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발표 뒤 잇따른 구역해제 신청
매몰비용 문제는 또다른 갈등의 시작
서울시가 2002년부터 추진한 뉴타운 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이 지났지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자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았지만 또다른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 개발이익은 꿈도 꾸지 못하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쪽박' 차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주민들이 인식한 것이다.
출구전략에도 사용비용(매몰비용) 지원문제가 뉴타운 구역 해제를 더디게 하고 있다. 추진주체가 없거나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은 서울시가 최고 70%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조합의 매몰비용은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해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뉴타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구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상찮다. 사진은 돈의문1구역 도시환경정비구역(돈의문뉴타운)에 속해 있는 종로구 신문로2가의 한 상가 건물에 붙어있는 문구다. 이 지역은 관리처분인가가 떨어져 조합이 주민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상가 등이 철거되고 공원이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 강제철거가 진행될 경우 세입자들과 마찰이 예상된다. 남준기 기자>
◆해제 구역 갈수록 늘어날 듯 =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서울 전 지역을 쪼개 대대적으로 지구 지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6년 지방선거에서 뉴타운 추가확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어받아 사업을 주도했다.
뉴타운 지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투기 세력이 몰려들었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같은 뉴타운 광풍에 편승한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너도나도 선심성 뉴타운 공약을 남발했다. 무분별한 지구 지정이 잇따랐고 서울시에서만 뉴타운 지구가 35개나 생겨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뉴타운 사업에 치명타가 됐다. 사업추진비를 대부분 개발이익(분양 수익)에 의존했지만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어렵게 된 것이다.
서울시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지구 전체가 해제된 뉴타운(종로구 창신·숭인뉴타운)이 처음 나온 데 이어 해제 절차를 밟는 구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뉴타운·재개발 전체 571개 구역 가운데 308개 구역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업성 분석 및 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사업을 계속할지 말지 정하는 것이다. 이 중 7월 말 현재 71개 구역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8월 말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 추진 주체가 없는 사업 초기 구역의 실태조사가 완료될 예정이어서 해제 구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 방화뉴타운 4구역의 이 모(41)씨는 "시세차익은커녕 빚만 지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게 뻔한 뉴타운 개발을 누가 찬성하겠느냐"며 "주민투표에 의해 뉴타운 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출구전략이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이름으로 도입된 뉴타운이 오히려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재앙이 돼 돌아온 것이다.
◆무너지는 공동체 = 뉴타운이 갈등의 온상이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주민들 사이의 사업 추진 찬반 대립, 강제철거로 인한 세입자와 원주민 사이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 간의 분담금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경기 침체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추진된 곳도 일반분양가 책정 문제로 시끄럽다. 시공사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려고 하고 조합원들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높이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은평뉴타운의 경우 집값 하락에 반발한 입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매몰비용 부담도 문제 = 주민들이 사업을 중단하려고 해도 사용비용(매몰비용)을 해결하는 것이 문제다. 매몰비용에는 안전진단과 설계, 감정평가, 사업비 및 분담금 추산 용역,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조합운영 등에 쓴 돈이 모두 포함된다. 감사원은 최근 서울시의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으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매몰비용이 1조4000억~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얼마전 주민 요청으로 서울시 35개 뉴타운 가운데 처음으로 지구 해제된 종로구 창신·숭인뉴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창신11구역의 경우 뉴타운 지구 지정 전 재개발을 추진하던 2005년부터 사용된 사업비가 17억여원이다. 모두 주민들의 빚으로 남아 비용 부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등 수도권은 시공사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통해 매몰비용을 일부 해결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계의 반응이 소극적인 데다 정부는 수익자 부담 원칙과 세수 부족을 들어 재정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관련기사]
-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강북권 뉴타운
-뉴타운·정비사업 시공사 교체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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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비용 문제는 또다른 갈등의 시작
서울시가 2002년부터 추진한 뉴타운 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뉴타운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11년이 지났지만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자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았지만 또다른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뉴타운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 개발이익은 꿈도 꾸지 못하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쪽박' 차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주민들이 인식한 것이다.
출구전략에도 사용비용(매몰비용) 지원문제가 뉴타운 구역 해제를 더디게 하고 있다. 추진주체가 없거나 추진위원회 단계의 매몰비용은 서울시가 최고 70%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조합의 매몰비용은 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해산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해제 구역 갈수록 늘어날 듯 = 뉴타운 사업은 2002년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서울 전 지역을 쪼개 대대적으로 지구 지정을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06년 지방선거에서 뉴타운 추가확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어받아 사업을 주도했다.
뉴타운 지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투기 세력이 몰려들었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같은 뉴타운 광풍에 편승한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너도나도 선심성 뉴타운 공약을 남발했다. 무분별한 지구 지정이 잇따랐고 서울시에서만 뉴타운 지구가 35개나 생겨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뉴타운 사업에 치명타가 됐다. 사업추진비를 대부분 개발이익(분양 수익)에 의존했지만 주택 경기가 침체되면서 어렵게 된 것이다.
서울시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지구 전체가 해제된 뉴타운(종로구 창신·숭인뉴타운)이 처음 나온 데 이어 해제 절차를 밟는 구역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뉴타운·재개발 전체 571개 구역 가운데 308개 구역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업성 분석 및 주민 찬반투표를 통해 사업을 계속할지 말지 정하는 것이다. 이 중 7월 말 현재 71개 구역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르면 8월 말 추진위원회나 조합 등 추진 주체가 없는 사업 초기 구역의 실태조사가 완료될 예정이어서 해제 구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 방화뉴타운 4구역의 이 모(41)씨는 "시세차익은커녕 빚만 지고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게 뻔한 뉴타운 개발을 누가 찬성하겠느냐"며 "주민투표에 의해 뉴타운 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출구전략이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역 균형발전이란 이름으로 도입된 뉴타운이 오히려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재앙이 돼 돌아온 것이다.
◆무너지는 공동체 = 뉴타운이 갈등의 온상이 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주민들 사이의 사업 추진 찬반 대립, 강제철거로 인한 세입자와 원주민 사이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 간의 분담금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경기 침체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업이 어느 정도 추진된 곳도 일반분양가 책정 문제로 시끄럽다. 시공사는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려고 하고 조합원들은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높이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은평뉴타운의 경우 집값 하락에 반발한 입주민들이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매몰비용 부담도 문제 = 주민들이 사업을 중단하려고 해도 사용비용(매몰비용)을 해결하는 것이 문제다. 매몰비용에는 안전진단과 설계, 감정평가, 사업비 및 분담금 추산 용역, 사업시행계획서 작성, 조합운영 등에 쓴 돈이 모두 포함된다. 감사원은 최근 서울시의 무분별한 뉴타운 사업으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매몰비용이 1조4000억~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얼마전 주민 요청으로 서울시 35개 뉴타운 가운데 처음으로 지구 해제된 종로구 창신·숭인뉴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창신11구역의 경우 뉴타운 지구 지정 전 재개발을 추진하던 2005년부터 사용된 사업비가 17억여원이다. 모두 주민들의 빚으로 남아 비용 부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등 수도권은 시공사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통해 매몰비용을 일부 해결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업계의 반응이 소극적인 데다 정부는 수익자 부담 원칙과 세수 부족을 들어 재정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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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정비사업 시공사 교체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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