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 소통에 ‘치유’를 더하다

지역내일 2013-06-14
답답한 사무실 벗어나 자연·문화 속으로
진솔한 토론으로 '열린 조직' '융합' 시도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동 정의공주묘역. 이동진 도봉구청장과 구청 직원 40여명이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메고 도봉동 무수골까지 이어지는 북한산둘레길 탐방에 나섰다. 2시간 가량 산자락길을 걸은 뒤에는 족구·축구 시합이 기다리고 있다. 숲길을 걷고 함께 땀을 흘리며 이어지는 저녁시간에는 자연스레 살아가는 이야기며 업무와 관련된 토론을 할 참이다.

민선 5기 들어 단체장과 공무원간 내부 소통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서울 자치구청장들이 만남의 장을 구청 밖으로 옮겨가고 있다. 답답한 사무공간을 벗어나 자연·문화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열린 조직과 조직 융합을 시도한다는 취지다. 과도한 업무부담에 따른 잇단 공무원 자살 문제도 의식, 그간의 소통에 '치유'를 더한 형태다.

이동진 구청장이 선택한 소통법은 구의 주요 자산인 북한산둘레길 도봉 구간 걷기와 체육행사에 이은 저녁식사다. 동주민센터 행정·복지지원팀장과 1인 팀장, 2012년 이후 새로 임용되거나 전입한 직원들이 우선 대상이 됐다. 행정 최일선에서 주민들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직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직원들이다. 최성희 행정지원과장은 "실내 소통은 아무래도 딱딱하게 마련"이라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조길형 영등포구청장도 눈요깃거리가 있는 지역 주요 거점을 직원들과 함께 걷는 방식을 택했다. 양평동 안양천부터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 나들목, 양화동 선유도한강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3개 구간을 정해 놓고 부서별로 나눠 구청장부터 간부 직원까지 함께 걷는다. 걸으며 소통한다는 뜻에서 '보통(步通)날'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보통날은 지난달 3일 세무과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 업무를 마친 뒤 진행 중이다. 구청장은 물론 국장 과장과 부서 직원까지 30~40여명이 지역을 돌아보며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눈다. 평소 보고 느낀 현장행정 주제나 정책아이템 발굴, 제도개선 방향이나 업무상 고충 등 이야깃거리는 다양하다. 조 구청장은 "직원들과 함께 행정 현장을 둘러보며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면 내부적으로는 업무 효율화, 외부적으로는 행정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등포구는 보다 많은 직원들이 책상머리를 벗어나 생생한 현장체험과 주민들 요구사항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걷기 구간을 개발할 계획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현장교육과 내부 소통을 겸한 '소감 여행'을 진행 중이다. 문화예술 현장을 방문하면서 몸으로 느끼고 배운 바를 함께 실천하자는 '소통과 감성' 시간이다. 지난 3월 미술전시회 관람을 시작으로 영화·연극 관람, 문화유적지 탐방, 박물관 관람 등을 매월 한차례 이어오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를 소통의 매개로 선정한 이유는 감성지수를 높여 내부적으로는 소통을 활성화하고 외부적으로는 주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 유덕열 구청장은 "직원들이 친절·청렴을 실천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소통과 감성 교감이 그 지름길이라 판단했다"며 "소감여행을 통해 직원들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 마음이 주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밖에 차성수 금천구청장 역시 전시회나 영화 등 문화를 주제로 한 직원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있고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구청 인근 석촌호수에서 도시락을 나누는 소통시간을 갖고 있다.

사무공간을 벗어난 '야외 소통'은 일단 합격점을 받고 있다. 정미라 도봉구 청소행정과 팀장은 "구청에서는 상하관계이지만 밖으로 나오면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팀장들과 업무에 대한 정보교환도 하고 신규 직원과의 관계나 일상 얘기까지 나눌 수 있어 좋았다"고 평했다. 이동진 구청장은 "자주 보기 어려운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는 것 자체가 소통"이라며 "실내에 앉아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교감이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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