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 눈앞 … 값싼 쌀 밀려올 수도

지역내일 2013-08-19 (수정 2013-08-19 오후 5:11:05)
정부 예상보다 낮은 200%대 관세율 가능
2015년 관세화 이후 미국과 추가 협상도

정부가 20년간 미뤄온 쌀시장을 개방하면 값싼 수입쌀이 국내로 밀려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율이 200%대로 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와 정부산하 연구기관 등에서는 400% 이상 높은 관세율을 매기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수입쌀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수입실적 없다더니 거짓 = 정부가 쌀시장을 개방해도 400% 이상 높은 관세율을 책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 근거는 1986~1988년 사이에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쌀을 수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시작되기 전인 1986~1988년 사이 쌀가격을 기준으로 관세율을 정하기로 했다.

정부와 산하 연구기관들은 이 기간동안 우리가 외국쌀을 수입한 실적이 없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인접국의 수출·입 가격을 사용해 관세을 계산, 400% 이상의 세율을 도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 기간 동안 연평균 790톤의 쌀을 수입했다. 당시 수입가격은 톤당 340달러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 쌀은 외화획득용으로 들어왔고 쌀과자를 만들어 가공용으로 수출했다"며 "이를 기초로 계산하면 관세율은 200%가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경호 농업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1986~1988년 사이 우리가 쌀을 수입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200%대 관세율이 가능하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녀름은 '쌀관세화'에 비판적인 전농 산하 연구기관이다.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으로만 계산 = 정부가 WTO에 '쌀은 관세화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미뤄둔 관세화 유예기간이 내년 말이면 끝난다. 전농 등 일부에서는 관세화 유예기간이 끝나도 시장개방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나 관련 전문가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지난 13일 한경연이 주최한 '쌀 관세화 유예와 대외경쟁력' 토론회에서 "WTO 협정문에는 2014년 뒤에도 또 다시 유예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언급이 없다"며 "유예기간이 끝나면 관세화로 들어간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쌀시장을 개방할 때 핵심쟁점은 관세율(관세상당치)이다. 관세율은 국내외 가격차이를 기준으로 정한다.

국내 가격이 kg당 1000원이고 국제쌀값이 200원이면 관세율은 400%다. (800원 ÷ 200원 × 100%). 200원하는 미국쌀은 관세율 400%를 붙여 우리나라에는 1000원에 들어오는 식이다.

관세율(관세상당치)은 우리나라가 계산해서 WTO에 제출하면 되지만 검증 과정이 있기 때문에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

1986~1988년 수입실적을 숨길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내 대표적인 민간농업연구소 GS&J인스티튜트의 이정환 이사장은 "우리나라 쌀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의 입장에서 200%대 관세율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지 우리 입장에서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협상 요구도 대비해야 = 400%대 관세율이 우리에게 유리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짜여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쌀시장개방 대응도 전반적인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쌀산업경쟁력강화 대책을 세웠지만 '쌀값은 시장에 맡기고 농가소득은 직불제를 통해 해결한다'는 기본원칙도 정착시키지 못한 상태다.

그 결과 올해 다시 정해야 하는 쌀목표가격을 놓고 정부는 4000원 인상안을 제출했고 국회는 물가상승을 고려해 2만원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 있다.

위키리크스 폭로로 드러난 미국과의 '쌀 추가협상' 문제도 있다.

2011년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한 미국대사 버시바우의 2007년 8월 31일자 보고전문은 같은 해 8월 29일 김종훈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포메로이 하원의원 및 버시바우 대사와 문답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당시 김 본부장은 "쌀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제외됐지만 세계무역기구 쌀쿼터협정이 2014년 종료되기만 하면 재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해 6월 30일 미국에서 한·미FTA 서명식을 마친 후 두달째 되는 날이었다.

이에 대해 서규용 전 농식품부 장관은 2011년 9월 21일 기자들과 오찬자리에서 "(세계무역기구의) 쌀관세화유예기간이 끝나거나 도하개발어젠다협상(DDA)이 타결된 후에는 미국과도 쌀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유무역협정은 관세율을 '제로(0)'로 만드는 협정이다. 2015년 이후에는 400%든, 200%든 이런 관세도 없이 미국쌀을 도입하는 협상이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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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관세화 대책 재검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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