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과 통합, 득보다 실이 더 커 … 금융위, 정책금융기관 개편 다음주 확정
금융위원회의 정책금융기관 개편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줄곧 수세에 몰렸던 무역보험공사(무보)와 정책금융공사(정금공)가 반격에 나섰다. 수요자인 경제단체까지 거들고 나서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어떤 방안을 내놓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정책금융개편 태스크포스는 지난 4일 경제부처 주요 장관들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개편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알려졌던 것처럼, 대내정책금융은 4년 전에 분리했던 산업은행(산은)과 정금공을 다시 통합하고 대외정책금융인 무보와 수출입은행(수은)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조정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금융위는 서별관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일부 내용을 수정한 뒤 다음주에 태스크포스 회의에 최종적인 방안을 상정, 확정지을 계획이다. 금융위관계자는 "현재 개편방안을 가다듬고 있는 단계로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산은과 정금공 통합, 무보와 수은의 기존 체제 유지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9년 행위 뒤집는데, 설득력 있는 해명 없어 = 하지만 8월말에 종료될 태스크포스 일정을 감안하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보고한 방안이 최종적인 개편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개편안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기관은 정금공이다.
정금공은 지난 2009년 10월 산은의 시장마찰을 해소하고 정책금융 강화를 위해 별도로 설립한 순수정책금융기관이다. 당시 금융위는 국회 공청회에서, 산은이 정책금융과 산업금융이 혼재돼 대기업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정책금융을 분리해 정금공을 설립하면 중소기업에게 15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시장 마찰이 잦은 민간영역 부문과 정책금융 부문을 분리하고 질 높은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서는 산은의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똑같은 이유로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해야 한다는 게 현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정금공이 발끈하는 이유이다. 정금공 관계자는 "통합으로 자금공급여력이 30조원 가량 줄어드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1980년대부터 시작한 산은 민영화는 산은의 시장마찰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수명이 다했다는 사회적 평가에 따라 추진됐던 것인데, 재통합은 정부가 주장했던 것을 뒤집는 것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국가재정으로 산은 먹여 살린건지 의문" = 더욱이 재통합해 산은 민영화를 백지화한다고 해도, 시장에 약속한 기업공개(IPO)는 피할 수 없다. 산은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내년 5월까지 1주라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문제는 통합 법인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진다는 점이다. 현재 정금공과 산은의 자본금이 각각 22조1000억원, 20조9000억원데 반해, 통합 법인은 24조9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부채는 193조8000억원으로 그대로다. 여기에다 정금공이 갖고 있는 수은·중소기업은행·전력공사·도로공사·토지주택공사·수자원공사·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 지분이 그대로 통합법인에 넘어가면 IPO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금공 관계자는 "산은 민영화는 안한다고 하더라도 IPO는 해야 하는데, 정금공과 합치는 순간 재무제표가 엉망이 돼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가 없다"며 "결국 정부가 산은의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는데, 세입 때문에 추경하는 나라에서 언제까지 국가 재정으로 산은을 먹여 살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수은 대외채무보증은 무보로 이관해야" = 기존 체제 유지로 가닥이 잡힌 무보는 지난 2008년 수은이 뒤늦게 도입한 대외채무보증을 이관 받겠다는 입장이다. 무보의 중장기보험과 같은 대외채무보증을 넘겨받아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무보 관계자는 "간접수출신용인 보험과 보증은 무보로 일원화하고 수은은 대외채무보증 이전으로 발생한 여력을 대출에 집중하는 것이 수출지원 확대를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도 가세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정금공은 지난 2010년 이후 53개 펀드 결성(총액 1조7682억원)을 주도해 벤처캐피탈시장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해왔다"며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이때, 대기업 지원 위주의 설비금융을 전담해온 산업은행보다는 중소·벤처기업에 집중해온 정금공이 그 역할을 별도로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건의를 통해 "지난 1992년 수은 체제하의 무역보험 지원실적은 1조8000억원이었으나 무보 설립으로 이원화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지원실적은 20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며 "특히 무역보험의 수출기여효과는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주요 36개국 중 단기보험과 중장기 보험을 분리, 운영한 사례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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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의 정책금융기관 개편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줄곧 수세에 몰렸던 무역보험공사(무보)와 정책금융공사(정금공)가 반격에 나섰다. 수요자인 경제단체까지 거들고 나서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어떤 방안을 내놓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정책금융개편 태스크포스는 지난 4일 경제부처 주요 장관들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개편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알려졌던 것처럼, 대내정책금융은 4년 전에 분리했던 산업은행(산은)과 정금공을 다시 통합하고 대외정책금융인 무보와 수출입은행(수은)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조정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금융위는 서별관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일부 내용을 수정한 뒤 다음주에 태스크포스 회의에 최종적인 방안을 상정, 확정지을 계획이다. 금융위관계자는 "현재 개편방안을 가다듬고 있는 단계로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산은과 정금공 통합, 무보와 수은의 기존 체제 유지는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2009년 행위 뒤집는데, 설득력 있는 해명 없어 = 하지만 8월말에 종료될 태스크포스 일정을 감안하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 보고한 방안이 최종적인 개편안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개편안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기관은 정금공이다.
정금공은 지난 2009년 10월 산은의 시장마찰을 해소하고 정책금융 강화를 위해 별도로 설립한 순수정책금융기관이다. 당시 금융위는 국회 공청회에서, 산은이 정책금융과 산업금융이 혼재돼 대기업에 대한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정책금융을 분리해 정금공을 설립하면 중소기업에게 15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시장 마찰이 잦은 민간영역 부문과 정책금융 부문을 분리하고 질 높은 투자은행 육성을 위해서는 산은의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똑같은 이유로 산은과 정금공을 통합해야 한다는 게 현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정금공이 발끈하는 이유이다. 정금공 관계자는 "통합으로 자금공급여력이 30조원 가량 줄어드는 것을 차치하더라도, 1980년대부터 시작한 산은 민영화는 산은의 시장마찰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수명이 다했다는 사회적 평가에 따라 추진됐던 것인데, 재통합은 정부가 주장했던 것을 뒤집는 것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언제까지 국가재정으로 산은 먹여 살린건지 의문" = 더욱이 재통합해 산은 민영화를 백지화한다고 해도, 시장에 약속한 기업공개(IPO)는 피할 수 없다. 산은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내년 5월까지 1주라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
문제는 통합 법인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진다는 점이다. 현재 정금공과 산은의 자본금이 각각 22조1000억원, 20조9000억원데 반해, 통합 법인은 24조9000억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부채는 193조8000억원으로 그대로다. 여기에다 정금공이 갖고 있는 수은·중소기업은행·전력공사·도로공사·토지주택공사·수자원공사·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 지분이 그대로 통합법인에 넘어가면 IPO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금공 관계자는 "산은 민영화는 안한다고 하더라도 IPO는 해야 하는데, 정금공과 합치는 순간 재무제표가 엉망이 돼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가 없다"며 "결국 정부가 산은의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는데, 세입 때문에 추경하는 나라에서 언제까지 국가 재정으로 산은을 먹여 살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수은 대외채무보증은 무보로 이관해야" = 기존 체제 유지로 가닥이 잡힌 무보는 지난 2008년 수은이 뒤늦게 도입한 대외채무보증을 이관 받겠다는 입장이다. 무보의 중장기보험과 같은 대외채무보증을 넘겨받아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
무보 관계자는 "간접수출신용인 보험과 보증은 무보로 일원화하고 수은은 대외채무보증 이전으로 발생한 여력을 대출에 집중하는 것이 수출지원 확대를 위한 최적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경제단체들도 가세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정금공은 지난 2010년 이후 53개 펀드 결성(총액 1조7682억원)을 주도해 벤처캐피탈시장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해왔다"며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이때, 대기업 지원 위주의 설비금융을 전담해온 산업은행보다는 중소·벤처기업에 집중해온 정금공이 그 역할을 별도로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건의를 통해 "지난 1992년 수은 체제하의 무역보험 지원실적은 1조8000억원이었으나 무보 설립으로 이원화후 20여년이 지난 현재 지원실적은 20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며 "특히 무역보험의 수출기여효과는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주요 36개국 중 단기보험과 중장기 보험을 분리, 운영한 사례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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