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외환위기 후 5번의 경기회복기 분석
민간소비·설비투자·총수출·주택가격·주가 회복속도 매우 완만
최근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후 5번의 경기회복기를 분석하며 최근 겪고 있는 유럽재정위기 후 경기회복기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민간소비·설비투자·총수출·주택가격·주가·소비자물가·건설투자 등 7개 지표를 각 회복기별로 분석한 결과 건설투자를 제외한 다른 지표들은 다른 4번의 회복기보다 회복속도가 저조했다.
◆민간소비·설비투자 회복속도 최악 =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최근 겪고 있는 경기회복국면은 외환위기 이후 5번째다. 우리나라가 현재 유럽재정위기 후 회복국면을 지나고 있다면, 그 전에는 외환위기(1998년)·IT버블붕괴(2001년)·카드채위기(2005년)·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후 회복국면을 빠져나왔다.
이들 경기회복기 특징을 비교분석한 결과 현재 경기회복국면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 때보다도 경기회복세가 완만하다는 점이었다. 소비, 설비투자, 총수출, 주택가격, 주가, 소비자물가 등 어느 지표든 회복속도가 다른 회복기때보다 완만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간소비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경기회복기의 저점을 1998년 3분기라고 볼 때 이 때의 민간소비를 100이라고 가정한다. 저점을 친 후 민간소비 회복은 빠르게 진행됐다. 같은 해 4분기 때는 101.88, 1999년 1분기에는 106.99, 2분기에는 109.30까지 올랐다.
최근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이 때의 경기저점이었던 2009년 1분기 때를 100이라고 하면 다음 분기부터는 103.62, 104.95, 106.22로 회복속도가 가시화됐다.
그러나 이번 유럽재정위기 후 회복국면만은 예외였다. 경기저점으로 추정되는 2012년 4분기를 100이라고 가정하면 2분기가 지난 올 2분기 지표는 100.18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유럽재정위기 이후 소비 및 설비투자 회복속도는 (다른 경기회복기와 비교할 때) 가장 완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낙관 힘들어 = 그런데 주목할 것은 건설투자만큼은 어느 경기회복기보다 현재 회복기에서 가장 월등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 2분기 현재 건설투자는 저점으로 추정되는 2012년 4분기(100)보다 월등히 높은 107.57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외환위기 때나 카드채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기에는 건설투자가 거의 저점 수준에서 맴도는 모습을 보인다.
외환위기 때는 저점 이후 2분기가 지난 1999년 1분기에 건설투자는 100.82로 저점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IT버블 붕괴 이후 회복기 때에도 저점 이후 2분기가 지난 2002년 1분기에 100.25로 저점 때보다 약간 높아진 정도였다. 카드채위기 때는 저점 이후 2분기가 지난 2005년 4분기에 96.60을 기록해 오히려 경기 저점 때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건설투자 회복속도가 가장 빠른데 이는 정부의 정책적 효과가 크게 반영된 데 기인한다"면서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회간접자본투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하반기 성장률 전망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지속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소비와 건설투자로 인한 경제성장률 신장이 얼마나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실제 1, 2분기를 합한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로 이 중 정부소비 기여도는 0.3%p, 건설투자 기여도는 0.7%p로 두 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신후식 국회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하반기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른 지표는 거의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투자 증가가 성장률 향상으로 이어지는 착시효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중 3.5%대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설비투자 회복속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관련기사]
- “최근 경기회복 징후는 착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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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소비·설비투자·총수출·주택가격·주가 회복속도 매우 완만
최근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후 5번의 경기회복기를 분석하며 최근 겪고 있는 유럽재정위기 후 경기회복기가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민간소비·설비투자·총수출·주택가격·주가·소비자물가·건설투자 등 7개 지표를 각 회복기별로 분석한 결과 건설투자를 제외한 다른 지표들은 다른 4번의 회복기보다 회복속도가 저조했다.
◆민간소비·설비투자 회복속도 최악 =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최근 겪고 있는 경기회복국면은 외환위기 이후 5번째다. 우리나라가 현재 유럽재정위기 후 회복국면을 지나고 있다면, 그 전에는 외환위기(1998년)·IT버블붕괴(2001년)·카드채위기(2005년)·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후 회복국면을 빠져나왔다.
이들 경기회복기 특징을 비교분석한 결과 현재 경기회복국면의 가장 큰 특징은 어느 때보다도 경기회복세가 완만하다는 점이었다. 소비, 설비투자, 총수출, 주택가격, 주가, 소비자물가 등 어느 지표든 회복속도가 다른 회복기때보다 완만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민간소비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경기회복기의 저점을 1998년 3분기라고 볼 때 이 때의 민간소비를 100이라고 가정한다. 저점을 친 후 민간소비 회복은 빠르게 진행됐다. 같은 해 4분기 때는 101.88, 1999년 1분기에는 106.99, 2분기에는 109.30까지 올랐다.
최근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이 때의 경기저점이었던 2009년 1분기 때를 100이라고 하면 다음 분기부터는 103.62, 104.95, 106.22로 회복속도가 가시화됐다.
그러나 이번 유럽재정위기 후 회복국면만은 예외였다. 경기저점으로 추정되는 2012년 4분기를 100이라고 가정하면 2분기가 지난 올 2분기 지표는 100.18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예산정책처는 "유럽재정위기 이후 소비 및 설비투자 회복속도는 (다른 경기회복기와 비교할 때) 가장 완만하다"고 지적했다.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반기 낙관 힘들어 = 그런데 주목할 것은 건설투자만큼은 어느 경기회복기보다 현재 회복기에서 가장 월등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 2분기 현재 건설투자는 저점으로 추정되는 2012년 4분기(100)보다 월등히 높은 107.57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외환위기 때나 카드채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기에는 건설투자가 거의 저점 수준에서 맴도는 모습을 보인다.
외환위기 때는 저점 이후 2분기가 지난 1999년 1분기에 건설투자는 100.82로 저점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IT버블 붕괴 이후 회복기 때에도 저점 이후 2분기가 지난 2002년 1분기에 100.25로 저점 때보다 약간 높아진 정도였다. 카드채위기 때는 저점 이후 2분기가 지난 2005년 4분기에 96.60을 기록해 오히려 경기 저점 때보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건설투자 회복속도가 가장 빠른데 이는 정부의 정책적 효과가 크게 반영된 데 기인한다"면서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회간접자본투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하반기 성장률 전망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지속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소비와 건설투자로 인한 경제성장률 신장이 얼마나 지속가능하냐는 것이다. 실제 1, 2분기를 합한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로 이 중 정부소비 기여도는 0.3%p, 건설투자 기여도는 0.7%p로 두 부분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신후식 국회예산정책처 거시경제분석과장은 "하반기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른 지표는 거의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투자 증가가 성장률 향상으로 이어지는 착시효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중 3.5%대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설비투자 회복속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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