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장보고대상 수상자 시리즈 1 임태일 태림상사 대표] 제주 톳 가공해 1만7000여 어민 소득 높여

지역내일 2013-06-17 (수정 2013-06-17 오후 1:44:56)
일본 이어 중국·미국 수출 … 어민들과 갯닦기 등 바다자원 회복 노력

해상왕 장보고는 청해진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해양영토'를 개척했다. 내일신문과 한국해양재단, 해양수산부는 지난 2006년 장보고대상을 제정해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으로 우리나라의 해양력을 키우고 있는 숨은 인재를 발굴해 그 뜻을 널리 알리고 국민이 함께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내일신문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 7회 장보고대상 최종 심사에서 대통령상(박규원 테크로스 대표), 총리상(여수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상(임태일 태림상사 대표), 해양수산부장관상(한국해양과학기술원 태평양해양연구센터)에 각각 선정된 이들을 소개한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사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어촌계 어민들이 톳을 채취하고 있다.(사진 왼쪽) 임태일 태림상사 대표가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가공공장에서 제주도에서 받은 '제주대표 수출상품 인증서'를 선보이고 있다. 임 대표 뒤의 탱크는 톳을 찐 액을 저장하는 곳이다.>

제주도 연안 100여곳에 사는 어민 1만7000여명은 제주바다가 키운 톳을 채취해 살림살이에 보탠다. 제주도에서 한 해 생산되는 톳은 자연산 200톤. 태림상사는 이 톳들을 모두 사들여 가공,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한다.

태림상사는 최근 중국, 미국 등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국내 톳 시장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태림상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35억원으로 많지 않지만 제주지역에 있는 유일한 톳 가공기업이다. 작지만 제주어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향토자원 톳을 특산품으로 부가가치 높여 = 임태일 태림상사 대표는 선친의 가업을 이어받았다. 무역업을 하던 임 대표 선친은 1971년 제주도 성산면에 가공공장을 세워 원물(자연산 톳)로 수출하던 톳의 부가가치를 높였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임 대표가 경영을 맡은 후 자연산 톳을 건강기호식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데 주력했다.

톳은 '칼슘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영양분이 풍부해 자연건강식품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톳의 날'이 지정됐을 정도다.

그는 1992년 가공공장을 서귀포시 대정읍으로 옮기면서 시설을 보강했다. 톳 외에도 감태와 우뭇가사리, 미역 등도 가공·판매하고 있다.

태림상사는 지난 2003년,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지역특화기술개발기업으로 선정돼 톳의 성분 중 항산화 및 항노화성 물질과 각종 이로운 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밥에 넣는 톳', '톳영양밥', '상쾌한 하루' 등을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6년 무역의 날에는 3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했다.

2004년부터는 국내 시판에 돌입, 2011년에는 '토디네'라는 브랜드를 개발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또 고정순 제주향토음식문화연구소장과 함께 고급스러운 톳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톳밥, 톳두부찜, 톳멸치볶음, 톳칼국수, 바게트 톳 피자 등 10여종을 선보였다.

버려지는 폐기물을 돈이 되는 자원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톳을 찐 후 나오는 액을 고분자 생리활성물질로 만드는 연구가 그것이다. 톳을 찐 물은 하루 1.5톤 나오는 데 500kg은 착색용으로 사용하고 1톤은 버리고 있다.

태림상사는 올해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진행하는 '산업집적지 경쟁력강화·기업성장육성사업'에 '해조가공부산액을 이용한 보습 및 미백기능을 가진 화장품 조성물 개발'을 제안, 채택됐다. 임 대표는 이를 통해 화장품 회사 피코스텍과 톳을 원료로 한 화장품을 개발 중이다. 그는 "톳의 항산화, 보습, 미백효과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어민에겐 없어선 안 될 사람 = 임 대표는 제주산 톳을 비싸게 구입한다. 지난해 기준 산지에서 톳 1kg 가격은 4000~4500원이었지만 태림상사는 다른 지역보다 30% 가량 비싼6000원에 구입했다. 원료구입비만 한 해 3억원 이상 추가로 지출하고 있다. 올해도 3000원대에 형성되는 가격을 5150원에 구입하고 있다.

임백연 제주시 하도리 어촌계장은 "태림은 톳 가격을 시세보다 높게 해준다"며 "가격이 좋으면 어민들의 생산의욕도 높아지고 자원을 지키겠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하도어촌계 어민 507명도 생산한 톳 15톤을 전량 태림에 판매하고 있다.

태림상사가 제주산 톳을 비싸게 구입하는 것은 제주톳의 가치를 지키는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제주산 톳이 무단 반출되지 않도록 막겠다고 발표했다. 육지로 반출된 톳이 양식산과 섞여 일본시장에서 제주산으로 '둔갑판매'될 경우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양희범 제주도 수산담당 사무관은 "임 대표는 제주산 톳을 비싸게 구입하면 육지로 빠져나가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다른 가공업체보다 비싸게 구입하는데 그것은 제주톳의 가치를 지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임 대표는 지난 2002년 기업부설연구소를 만들었고 올해는 박사과정 연구원을 보강해 제주대학과 함께 톳에서 기능성 물질을 추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품질 좋은 톳에 대한 고집은 일본 바이어가 40년 이상 태림상사와 거래를 이어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시장에서 중국산 톳이 맹렬한 기세로 따라오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은 경쟁국이자 신흥 시장" = 중국은 강소성 온주지방을 중심으로 대규모 톳 양식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시장에서 국내산 톳은 85%까지 점유했지만 최근엔 40%대로 추락했다. 빈 자리는 중국산이 치고 들어왔다.

임 대표는 새로운 생산지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경쟁하는 한편 중국의 소비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지난해 10~11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제주지역본부와 함께 중국 상하이, 칭다오, 대만 등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참석해 '밥에 넣는 톳', '진참톳' 제품 등을 2만달러 가량 수출하기로 계약한 바 있다. 이찬복 한국수산무역협회 전무는 "중국에서 대규모 소비가 이뤄지면 태림이 톳 시장의 선도기업으로 재성장하고 일본시장에서도 가격이 좋아져 어민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해조류 소비가 적은 미주시장 개척에도 나서 올해 2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을 맺었다. 톳 수출은 2011년 247만7000달러, 2012년 268만7000달러로 늘어나고 있다.

바다자원 회복프로그램 실행 = 임 대표는 제주도청 및 어민들과 바다자원 회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 해 3000톤 가량 생산되던 제주 톳이 200톤으로 줄어들 정도로 바다 환경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일본 미에현 이쎄지역에서 진행 중인 자원회복 프로그램을 제주도에 소개했다. 이쎄시는 지역대학(미에대학), 지자체(이쎄시), 생산자(어민), 가공·판매업체 및 소비자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해 갯녹음 등으로 황폐해진 바다에서 톳을 생산하기 위한 자원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에대학 생물자원연구소 마에가와 교수 보고서에 따르면 이쎄 어민과 공무원 등은 지난해 6월 4일 갯바위 등을 청소(갯닦기)하고 같은 달 17일 톳 포자를 뿌렸다. 3개월 후 톳 포자가 바위에 붙어 살아났고 올 2월 바닷숲이 부활했다. 지역어민들은 올 4월 톳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양 사무관은 "임 사장이 어촌계장들을 모두 모아놓고 일본 사례를 소개한 후 제주도는 관주도로 진행하던 자원회복 사업을 어민 스스로 하는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올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하도리 어촌계 등은 시범사업을 앞두고 올해 갯닦기를 끝냈다.

임 대표는 "톳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판매할 곳이 없으면 어민 소득이 줄어들고, 소득이 줄면 한 명 두 명 어촌을 떠나 제주도 풍속을 지탱해 온 어촌과 관광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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