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사령탑 양제츠 국무위원 발표 …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 등 논의 마친 듯
중국의 외교사령탑 양제츠 국무위원이 시진핑(習近平)체제 외교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양 국무위원은 지난 16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새로운 형세에서의 중국 외교이론과 창조 실천'이라는 글에서 지난 5∼6개월간에 걸친 시진핑 체제의 외교 노선의 특징과 성과를 개괄했다.
이 과정에서 양 국무위원은 올해 시 주석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러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제창한 것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또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파키스탄 등 주변국 정상들과 적극적으로 회동한 점도 거론하며 중국과 주변국과의 관계는 "더욱 적극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자평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반도(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핵문제나 탈북자 문제 등 관련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양제츠 국무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명의 발표 = 중국이 시진핑 외교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하면서 양제츠의 기고 형식을 취했다. 양제츠는 중국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사령탑이다.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맡고 있으며,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中央外事工作領導小組· CLGFA·Central Leading Group for Foreign Affairs)의 비서장 겸 이 조직의 사무국격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맡고 있다. 미국 외교 안보라인의 실세인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해당된다.
'외사영도소조'는 중국 국가안보와 대외정책, 해양안보까지 총괄하는 기구로 당정군(黨政軍) 최고 책임자들 가운데 국가안전과 대외정책에 관여하는 장관급 인사들이 빠짐없이 참여한다. 새로운 '외사영도소조'는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2013년 3월 14일 양회폐막 직후 발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조장에 시진핑, 부조장에 국가부주석 리위안차오(李源潮), 비서장 겸 외사판공실 주임에 양제츠가 선정된 사실만 외부에 공개됐을 뿐 조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새로 조직된 이후 첫 회의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회의 개최 사실은 물론이고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조직의 사무국장격인 양제츠 외사판공실 주임이 외교부 홈페이지에 시진핑 체제 외교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은 '내부 논의'가 일단락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0년 초부터 미국과 날카롭게 대립한 중국 수뇌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평화발전론'을 재확인한 뒤 10월 17일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이 노선을 통과시켰다. 두 달 후인 12월 다이빙궈 국무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외교부 홈페이지에 '평화적 발전노선을 견지하자'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 후 2011년 1월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핵심이익'을 명기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히기 두 달 전에 이미 '내부 논의'가 마무리 된 것이다.
시진핑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는 18기 3중전회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시진핑 집권 이후 외교 경험과 논쟁 정리 = 이날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새로운 형세에서의 중국 외교이론과 창조 실천'은 지난해 11월 시진핑이 당권과 군권을 장악한 이후 전개된 외교관련 논의와 경험을 담고 있다. 내용 중 대부분을 지난 5∼6개월간에 걸친 시진핑과 수뇌부의 외교 일정을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외교 노선의 특징과 성과를 개괄하고 있다.
18대 당대회 이후 시진핑은 전문가 의견청취, 중앙정치국 집체학습 등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뒤 외부에 △개혁개방 △평화발전 △호혜공영 △국가핵심이익 견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3월 양회에서 국가주석에 취임한 시진핑과 중국 수뇌부는 대국, 개발도상국, 주변국 등 각국을 방문해 활발한 외교활동을 통해 대국관계와 주변국과 선린관계를 다졌다. 중국은 유엔 등 국제조직의 역할을 고도로 중시하며, 국제적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는 물론 향후 5~10년동안 외교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제츠는 시진핑이 관련국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중국 꿈'으로 제시했고 호응을 이끌어 냈으며,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논의하고 합의한 배경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주변국과 관계에서 의리(義利)를 추구할 것임을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의이건의(義以建利)의 중국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것으로 주변국과 의(義)를 이익(利)의 근본을 삼는다는 의미이다. 의리(義理)를 중시하는 시진핑 주석의 인간적 면모를 외교에 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약간 다르다. 정치관계에서 정의(正義)를 추구하고 도의(道義)를 우선시하며 경제관계에서 공동발전(共同發展)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정당한 이익인 △주권 △안전 △발전이익 등 핵심이익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핵심이익(Core interest)이 중국의 국가체제, 주권보호, 영토보전, 국가통일 등이라고 밝히며 침해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양제츠는 또한 외교와 내치의 균형과 외교업무에 대한 통일성을 확보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내부의 경제성장에 치중하느라 외교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외교라인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국제사회의 위상과 달리 외교수장의 격이 낮아 다른 부처와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존재했다.
◆한반도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 주목 = 양제츠는 "북핵 문제에서 반도(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변 국가들이 대화와 담판을 통해 분쟁을 잘 처리하고 해결하도록 촉진했다"며 "(험악한) 반도 형세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밝혀온 '한반도의 비핵화 → 평화·안정 수호 →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6일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동한 후 "중국은 한반도 정책의 3가지 요소 중에서 비핵화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제츠가 밝힌 입장이 기존의 한반도 정책의 틀, 즉 북한의 체제 안정이 유지되는 가운데 비핵화를 보다 우선시하는 '조정' 혹은 '태도 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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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외교사령탑 양제츠 국무위원이 시진핑(習近平)체제 외교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양 국무위원은 지난 16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새로운 형세에서의 중국 외교이론과 창조 실천'이라는 글에서 지난 5∼6개월간에 걸친 시진핑 체제의 외교 노선의 특징과 성과를 개괄했다.
이 과정에서 양 국무위원은 올해 시 주석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러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 구축을 제창한 것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또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 파키스탄 등 주변국 정상들과 적극적으로 회동한 점도 거론하며 중국과 주변국과의 관계는 "더욱 적극적인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자평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반도(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했다"고 밝혔다. 향후 북핵문제나 탈북자 문제 등 관련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양제츠 국무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명의 발표 = 중국이 시진핑 외교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하면서 양제츠의 기고 형식을 취했다. 양제츠는 중국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최고사령탑이다.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맡고 있으며,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中央外事工作領導小組· CLGFA·Central Leading Group for Foreign Affairs)의 비서장 겸 이 조직의 사무국격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을 맡고 있다. 미국 외교 안보라인의 실세인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해당된다.
'외사영도소조'는 중국 국가안보와 대외정책, 해양안보까지 총괄하는 기구로 당정군(黨政軍) 최고 책임자들 가운데 국가안전과 대외정책에 관여하는 장관급 인사들이 빠짐없이 참여한다. 새로운 '외사영도소조'는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2013년 3월 14일 양회폐막 직후 발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조장에 시진핑, 부조장에 국가부주석 리위안차오(李源潮), 비서장 겸 외사판공실 주임에 양제츠가 선정된 사실만 외부에 공개됐을 뿐 조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새로 조직된 이후 첫 회의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회의 개최 사실은 물론이고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조직의 사무국장격인 양제츠 외사판공실 주임이 외교부 홈페이지에 시진핑 체제 외교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은 '내부 논의'가 일단락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0년 초부터 미국과 날카롭게 대립한 중국 수뇌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평화발전론'을 재확인한 뒤 10월 17일 중국 공산당 제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이 노선을 통과시켰다. 두 달 후인 12월 다이빙궈 국무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외교부 홈페이지에 '평화적 발전노선을 견지하자'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그 후 2011년 1월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핵심이익'을 명기하지 않는 데 동의했다.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밝히기 두 달 전에 이미 '내부 논의'가 마무리 된 것이다.
시진핑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는 18기 3중전회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시진핑 집권 이후 외교 경험과 논쟁 정리 = 이날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한 '새로운 형세에서의 중국 외교이론과 창조 실천'은 지난해 11월 시진핑이 당권과 군권을 장악한 이후 전개된 외교관련 논의와 경험을 담고 있다. 내용 중 대부분을 지난 5∼6개월간에 걸친 시진핑과 수뇌부의 외교 일정을 소개하는 데 할애하고 외교 노선의 특징과 성과를 개괄하고 있다.
18대 당대회 이후 시진핑은 전문가 의견청취, 중앙정치국 집체학습 등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뒤 외부에 △개혁개방 △평화발전 △호혜공영 △국가핵심이익 견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3월 양회에서 국가주석에 취임한 시진핑과 중국 수뇌부는 대국, 개발도상국, 주변국 등 각국을 방문해 활발한 외교활동을 통해 대국관계와 주변국과 선린관계를 다졌다. 중국은 유엔 등 국제조직의 역할을 고도로 중시하며, 국제적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는 물론 향후 5~10년동안 외교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제츠는 시진핑이 관련국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중국 꿈'으로 제시했고 호응을 이끌어 냈으며,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논의하고 합의한 배경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주변국과 관계에서 의리(義利)를 추구할 것임을 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의이건의(義以建利)의 중국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것으로 주변국과 의(義)를 이익(利)의 근본을 삼는다는 의미이다. 의리(義理)를 중시하는 시진핑 주석의 인간적 면모를 외교에 투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약간 다르다. 정치관계에서 정의(正義)를 추구하고 도의(道義)를 우선시하며 경제관계에서 공동발전(共同發展)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정당한 이익인 △주권 △안전 △발전이익 등 핵심이익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핵심이익(Core interest)이 중국의 국가체제, 주권보호, 영토보전, 국가통일 등이라고 밝히며 침해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강조해왔다.
양제츠는 또한 외교와 내치의 균형과 외교업무에 대한 통일성을 확보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내부의 경제성장에 치중하느라 외교는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외교라인을 격상시켜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국제사회의 위상과 달리 외교수장의 격이 낮아 다른 부처와 조율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이 존재했다.
◆한반도 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 주목 = 양제츠는 "북핵 문제에서 반도(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변 국가들이 대화와 담판을 통해 분쟁을 잘 처리하고 해결하도록 촉진했다"며 "(험악한) 반도 형세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이 밝혀온 '한반도의 비핵화 → 평화·안정 수호 →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6일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동한 후 "중국은 한반도 정책의 3가지 요소 중에서 비핵화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제츠가 밝힌 입장이 기존의 한반도 정책의 틀, 즉 북한의 체제 안정이 유지되는 가운데 비핵화를 보다 우선시하는 '조정' 혹은 '태도 변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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