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 이유 정도 방식 납득수준에서 체벌 조건부 찬성

사랑의 회초리 애초에 불가능한 것, 결국 폭력의 공인만 될 뿐 비판도 높다

지역내일 2002-03-26
지난 19일 교육인적자원부는 공교육 진단 및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의 하나로? ‘사랑의 회초리’가 허용됐다.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이 학생의 인권과 자율성 발휘를 주창하며 금지했던 체벌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한국교총은 교사의 교육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체벌허용은 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그동안 아무런 대안 없이 체벌을 금지한 것이 교육 현장에서는 사실상 교육의 포기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체벌 허용이 바람직한 것인가? ‘사랑의 회초리는 가능한가’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토론이 부족한 채로 다시 체벌이 허용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체벌 허용이 발표된 후 며칠동안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을 두루 들어 보았다.
우선 일선 교사들은 체벌의 원칙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부가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교사에게 회초리를 줬다 뺐었다하는 것 자체가 교사의 권위를 더 떨어뜨린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N고교의 이모(44)교사는 “체벌금지 발표를 할 때도 그랬지만, 교사에게 ‘해라, 마라’하는 것 자체가 웃긴다”며 교육부 자체가 교사의 고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T중학교에서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박모(36)교사는 의견수렴과정 없는 일방적인 발표로 스스로 교육부 정책의 귄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체벌금지조치 때는 그나마 공청회도 열고 여론을 모아 정책을 발표했었다. 그렇게 내려진 교육부 지침을 바꾸려면 최소한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제시돼야 하는데 체계적인 조사 하나 없이 ‘스승 존경’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원칙을 바꾼 것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배어 있었다. 심지어 선거를 앞두고 정치논리로 교사들을 달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고 성토하는 교사까지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하라 마라 하는 것은 불쾌하지만 체벌은 필요하다는 것이 다수 교사의 입장이다. 아이들이 너무 떠들어 체벌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A중학교의 조모(34·여)교사는 특히 여교사의 경우 처음부터 분위기를 강하게 잡아 놓지 않으면 아이들이 얕잡아 봐 수업이 불가능해진다며 체벌을 옹호했다. 의외로 학생들도 체벌에 찬성하는 편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때려도 떠들고 공부 안 하기 일쑤인데 그나마 겁주고 때려야 최소한의 질서나마 유지된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안 되도록은 해야한다. 애들이 난장판인데 안 때리는 선생은 밉다” “나도 공부 안하고 떠들기 때문에 그럴 때 때리는 선생들을 이해한다”는 것이 C고 1년 송모군 한모양의 말이다.? 정모(18)양은 학생들이 교사를 때릴 지경이라며 체벌의 제한적 허용을 주장했다. 교사에게 맞고 우는 친구를 본적은 거의 없지만 아이들의 욕설과 소란에 기가 질려 우는 선생님은 여럿 봤기 때문이다. 머리 희끗한 60대 선생님 앞에서 ‘미친X, 개XX’ 등 별별 욕을 다 해대는 친구들을 보면 의식의 성장 없는 자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은 학교 현장의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이해찬 장관의 체벌금지 조치가 교사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던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눈에 띄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보고도 “가만있어. 나서서 뭐하게? 어차피 17일(급여수령일)은 돌아오지 않냐”며 책임을 저버린 말도 나눈다는 것이다. D고 정모 교사는 체벌이란 말 대신 체훈이란 말을 제안했다. 매는 가르치는 수단의 일부라는 것. 자신은 매를 들지 않는다는 교사들도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주체이므로 매를 드는 기준도 교사에게 맡겨야한다는 생각이었다.
대다수 교사들이 ‘체벌은 우리에게 맡겨달라’는 입장이라면 학생들의 반응은 교육부 발표가 별 의미가 없다는 쪽이다. 어차피 체벌하는 교사는 규정이 있든 없든 체벌을 하고 그렇지 않은 선생님은 안 한다는 것이다. 체벌 금지 조항이 무서워 안 때리다가 이제 때리겠다는 소심한(?) 교사는 별로 없다는 얘기다. 현실에서 안 지켜지던 체벌금지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다소 냉소적인 시각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체벌의 이유가 분명하고 형평성이 있다면 이를 불만으로 여기지 않겠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기 전에 먼저 어떠한 이유로 어디를 어떻게 맞을 것임을 예고하고 그것이 납득할만한 수준이라면 아이들도 다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권모(17)양은 공부 못한다고 때리는 건 옳지 않지만 담배를 피웠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힐 때 때린다면 아무 불만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원칙에 충실한 사랑의 회초리를 행사하는 교사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고모(17)군은 중학교 때 공부 잘하는 친구와 싸웠다가 혼자서만 야구방망이로 맞았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교사가 훈시를 하는데 딴 곳을 보며 열중하지 않다가 고문 수준으로 맞았다는 학생도 있다. J여중은 가출을 하거나 담배를 피운 학생은 거의 기절할 때까지 팬다. 성적수치심을 일으키는 체벌도 있다. 팔 안쪽 부위를 때리거나 귀에 입김을 불어넣는 식의 체벌을 하는 교사도 있다. 강남의 모 학원에서 만난 D고, S고, H고 학생들은 학원 강사의 매에 아이들이 그대로 순종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학원강사는 때리는 매의 이유를 분명히 말하고 매의 정도와 방식을 학생이 수긍하게끔 한다고 말했다. 또 보통 학원은 10명 내외로 수업할 경우 강사와 학생간의 친밀감이 학교보다 높다는 것도 이유의 하나다.
학부모들 역시 체벌의 강도와 형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칫 교사의 체벌이 감정적으로 흘러 구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2 자녀를 둔 전모(42) 이모(45)씨는 “아이를 교사에게 맡겼으면 믿어야 한다”며 심한 상처를 입을 정도의 체벌이 아니라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심하게 맞았을 경우 그 건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으면 된다고 봤다.
결국 교육 당사자들인 교사 학생 부모의 다수 의견은 ‘조건부 체벌 찬성’이라고 보인다.
체벌이 인간 만드는데 꼭 필요한 사랑의 매 이기 때문이라는 신념에서부터 진정한 교육적 효과는 없지만 짧은 시간에 학생들을 제어하는 수단으로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자에 이르기까지. 조건부란 때리는 이유와 정도와 방식을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들은 때리는 부위를 엉덩이 허벅지 손바닥으로 한정하고 도구도 손이나 몽둥이가 아닌 회초리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조건부 제한이 현실에서 절대 안 지켜 질 것이므로 체벌은 완전히 더욱 철저히 금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김모(45)씨는 고2 아들이 평소 건방지다는 이유로 담임 교사에게 밉보이고 있었는데 사소한 일이 꼬투리로 걸려 그야말로 죽도록 맞았다. 교실 바닥에 쓰러진 아이를 구둣발로 차고 각목으로 두들겨 패 온 몸에 멍이 들어 절룩거리며 들어 온 아이를 보고 치를 떨었지만 결국 이런 저런 고려 끝에 신고도 전학도 못 하고 울분을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 “정도가 심한 체벌에는 법적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일부 학부모의 생각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것이다. 학생들도 현실적으로 참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체벌을 이유로 교사를 경찰에 신고하는 아이들은 전교에 1∼2명 정도도 아니라고 말한다. 가끔 신문에 나오는 신고 부모나 학생 같은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안모(38)씨는 때리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 사랑의 매는 부모도 어려운데 사랑의 매를 원칙에 맞게 행사할 교사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간혹 그런 훌륭한 교사가 있다해도 대다수가 지금처럼 비교육적으로 매를 들게 된다면 학교의 황폐화에 더욱 일조 할 뿐이라는 것이다.
손성은(37)씨는 체벌허용은 결국 아이들에게 폭력에 대한 둔감성을 키우고 성인이 됐을 때 다시 폭력에 둔감해지게 한다며 우리 사회가 폭력적인 것이 학교 폭력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이런 중요한 문제에 진지한 토론조차 없이 넘어 가는 우리 사회가 슬프다고 표현했다.
전교조는 이번 조치에 대해 “체벌이 일어나지 않는 교육여건을 만들지 않고 폭력을 교육의 수단으로 삼게 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체벌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급당 인원이 20명 이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매를 쓰지 않고도 통제할 수 있는 인원이다. 한 반에 40명 45명에 이르는 학생들을 교사 혼자 말만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모씨 가족이 브루나이에 살 때 자녀는 외국인학교에 다녔다.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마무리 시험을 치르고 노트 검사도 꼼꼼히 해서 스펠링 하나 하나까지 고쳐주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한 반에 20명 이내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학원에 내는 돈 학교에 내도 좋으니 학급 인원수도 줄어들고 꼼꼼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교육부는 체벌금지와 허용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체벌을 사용하지 않고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교육여건을 만들어 나가는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지적이다.?
강주화 기자 jhg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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