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 반영 못하는 지표에 서민은 짜증난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전년 동월 대비)였다. 지난해 10월 2.1%에서 11월 1.6%로 떨어진 이후 9개월 연속 1%대의 저물가 기조가 유지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를 대로 오른 생활물가에 등골이 휘는 서민들에겐 정부가 발표하는 낮은 물가수치는 짜증만 더할 뿐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12명을 표본추출해 조사한 결과 살림살이를 가장 힘들게 한 요인을 묻는 질문에 '체감물가'라고 답변한 이들이 39.2%로 가장 많았다. 정부 통계상으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은행이 지난달말 내놓은 물가보고서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2.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1.0%보다 1.8%p나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수준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건 그만큼 체감물가가 높다는 의미다. 7월에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9%,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로 격차가 1.5%p로 줄긴 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달했던 지난해 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괴리가 컸다.

◆신선식품가격 2010년에만 20% 이상 상승 = 이처럼 지표물가가 하락하는데도 체감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는 우선 심리적인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자주 구매하는 생필품 가격이 오르는 경우나 소득이 빠듯한 상황에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가격변동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들은 가격이 내리는 것 보다 오르는데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물가보고서에서 일반인들은 향후 물가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데 1~2년전 물가변동까지 고려해 결정하고, 물가상승세 확대국면보다 둔화국면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소극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년 3.0%, 2011년에는 4.0%에 달했고 지난해 들어서야 2.2%로 떨어졌다. 특히 생활물가지수는 2010년 3.4%, 2011년 4.4% 올랐고, 밥상물가를 보여주는 신선식품지수는 2010년 21.3%나 치솟았고, 2011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6.3%와 5.8%나 상승했다. 최근 2~3년간 자주 구매하는 물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경험으로 인해 기대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생활물가나 신선식품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물가가 안정됐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통계청 김보경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2~3년간 생활물가가 많이 올라 지수자체가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지표는 상승률로 보기 때문에 실제 느끼는 물가수준보다 낮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지수 개편 앞당기기로 = 정부의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 확대도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를 확대시킨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물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무상보육·급식의 확대실시는 3월 이후 소비자물가를 0.36%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물가 상승률 둔화는 실제 가격이 하락하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어서 체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자체가 가진 한계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상품과 서비스 481개 품목으로 구성되는데 통계청은 5년마다 각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한다. 그러다보니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패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령 통신기술의 발달로 신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주고 신제품을 사지만 물가지수는 구형제품으로 산출한다.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지수를 재편하면서 농축산물 가중치를 낮추는 대신 TV나 세탁기 등 내구재 품목의 비중을 높였다. 내구재가 생필품이긴 하지만 구매주기가 긴 반면 농축산물은 값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자주 구매하다보니 체감물가에 더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내구재에 비해 농축산물 비중을 줄였으니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차이는 그만큼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지수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수 개편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내년 중 완료를 목표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대표성 있는 품목을 선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일이 간단치 않은데다 한번 지수를 바꾸면 과거 데이터까지 다 수정해야하는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물가지수 개편주기를 앞당기기로 했다"며 "내년 중 완료를 목표로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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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전년 동월 대비)였다. 지난해 10월 2.1%에서 11월 1.6%로 떨어진 이후 9개월 연속 1%대의 저물가 기조가 유지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좀처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를 대로 오른 생활물가에 등골이 휘는 서민들에겐 정부가 발표하는 낮은 물가수치는 짜증만 더할 뿐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12명을 표본추출해 조사한 결과 살림살이를 가장 힘들게 한 요인을 묻는 질문에 '체감물가'라고 답변한 이들이 39.2%로 가장 많았다. 정부 통계상으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은행이 지난달말 내놓은 물가보고서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2.8%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1.0%보다 1.8%p나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이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수준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높다는 건 그만큼 체감물가가 높다는 의미다. 7월에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9%,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로 격차가 1.5%p로 줄긴 했으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달했던 지난해 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괴리가 컸다.

◆신선식품가격 2010년에만 20% 이상 상승 = 이처럼 지표물가가 하락하는데도 체감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로는 우선 심리적인 요인을 꼽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자주 구매하는 생필품 가격이 오르는 경우나 소득이 빠듯한 상황에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가격변동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들은 가격이 내리는 것 보다 오르는데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물가보고서에서 일반인들은 향후 물가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데 1~2년전 물가변동까지 고려해 결정하고, 물가상승세 확대국면보다 둔화국면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소극적으로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년 3.0%, 2011년에는 4.0%에 달했고 지난해 들어서야 2.2%로 떨어졌다. 특히 생활물가지수는 2010년 3.4%, 2011년 4.4% 올랐고, 밥상물가를 보여주는 신선식품지수는 2010년 21.3%나 치솟았고, 2011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6.3%와 5.8%나 상승했다. 최근 2~3년간 자주 구매하는 물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경험으로 인해 기대인플레이션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생활물가나 신선식품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미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상승폭이 둔화됐다고 물가가 안정됐다고 여기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통계청 김보경 물가동향과장은 "최근 2~3년간 생활물가가 많이 올라 지수자체가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지표는 상승률로 보기 때문에 실제 느끼는 물가수준보다 낮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지수 개편 앞당기기로 = 정부의 무상보육 등 복지정책 확대도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괴리를 확대시킨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물가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무상보육·급식의 확대실시는 3월 이후 소비자물가를 0.36%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무상보육 확대로 인한 물가 상승률 둔화는 실제 가격이 하락하면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어서 체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자체가 가진 한계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문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상품과 서비스 481개 품목으로 구성되는데 통계청은 5년마다 각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한다. 그러다보니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패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령 통신기술의 발달로 신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주고 신제품을 사지만 물가지수는 구형제품으로 산출한다.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지수를 재편하면서 농축산물 가중치를 낮추는 대신 TV나 세탁기 등 내구재 품목의 비중을 높였다. 내구재가 생필품이긴 하지만 구매주기가 긴 반면 농축산물은 값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자주 구매하다보니 체감물가에 더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내구재에 비해 농축산물 비중을 줄였으니 체감물가와 지표물가의 차이는 그만큼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지수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수 개편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내년 중 완료를 목표로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하다. 대표성 있는 품목을 선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일이 간단치 않은데다 한번 지수를 바꾸면 과거 데이터까지 다 수정해야하는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물가지수 개편주기를 앞당기기로 했다"며 "내년 중 완료를 목표로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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