 공식 거래방식으로 정했다.

유통경로의 다양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양한 농산물유통방식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해 시장참여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발표한 '농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대책'의 핵심도 유통경로간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저온경매장
<사진: 대전중앙청과는 친환경농산물만 거래하는 저온경매장(위) 안에 신선농산물 전처리시설을 갖추고 상품성을 높인 후 정가·수의 방식으로 거래한다. 이런 시도는 국내 도매법인에서 처음이다. 아래 사진은 전처리시설에서 밤을 까고 있는 모습. 사진 정연근 기자(위)· 대전중앙청과 제공>

다양한 거래방식 개발 않으면 어느 순간 도태 = 지난 22일 대전 노은도매시장 안에 있는 대전중앙청과 전처리시설에서는 정효묵(59) 안산율원 대표가 이종란(60. 중도매인) 사장에게 팔기로 한 밤의 껍질을 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두 사람의 거래는 도매법인인 대전중앙청과에서 맺어준 정가·수의매매 방식이다.

전처리시설은 농산물을 다듬고 세척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상품화하는 시설이다. 이 설비는 2인 이하 가족 등을 위한 맞춤형 농산물판매가 발달한 일본의 설비를 참고한 것으로 해썹인증을 받은 첨단 위생시설이다.

충남 공주에 7만5000평 규모의 밤농장을 갖고 있는 정 대표는 "대전중앙청과에서 찾아와 전처리시설을 갖췄다며 거래를 제안해 정가·수의 방식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에는 밤을 까서 떡집에도 팔고 밤상인들에게 납품도 했지만 대전중앙청과와 거래하면서 판로도 안정화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도 대전중앙청과에서 중도매인으로 활동한지 1년이 안됐지만 경매방식이 아닌 정가·수의매매 방식을 선택했다. 그는 경매보다는 이 방식이 비용이 적게 들어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전중앙청과는 중부권에서 농협공판장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매법인으로 지난해 1500억원의 농산물을 거래했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사장은 "전처리를 통한 정가·수의 거래는 우리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금도 전처리팀 5명 전원이 회장과 함께 일본 쿠라시키청과를 견학하러 갔다"고 밝혔다. 쿠라시키청과는 연간 1200억원 정도의 매출액 중 20~30%를 전처리시설을 통해 안정적으로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사장은 "우리가 취급하는 농산물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며 "품목별 특성에 맞는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사장은 추석 선물용으로 포도 4kg짜리 1000상자를 정가·수의 방식으로 거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그는 "출하자는 경북 경산에 있는 여성 사장으로 '천상의 곳간'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다"며 "출하자와 중도매인은 모두 가격만 괜찮으면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전중앙청과의 전처리시설은 지난 4월 30일 시연회를 거쳐 가동을 시작했다. 국내 도매법인이 시장 안에 전처리시설을 갖추고 가동한 것은 처음이다. 이곳은 1일 12~13톤. 최대 19톤을 처리할 수 있다.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관은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산지유통센터(APC)를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연결해줄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도매시장에서 변화 주도 = 농식품부가 지자체 등을 통해 파악한 통계(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정가·수의매매는 6월말까지 32만8418톤, 6593억5000만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30만7856톤, 6196억6500만원보다 소폭 늘었다.

변화를 주도하는 곳은 서울가락시장같은 대규모 도매시장이 아니라 대전노은시장이나 구리도매시장같은 작은 곳이다. 농협구리공판장은 지난 3월부터 소형 중도매인 3명으로 한 팀을 구성해 충북원예농협에서 생산한 고품질사과를 정가·수의 방식으로 거래하도록 연결했다.

이들은 지난 6월까지 6억원의 물량을 정가·수의방식으로 처리했다. 중도매인들은 경매를 통하지 않고도 고품질사과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출하자(충북원예농협)는 경매보다 5~7% 정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농협은 구리공판장의 사례가 소형중도매인도 정가·수의매매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한 사례로 보고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

이종수 농협구리공판장장은 "구리도매시장에 있는 농협공판장의 경우 지난 11일까지 정가·수의 방식으로 과일 84억원을 거래했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61억2600만원에 비해 37%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품목별로 보면 사과는 5억4300만원으로 지난해 1억5500만원보다 250%, 수박은 1억2300만원으로 지난해 9000만원에 비해 37% 늘었다.

농협은 국내최대 농산물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에서도 정가·수의매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지난 6월 28일 농협가락공판장에서 안영철 농산물도매분사장 및 전국의 농협공판장 관계자들과 함께 정가·수의매매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경제활성화 사업 목표'에 '공판장 정가·수의매매' 실적을 포함, 공판장 거래액 중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올해 13%, 2015년 15%를 거쳐 2020년 6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1조6496억원의 거래물량 중 9%인 1487억원을 정가·수의방식으로 처리했다.

정부도 지난 5월 농산물유통구조개선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도매법인을 평가할 때 정가·수의매매 실적을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청과물의 경우 지난해 경매방식으로 79%, 정가·수의방식으로 9% 거래됐다.

정부는 2016년까지 정가·수의 비중을 20%로 확대해 거래를 규모화하고 가격변동성을 완화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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