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시작돼 올해로 8년째를 맞는 초등학교의 특기적성교육. 시행 초기 컴퓨터, 영어 등의 과목 위주로 수업이 편성됐고 자연히 그 쪽으로 학생들이 많이 몰렸지만 요즘은 피아노나 플루트, 미술 등 예술과목이 많이 생겼다. 또한 한국무용 가야금, 사물놀이 등 우리 전통 예술 분야도 확산됐다.
고양시에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교들도 전통예술 특기적성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전체 29개 학교가 한국음악이나 미술 교육반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용현초등학교 등 12개 학교가 사물놀이, 신일초등학교 등 5개 학교가 가야금, 화수초등학교 등 8개 학교가 단소 특기적성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장성초등학교 등 5개 학교는 서예 특기적성반을 꾸려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름 난 낙민초등학교의 한국무용 특기적성반과 신일초등학교의 가야금 특기적성반을 집중취재해 본다.
◇‘절로 들썩이는 흥겨움에 시간가는 줄 몰라’ = 낙민초등학교 한국무용반 학생은 모두 24명이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참여하는 한국무용반 수업 시간은 ‘흥겨움’ 그 자체다. 황승옥 지도교사의 북 장단에 맞춰 아이들은 사뿐히 뛰기도 하고 빙그르르 돌기도 한다.
수업이 시작된 지 한 30여분 됐을까. 아이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교실 전면에 붙은 거울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자신의 동작을 교정하는 아이들의 자세는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듯 보였다.
학년별로 골고루 섞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6학년 학생들의 몸놀림이 가장 날렵하다. 3년째 한국무용 특기적성수업을 받고 있는 이한나(12) 양과 박신연 양(12)은 걷기와 잔걸음, 엉덩이 차기 등 한국무용의 기본동작을 완벽히 소화해 내 보는 이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아무래도 처음 접해보는 취재라 긴장을 한 탓인지 아이들의 몸놀림이 다소 느려졌다. 그러자 선생님이 곧바로 아이들을 멈춰 세운다. 선생님이 “모두 표정”이라고 외치자 아이들은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금세 아이들은 긴장을 풀고 평소와 같은 자세로 돌아온다. 아이들답지 않게 프로다운 기색이 엿보였다.
황승옥 지도교사는 “한국무용에서 표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평소 표정을 밝게 하는 연습을 통해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특기적성반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국무용은 일반인이 흔히 아는 전통무용이 아니다. 기본동작은 전통한국무용과 같지만 동작이나 컨셉 등은 많이 다르다.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몸놀림이 많아 무용을 하는 이와 관객 모두를 동작 하나하나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동양의 ‘여백’과 서양의 ‘채움’이 만났다고나 할까, 정적인 우아함과 동적인 활기참이 특징이다.
낙민초등학교 학생들이 ‘저너머 친구들은 무얼하고 놀까’라는 주제로 수박서리, 잠자리 잡기, 흙장난 등을 몸짓으로 표현할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봄이 오는 길목에서’라는 작품에서는 나물캐는 소녀들, 항아리 물 긷는 아가씨들, 탈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낙민초등학교 한국무용반의 실력은 전국에 알려질 정도로 뛰어나다. 매년 열리는 고양시 학생예능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 지난해 9월 열린 전국창작무용대회에서도 1등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서울세계청소년무용축제에서도 일본과 인도, 스리랑카 등의 외국학생들과 당당히 겨뤄 한국무용의 멋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이한나 양과 박신연 양은 학교에서 배운 한국무용을 중학교에서도 이어나갈 생각이다. 이 양은 “한국무용의 멋에 푹 빠져있다”며 “예술중학교로 진학해 장차 한국무용을 전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리가 다소 불편해 치료중인 박 양도 “빨리 몸이 나아서 무용에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반인이 우리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대견스럽게 우리 무용의 멋과 맛에 빠져 있었다.
◇“퉁기고 떠는 맛 아시나요?” = 또 다른 전통예술인 가야금 특기적성 교육을 받고 있는 신일초등학교 학생들. 자기 몸보다 큰 가야금을 무릎에 올려놓고 선생님을 바라본다. 정지은 교사가 “자, 시작”하고 말하자 8명의 아이들은 일제히 가야금 줄을 퉁기기 시작한다. 자세히 들어보니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동요다. 연약한 손으로 굵은 가야금 줄을 퉁기기가 버거울 만한데도 아이들은 열심이다. 우리 가락의 깊은 맛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저마다 진지한 자세로 줄을 퉁긴다.
아리랑과 도라지 등 민요를 연주하고 나서야 선생님은 “잠깐 휴식”하고 외친다.
가장 큰 언니인 6학년 김태희(13) 양에게 손가락이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단다. 김 양은 “처음 배울 때는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꽤나 고생했지만 지금은 굳은살이 박혀 안 아프다”고 말했다.
신일초등학교 가야금 수업은 쉽고 가벼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문적인 수업은 오히려 아이들의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요와 민요를 현대 악보에 옮겨 5선 음계를 알고 있는 아이라면 금방 가야금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3개월 과정을 기본으로 초급과 중급, 고급으로 나눠져 있다. 8명의 아이 가운데 초급이 5명, 중급이 3명이다.
초급 3개월 과정에서는 줄을 퉁기는 법을 위주로 배운다. 가야금은 기타처럼 줄을 치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강약을 넣어 줄을 뜯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운 과정일 수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중급으로 넘어간다. 중급에서는 농현(弄絃 : 오른손으로 퉁긴 줄을 왼손으로 흔들어 음을 떨리게 만드는 것)이 중심이다.
어설프지만 진지하게 농현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슬기(12) 양은 “처음엔 줄을 퉁기기도 힘겨웠지만 지금은 퉁기는 것은 물론 농현도 자신 있다”며 활짝 웃는다.
5년 전 가야금 교실이 생겼을 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30∼40만원에 이르는 가야금 구입비. 학부모 입장에서 선뜻 가야금을 사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전통예술 교육에 관심이 큰 김흥배(56) 교장선생님이 지난해 7대의 가야금을 구입, 아이들은 제대로 된 수업을 받게 됐다.
김 교장은 “우리 가락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들이 가야금이 없으면 되겠느냐”며 “부족한 학교재정이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내다보고 가야금을 사주게 됐다”고 밝혔다.
곧 있을 학부모 초청 발표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신일초등학교 가야금 반 아이들. 든든한 학교의 지원과 배움의 열의를 태우는 아이들의 노력이 함께 어울려 멋진 우리가락을 뽑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고양시에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교들도 전통예술 특기적성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전체 29개 학교가 한국음악이나 미술 교육반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용현초등학교 등 12개 학교가 사물놀이, 신일초등학교 등 5개 학교가 가야금, 화수초등학교 등 8개 학교가 단소 특기적성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장성초등학교 등 5개 학교는 서예 특기적성반을 꾸려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름 난 낙민초등학교의 한국무용 특기적성반과 신일초등학교의 가야금 특기적성반을 집중취재해 본다.
◇‘절로 들썩이는 흥겨움에 시간가는 줄 몰라’ = 낙민초등학교 한국무용반 학생은 모두 24명이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참여하는 한국무용반 수업 시간은 ‘흥겨움’ 그 자체다. 황승옥 지도교사의 북 장단에 맞춰 아이들은 사뿐히 뛰기도 하고 빙그르르 돌기도 한다.
수업이 시작된 지 한 30여분 됐을까. 아이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흘러내린다. 교실 전면에 붙은 거울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자신의 동작을 교정하는 아이들의 자세는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선 듯 보였다.
학년별로 골고루 섞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6학년 학생들의 몸놀림이 가장 날렵하다. 3년째 한국무용 특기적성수업을 받고 있는 이한나(12) 양과 박신연 양(12)은 걷기와 잔걸음, 엉덩이 차기 등 한국무용의 기본동작을 완벽히 소화해 내 보는 이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아무래도 처음 접해보는 취재라 긴장을 한 탓인지 아이들의 몸놀림이 다소 느려졌다. 그러자 선생님이 곧바로 아이들을 멈춰 세운다. 선생님이 “모두 표정”이라고 외치자 아이들은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금세 아이들은 긴장을 풀고 평소와 같은 자세로 돌아온다. 아이들답지 않게 프로다운 기색이 엿보였다.
황승옥 지도교사는 “한국무용에서 표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평소 표정을 밝게 하는 연습을 통해 실전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특기적성반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국무용은 일반인이 흔히 아는 전통무용이 아니다. 기본동작은 전통한국무용과 같지만 동작이나 컨셉 등은 많이 다르다.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몸놀림이 많아 무용을 하는 이와 관객 모두를 동작 하나하나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동양의 ‘여백’과 서양의 ‘채움’이 만났다고나 할까, 정적인 우아함과 동적인 활기참이 특징이다.
낙민초등학교 학생들이 ‘저너머 친구들은 무얼하고 놀까’라는 주제로 수박서리, 잠자리 잡기, 흙장난 등을 몸짓으로 표현할 때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봄이 오는 길목에서’라는 작품에서는 나물캐는 소녀들, 항아리 물 긷는 아가씨들, 탈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낙민초등학교 한국무용반의 실력은 전국에 알려질 정도로 뛰어나다. 매년 열리는 고양시 학생예능경연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 지난해 9월 열린 전국창작무용대회에서도 1등상인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5월 열린 서울세계청소년무용축제에서도 일본과 인도, 스리랑카 등의 외국학생들과 당당히 겨뤄 한국무용의 멋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이한나 양과 박신연 양은 학교에서 배운 한국무용을 중학교에서도 이어나갈 생각이다. 이 양은 “한국무용의 멋에 푹 빠져있다”며 “예술중학교로 진학해 장차 한국무용을 전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리가 다소 불편해 치료중인 박 양도 “빨리 몸이 나아서 무용에 전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반인이 우리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대견스럽게 우리 무용의 멋과 맛에 빠져 있었다.
◇“퉁기고 떠는 맛 아시나요?” = 또 다른 전통예술인 가야금 특기적성 교육을 받고 있는 신일초등학교 학생들. 자기 몸보다 큰 가야금을 무릎에 올려놓고 선생님을 바라본다. 정지은 교사가 “자, 시작”하고 말하자 8명의 아이들은 일제히 가야금 줄을 퉁기기 시작한다. 자세히 들어보니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동요다. 연약한 손으로 굵은 가야금 줄을 퉁기기가 버거울 만한데도 아이들은 열심이다. 우리 가락의 깊은 맛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저마다 진지한 자세로 줄을 퉁긴다.
아리랑과 도라지 등 민요를 연주하고 나서야 선생님은 “잠깐 휴식”하고 외친다.
가장 큰 언니인 6학년 김태희(13) 양에게 손가락이 아프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단다. 김 양은 “처음 배울 때는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꽤나 고생했지만 지금은 굳은살이 박혀 안 아프다”고 말했다.
신일초등학교 가야금 수업은 쉽고 가벼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문적인 수업은 오히려 아이들의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동요와 민요를 현대 악보에 옮겨 5선 음계를 알고 있는 아이라면 금방 가야금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3개월 과정을 기본으로 초급과 중급, 고급으로 나눠져 있다. 8명의 아이 가운데 초급이 5명, 중급이 3명이다.
초급 3개월 과정에서는 줄을 퉁기는 법을 위주로 배운다. 가야금은 기타처럼 줄을 치는 게 아니라 손가락으로 강약을 넣어 줄을 뜯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다소 어려운 과정일 수 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중급으로 넘어간다. 중급에서는 농현(弄絃 : 오른손으로 퉁긴 줄을 왼손으로 흔들어 음을 떨리게 만드는 것)이 중심이다.
어설프지만 진지하게 농현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슬기(12) 양은 “처음엔 줄을 퉁기기도 힘겨웠지만 지금은 퉁기는 것은 물론 농현도 자신 있다”며 활짝 웃는다.
5년 전 가야금 교실이 생겼을 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30∼40만원에 이르는 가야금 구입비. 학부모 입장에서 선뜻 가야금을 사주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전통예술 교육에 관심이 큰 김흥배(56) 교장선생님이 지난해 7대의 가야금을 구입, 아이들은 제대로 된 수업을 받게 됐다.
김 교장은 “우리 가락을 배우려는 의지가 강한 아이들이 가야금이 없으면 되겠느냐”며 “부족한 학교재정이지만 아이들의 장래를 내다보고 가야금을 사주게 됐다”고 밝혔다.
곧 있을 학부모 초청 발표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신일초등학교 가야금 반 아이들. 든든한 학교의 지원과 배움의 열의를 태우는 아이들의 노력이 함께 어울려 멋진 우리가락을 뽑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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