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선생님들이 아름다워지면

지역내일 2002-03-26 (수정 2002-03-28 오후 3:43:33)
“선생님 저 …, 중식 신청할게요.”
조회를 끝내고 돌아 선 담임에게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로 용건을 얘기한 선영이는 두해째 중식(무료 급식)을 신청하였다. 생활보호대상자나 생계가 어려운 아이에게 지급되는 무료 중식비는 점심을 굶는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자존심 강한 요즘 아이들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중식 신청 마지막 날짜까지 입을 다물었던 선영이가 간신히 구조요청(?)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풍요를 구가하는 시대라지만 적잖은 아이들이 가정의 고충이나 생활상의 문제로 고민을 한다. 40여 명 아이들의 눈망울에는 40여 가정의 애달픈 정서가 담겨 있다. 아이들은 지난 밤 가정에서 느꼈던 행복과 불행을 고스란히 가슴에 담고 학교에 온다. 미술 준비물을 구입하지 못할 정도로 돈이 마른 집안의 가난한 딸로 태어난 슬기, 중식 신청이 아니면 당장 점심을 굶어야 할 선영이, 어쩌다 7공주파로 찍힌 친구들 집단에 들어가 날마다 학생부에 불려 다니는 보영이, 학급의 환경미화를 혼자 다 해낼 정도로 끼가 넘치지만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종일을 입시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하영이, 아이들의 어깨 위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가정의 무게가 ‘있는 그대로’ 실려있다. 그래서 학교는 이 사회의 모델이고 못자리이다.
의무교육 시대에 희망 대신 절망을 안고 사는 아이들이 바라고 있는 진정한 바램은 무엇일까? 선영이가 올 해 또 중식을 신청하도록 용기를 준 최 선생은 지난 해 중식 담당자였다. 선영이가 자존심을 다치지 않도록 급식비 용지를 표나지 않게 대신 처리해주신 덕분이다. 학교폭력의 일원으로 학생부의 조사를 받은 보영이가 눈에 띄게 선량해진 것은 담임의 따뜻한 지도 때문이다. 보영이와 그의 친구들을 불러모아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애정어린 지도를 펼친 담임의 정성 앞에서 보영이는 감동을 하고 있는 눈치다. 엄한 엄마의 눈초리에 떠밀려 휴일까지 학원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하영이가 황사로 인한 감기예방을 위해 학원을 쉴 수 있도록 전화해주신 담임의 배려는 하영이로 하여금 공부 이전에 중요한 것이 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산 교육이었다.
아이들은 잘 모른다. 공교육 투자가 무엇인지, 교육부 장관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약속한 학급당 인원수 35명을 맞춘다는 것이 무엇인지, 교육정보화 사업이 무엇인지…. 다만 아이들은 자신을 잊지 않는,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포근한 말 한마디를 해주는 단 한 사람의 선생님을 통해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느끼고 깨닫는다. 짧은 한순간이라도 선생님의 사랑을 경험한 아이는 세상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법을 이미 배운 셈이다. 선생님들이 아름다워지면 아이들이 아름다울 것이다.

/ 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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