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부담 … 가계 연체율 상승으로 건전성은 악화될 듯
지난달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버냉키 쇼크 이후 전 세계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으로 경제회복을 꾀해온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5월말 연 2.78%였던 3년 만기 국고채가 최근 연 2.99%까지 올랐다. 은행채도 2.93%에서 3.28%, 카드채는 3.05%에서 3.42%로 뛰었다. 한 달새 0.2%p∼0.4%p까지 오른 것이다.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자, 은행과 보험사들이 은행 및 대출금리와 공시이율을 인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5일 일부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p 인상했다. 정기예금의 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대출금리도 상승세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대 0.3%p까지 올랐다. 보험사 공시이율도 꿈틀대기는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은 이달 연금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을 전달보다 0.01%p 올린 연 3.94%로 책정했다. 교보생명도 저축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을 0.07%p 올려 연 3.96%로 인상했다.
시장금리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당장 가계에는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회사는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두 혜택을 보리라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전년 대비 40% 급감한 은행권 수익 개선 = 특히 자산 민감형 금리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이 가장 큰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인상한다. 금리상승폭도 대출금리가 더 크다. 그만큼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올해들어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의 금리하락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와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대손충당금 증가로 순이익이 곤두박질쳤다.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보험사 역시 저금리로 인한 이자역마진 부담을 줄이고 4%대까지 떨어진 자산운용수익률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보유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발생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자산의 60%이상을 장기채권 위주로 운용하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리상승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는 회사별로 다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채권투자를 많이 한 일부 대형 증권사는 평가손실이 적지 않아 급격한 금리상승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반해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 운용과 주식시장 활황으로 연결돼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융권 고위 임원은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 금리와 시장금리 차이가 커지면 수익이 늘어 채권 평가손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신용자 거래 저축은행·상호금융 연체율 상승할 듯 = 금융사 중 유일하게 카드사와 캐피탈사만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2.75%까지 내려갔던 카드채 금리가 5월말 3.05%로 오르더니 7월초에는 3.42%까지 올랐다. 조달금리가 0.7%p 가까이 오른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수익성이나 자산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금리상승이 연체율을 높여 금융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전 금융권의 연체율은 2.08%다. 보험사가 0.55%로 가장 낮았고 은행이 0.96%로 그 뒤를 따랐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13.40%)과 상호금융(4.48%), 여신전문금융사(3.88%)가 높은 수준이다.
현 연체율 수준을 볼 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문제다. 이들 금융사에는 주로 신용등급 5∼6등급과 저신용자들이 거래하고 있다. 금리상승시 그만큼 충격이 큰 계층이 몰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다른 금융권이 가계대출을 줄일 때, 올해 들어 저축은행은 가계대출을 4% 가량 늘렸다. 3월말 현재 대출규모가 9조2000억원이다.
금융권 임원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은 연체율이 올라가더라도 개선된 수익성을 가지고 대손충당금을 쌓아 상쇄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은 다르다"며 "다만 가계부채 문제가 전체 금융시스템 부실로 전이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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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언급한 버냉키 쇼크 이후 전 세계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공급으로 경제회복을 꾀해온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5월말 연 2.78%였던 3년 만기 국고채가 최근 연 2.99%까지 올랐다. 은행채도 2.93%에서 3.28%, 카드채는 3.05%에서 3.42%로 뛰었다. 한 달새 0.2%p∼0.4%p까지 오른 것이다.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자, 은행과 보험사들이 은행 및 대출금리와 공시이율을 인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5일 일부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p 인상했다. 정기예금의 금리를 올린 것은 2011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대출금리도 상승세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대 0.3%p까지 올랐다. 보험사 공시이율도 꿈틀대기는 마찬가지다. 한화생명은 이달 연금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을 전달보다 0.01%p 올린 연 3.94%로 책정했다. 교보생명도 저축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을 0.07%p 올려 연 3.96%로 인상했다.
시장금리 인상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당장 가계에는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융회사는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 금리인상으로 인한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모두 혜택을 보리라는 것이 금융권의 관측이다.

◆전년 대비 40% 급감한 은행권 수익 개선 = 특히 자산 민감형 금리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이 가장 큰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은행들은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인상한다. 금리상승폭도 대출금리가 더 크다. 그만큼 이자이익이 늘어나는 셈이다.
올해들어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 등의 금리하락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와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대손충당금 증가로 순이익이 곤두박질쳤다.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했다.
보험사 역시 저금리로 인한 이자역마진 부담을 줄이고 4%대까지 떨어진 자산운용수익률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보유중인 채권의 평가손실이 발생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은 부담이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자산의 60%이상을 장기채권 위주로 운용하고 있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리상승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는 회사별로 다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채권투자를 많이 한 일부 대형 증권사는 평가손실이 적지 않아 급격한 금리상승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 반해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 운용과 주식시장 활황으로 연결돼 수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금융권 고위 임원은 "증권사는 고객 예탁금 금리와 시장금리 차이가 커지면 수익이 늘어 채권 평가손을 상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신용자 거래 저축은행·상호금융 연체율 상승할 듯 = 금융사 중 유일하게 카드사와 캐피탈사만 조달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2.75%까지 내려갔던 카드채 금리가 5월말 3.05%로 오르더니 7월초에는 3.42%까지 올랐다. 조달금리가 0.7%p 가까이 오른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가 급등하지 않는 이상 수익성이나 자산건전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금리상승이 연체율을 높여 금융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전 금융권의 연체율은 2.08%다. 보험사가 0.55%로 가장 낮았고 은행이 0.96%로 그 뒤를 따랐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13.40%)과 상호금융(4.48%), 여신전문금융사(3.88%)가 높은 수준이다.
현 연체율 수준을 볼 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이 문제다. 이들 금융사에는 주로 신용등급 5∼6등급과 저신용자들이 거래하고 있다. 금리상승시 그만큼 충격이 큰 계층이 몰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다른 금융권이 가계대출을 줄일 때, 올해 들어 저축은행은 가계대출을 4% 가량 늘렸다. 3월말 현재 대출규모가 9조2000억원이다.
금융권 임원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은 연체율이 올라가더라도 개선된 수익성을 가지고 대손충당금을 쌓아 상쇄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은 다르다"며 "다만 가계부채 문제가 전체 금융시스템 부실로 전이될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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