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6차산업화 전문가포럼 발족 … 1차산업 없이 6차산업 없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농업·농촌이 창조경제의 산실로 부각되고 있다.
농민소득을 올리고 농촌의 활력을 찾기 위해, 국민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농업계의 창조적 노력은 네덜란드보다 높은 생산성이나 주곡자급, 4계절 신선채소 공급 등에서 증명된다.
농업분야 최대 연구기관이자 기술보급기관인 농촌진흥청은 농업·농촌 창조경제의 바탕이다. 내일신문은 이곳에서 진행 중인 6차산업화, 농생명산업, 해외농업협력 등을 살펴본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아이포크영농조합(대표 김종필)의 가공공장은 학교급식용으로 제공할 돼지고기 작업을 끝내고 청소가 한창이었다. 해썹(HACCP-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인증을 받은 작업장은 외부인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벽면에 크고 투명한 창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경기도 29명의 양돈농가들이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키워온 꿈의 결정체다. 지난 2002년 화성, 김포, 이천, 여주, 안성, 용인, 평택 등 경기지역 7개 시·군의 양돈농가들이 6억2100만원을 출자해 만든 '아이포크'는 설립당시 연 1500마리의 돼지를 도축했는데 지금은 연간 4만두 규모로 늘었다. 매출액은 200억원이 넘었다.
'아이포크' 브랜드로 출시되는 돼지고기는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될 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220개 학교에서 급식용으로 사용한다. 회원들은 일반 농가에 비해 돼지 1마리당 1만5000원~2만원 더 많은 돈을 번다. 돼지를 키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가공을 하고 브랜드를 개발한 덕분에 이룬 성과다.
'아이포크'는 최근 생산(1차산업), 가공(2차산업)에서 판매·유통(3차산업)과 체험관광(3차산업) 등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농업·농촌 6차산업화를 접목하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아이포크와 같이 6차산업화를 추진하는 농업경영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1·2차를 기반으로 한 6차산업 = 김종필 아이포크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 주말 출발해 11일까지 2박3일간 일본 나라지역에 있는 6차산업 현장을 보고 왔다"며 "체험목장에서 직접 발효생햄을 만들어 먹고 바비큐도 시식하며 잠도 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 농가에서 만든 발효생햄이 오사카의 한신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라는 것도 보고 왔다.
이번 일본출장은 건국대, 한국농수산대, 천안연암대 등의 축산교수들과 농협중앙회의 유통담당자가 함께 했다. 김 대표는 "아이포크는 1·2차산업의 기반이 갖춰져 있어 3차산업을 접목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이포크를 6차산업으로 키우려는 시도를 하면서 '한걸음 더하기'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그는 "영농조합을 만들겠다고 법무사 사무실에 갔더니 법무사가 높게 쌓인 서류를 가리키며 '많은 영농조합들이 망하고 있다'며 영농조합을 하겠다는 나를 신기한 듯 보더라"며 "6차산업도 일시적 유행처럼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포크는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1차산업에 기반해서 2차산업을 결합했고, 이제는 견고한 1·2차산업을 기초로 3차산업을 결합하려는 것"이라며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면 설혹 새로운 시도가 실패해도 기반이 튼튼해 사업이 망할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이포크는 난개발지역인 화성에 위치해 있어 관광지로는 약점이 있지만 서울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농촌진흥청 축산물 가공육제품 시범으로 시작한 발효생햄 생산이 시판을 앞둘 정도로 성장한 게 밑천이다. 최근엔 가공장 옆에 까페도 만들고 직판장도 열었다.
김 대표는 "농진청이 진행하고 있는 '지역전략작목 산·학·연 협력사업'을 통해 아이포크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2003년 시작한 이 사업은 올해 끝나는 데 사업이 6차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업·농촌 지도자를 돕는다 = 정부는 지난 7월 26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13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농촌의 활력을 증진하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농업의 6차산업화 추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를 통해 오는 2017년까지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6차산업화 주체를 1000개 육성하고 현재 연평균 4.6%씩 증가하고 있는 농외소득 증가율을 7.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령농과 여성 등을 위한 농촌지역 일자리도 매년 5000개씩 창출할 계획이다.
이양호 농진청장은 지난 13일 수원 농진청에서 '6차산업화 전문가 포럼'을 발족하고 위원들과 6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청장은 14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정부에서 지난 7월말 6차산업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현장에서 실천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포럼 위원들도 현장은 갖고 있는 자원이나 여건이 모두 달라 창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창조의 핵심이고 6차산업 성공을 위해서는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지도자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정책의 이름이 어떻게 바뀌든 핵심은 지도자들이 요구하는 게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농진청은 농촌지원국에 6차산업지원태스크포스(TF)도 설치하고 전국 158개 시·군농업기술센터와 연계·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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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농업·농촌이 창조경제의 산실로 부각되고 있다.
농민소득을 올리고 농촌의 활력을 찾기 위해, 국민에게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적정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농업계의 창조적 노력은 네덜란드보다 높은 생산성이나 주곡자급, 4계절 신선채소 공급 등에서 증명된다.
농업분야 최대 연구기관이자 기술보급기관인 농촌진흥청은 농업·농촌 창조경제의 바탕이다. 내일신문은 이곳에서 진행 중인 6차산업화, 농생명산업, 해외농업협력 등을 살펴본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 있는 아이포크영농조합(대표 김종필)의 가공공장은 학교급식용으로 제공할 돼지고기 작업을 끝내고 청소가 한창이었다. 해썹(HACCP-축산물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인증을 받은 작업장은 외부인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벽면에 크고 투명한 창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경기도 29명의 양돈농가들이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키워온 꿈의 결정체다. 지난 2002년 화성, 김포, 이천, 여주, 안성, 용인, 평택 등 경기지역 7개 시·군의 양돈농가들이 6억2100만원을 출자해 만든 '아이포크'는 설립당시 연 1500마리의 돼지를 도축했는데 지금은 연간 4만두 규모로 늘었다. 매출액은 200억원이 넘었다.
'아이포크' 브랜드로 출시되는 돼지고기는 전국 대형마트에서 판매될 뿐만 아니라 경기지역 220개 학교에서 급식용으로 사용한다. 회원들은 일반 농가에 비해 돼지 1마리당 1만5000원~2만원 더 많은 돈을 번다. 돼지를 키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가공을 하고 브랜드를 개발한 덕분에 이룬 성과다.
'아이포크'는 최근 생산(1차산업), 가공(2차산업)에서 판매·유통(3차산업)과 체험관광(3차산업) 등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농업·농촌 6차산업화를 접목하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아이포크와 같이 6차산업화를 추진하는 농업경영체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1·2차를 기반으로 한 6차산업 = 김종필 아이포크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 주말 출발해 11일까지 2박3일간 일본 나라지역에 있는 6차산업 현장을 보고 왔다"며 "체험목장에서 직접 발효생햄을 만들어 먹고 바비큐도 시식하며 잠도 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 농가에서 만든 발효생햄이 오사카의 한신백화점에서 비싸게 팔라는 것도 보고 왔다.
이번 일본출장은 건국대, 한국농수산대, 천안연암대 등의 축산교수들과 농협중앙회의 유통담당자가 함께 했다. 김 대표는 "아이포크는 1·2차산업의 기반이 갖춰져 있어 3차산업을 접목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이포크를 6차산업으로 키우려는 시도를 하면서 '한걸음 더하기'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그는 "영농조합을 만들겠다고 법무사 사무실에 갔더니 법무사가 높게 쌓인 서류를 가리키며 '많은 영농조합들이 망하고 있다'며 영농조합을 하겠다는 나를 신기한 듯 보더라"며 "6차산업도 일시적 유행처럼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포크는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1차산업에 기반해서 2차산업을 결합했고, 이제는 견고한 1·2차산업을 기초로 3차산업을 결합하려는 것"이라며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면 설혹 새로운 시도가 실패해도 기반이 튼튼해 사업이 망할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이포크는 난개발지역인 화성에 위치해 있어 관광지로는 약점이 있지만 서울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농촌진흥청 축산물 가공육제품 시범으로 시작한 발효생햄 생산이 시판을 앞둘 정도로 성장한 게 밑천이다. 최근엔 가공장 옆에 까페도 만들고 직판장도 열었다.
김 대표는 "농진청이 진행하고 있는 '지역전략작목 산·학·연 협력사업'을 통해 아이포크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2003년 시작한 이 사업은 올해 끝나는 데 사업이 6차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업·농촌 지도자를 돕는다 = 정부는 지난 7월 26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13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농촌의 활력을 증진하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농업의 6차산업화 추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를 통해 오는 2017년까지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6차산업화 주체를 1000개 육성하고 현재 연평균 4.6%씩 증가하고 있는 농외소득 증가율을 7.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고령농과 여성 등을 위한 농촌지역 일자리도 매년 5000개씩 창출할 계획이다.
이양호 농진청장은 지난 13일 수원 농진청에서 '6차산업화 전문가 포럼'을 발족하고 위원들과 6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청장은 14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정부에서 지난 7월말 6차산업화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를 현장에서 실천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포럼 위원들도 현장은 갖고 있는 자원이나 여건이 모두 달라 창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창조의 핵심이고 6차산업 성공을 위해서는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지도자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정책의 이름이 어떻게 바뀌든 핵심은 지도자들이 요구하는 게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농진청은 농촌지원국에 6차산업지원태스크포스(TF)도 설치하고 전국 158개 시·군농업기술센터와 연계·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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