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과 내수부진으로 신용하락
조선업종은 아예 신규대출 거부
올해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지속되는 불황으로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특히 실적부진과 신용하락으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일부에서는 '돈맥경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다지만 우량 기업만 선호하고 있다. 조선 건설 등 수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업종의 기업들은 신규대출에서 제외돼 자산 매각으로 연명하고 있다. 호황기 때 벌어놓은 자금은 바닥난 지 오래다.
중소기업들이 "은행은 맑은 날씨에 우산을 팔려하고, 정작 비올 때는 우산을 뺏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신규대출 거부 = 제조업을 하고 있는 A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큰 어려움 없었다. 은행들마다 저리 대출을 부탁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부진으로 매출이 하락하고 부채가 늘자 은행들은 곧바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A사는 신규대출이 막혀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조선기자재 B사는 3년전만해도 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 조선시황이 악화되면서 올해 매출은 반토막이 됐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비중이 30%대로 늘었다.
하지만 은행은 제무제표를 근거로 2~3%대 대출 이자를 6.5%로 올렸다. 신규대출은 금지됐다. 현재 B사는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하며 버티고 있다.
B사 대표는 "조선업체들은 아예 신규대출 심사대상이 아니어서 서류조차 내지 못한다"면서 "자금을 마련한 길이 없어 버티다 망하는 게 조선업종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방송콘텐츠 업종 사정은 더 열악하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콘텐츠 중소기업은 은행들이 거래를 꺼린다. 방송사 외주업체 중소기업 C사는 10년 넘도록 은행거래를 트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방송콘텐츠 업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매출과 이익이 적은 업종 탓에 법인 신용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필요한 자금은 대표 개인 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당연히 이자는 매우 높다. 실제로 수년전 8000만원을 대출했는데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해 1000만원 가량을 갚아야 했다. 은행에서는 1년 단기 대출만 가능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장기 불황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줄이 막히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돈맥경화' 신호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중 은행들은 대출 연장 때 상환액을 평소보다 많은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늘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중기 대출 증가액 중 80%가 소호 대출 = 중소기업 자금 조달 사정은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각종 정책금융기관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고 있지 않다는 게 기업들 지적이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월말 현재 178조7316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중 늘어난 액수가 4조5175억원, 이 중 2분기에 늘린 액수가 3조63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에 소호(개인사업자) 대출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2분기 늘어난 액수 3조638억원 중 약 80%인 2조 4506억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이었다.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호하는 이유는 담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우량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중간에 있는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은행권 대출의 혜택을 보지 못한 셈이다.
시중은행 은 우량 중소기업 대출은 출혈경쟁이 걱정될 정도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대기업들의 은행자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담보가 확실하지 않은 일부 중소기업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중기대출 양극화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금감원은 지난 6월 18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중기대출 양극화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1∼3등급 기업대출은 15조6000억원, 4∼5등급은 34조1000억원 늘어났지만 6등급 이하는 20조3000억원 준 바 있다.
은행권 대출이 힘든 중소기업들은 자본시장 쪽에도 눈을 돌릴 수 있지만 직접 자금 조달은 더욱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회사채 시장의 경우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지난 5월 발행된 일반 회사채 중 대기업 발행액은 3조850억원으로 전체 99.9%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액은 40억원뿐이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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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종은 아예 신규대출 거부
올해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지속되는 불황으로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특히 실적부진과 신용하락으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일부에서는 '돈맥경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시중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다지만 우량 기업만 선호하고 있다. 조선 건설 등 수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업종의 기업들은 신규대출에서 제외돼 자산 매각으로 연명하고 있다. 호황기 때 벌어놓은 자금은 바닥난 지 오래다.
중소기업들이 "은행은 맑은 날씨에 우산을 팔려하고, 정작 비올 때는 우산을 뺏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신규대출 거부 = 제조업을 하고 있는 A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큰 어려움 없었다. 은행들마다 저리 대출을 부탁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내수부진으로 매출이 하락하고 부채가 늘자 은행들은 곧바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A사는 신규대출이 막혀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
조선기자재 B사는 3년전만해도 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 조선시황이 악화되면서 올해 매출은 반토막이 됐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비중이 30%대로 늘었다.
하지만 은행은 제무제표를 근거로 2~3%대 대출 이자를 6.5%로 올렸다. 신규대출은 금지됐다. 현재 B사는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으로 자금을 마련하며 버티고 있다.
B사 대표는 "조선업체들은 아예 신규대출 심사대상이 아니어서 서류조차 내지 못한다"면서 "자금을 마련한 길이 없어 버티다 망하는 게 조선업종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방송콘텐츠 업종 사정은 더 열악하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콘텐츠 중소기업은 은행들이 거래를 꺼린다. 방송사 외주업체 중소기업 C사는 10년 넘도록 은행거래를 트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은 방송콘텐츠 업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매출과 이익이 적은 업종 탓에 법인 신용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필요한 자금은 대표 개인 신용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당연히 이자는 매우 높다. 실제로 수년전 8000만원을 대출했는데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해 1000만원 가량을 갚아야 했다. 은행에서는 1년 단기 대출만 가능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장기 불황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줄이 막히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돈맥경화' 신호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중 은행들은 대출 연장 때 상환액을 평소보다 많은 액수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늘고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월말 현재 178조7316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중 늘어난 액수가 4조5175억원, 이 중 2분기에 늘린 액수가 3조638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에 소호(개인사업자) 대출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2분기 늘어난 액수 3조638억원 중 약 80%인 2조 4506억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이었다.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선호하는 이유는 담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부 우량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중간에 있는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은행권 대출의 혜택을 보지 못한 셈이다.
시중은행 은 우량 중소기업 대출은 출혈경쟁이 걱정될 정도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중소기업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대기업들의 은행자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쪽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담보가 확실하지 않은 일부 중소기업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중기대출 양극화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고 있지만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금감원은 지난 6월 18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중기대출 양극화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금감원 조사 결과 2009년부터 올해 3월까지 1∼3등급 기업대출은 15조6000억원, 4∼5등급은 34조1000억원 늘어났지만 6등급 이하는 20조3000억원 준 바 있다.
은행권 대출이 힘든 중소기업들은 자본시장 쪽에도 눈을 돌릴 수 있지만 직접 자금 조달은 더욱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회사채 시장의 경우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 지난 5월 발행된 일반 회사채 중 대기업 발행액은 3조850억원으로 전체 99.9%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액은 40억원뿐이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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