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열어놓고 해양투기 말리는 해수부

지역내일 2013-08-22 (수정 2013-08-22 오후 1:47:20)
업체들 뒷문 투기 눈치보기 … 환경단체 "해양생태계 복원 시급, 뒷문 막아야"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산업폐수와 폐수처리오니(폐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의 해양투기를 허용하는 '뒷문'을 열어 놓고도 해양투기를 내년부터 전면 금지했다고 생색을 내고 있다.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업체로 투기를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폐수배출업체들은 눈치를 보며 뒷문으로 몰리고 있다. 육상에서 처리하는 비용보다 해양에 투기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대기업들이 산업폐수처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양투기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폐기물을 자체 정화하거나 육상처리 할 능력이 안 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런던협약 가입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산업폐수 해양투기를 허용하고 있다. 런던협약은 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국제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2년 가입해, 1994년부터 발효됐다. 협약을 보다 강화한 '런던협약 96의정서'에는 2009년 1월 가입했다.

런던협약 가입후 이제까지 뭘했나 = 해수부는 산업폐수와 폐수처리오니 해양투기 2년 연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장성식 해수부 해양보전과장은 "전체 기업도 아닌, 엄격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일부 기업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폐수와 폐수처리오니의 해양투기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과장은 "산업계의 입장도 고려해 줄 필요가 있다"며 "극히 제한적인 부분에 대해 한시적인 연장이기 때문에 2년 연장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해수부가 말하는 산업체들의 어려움이란 △산업폐수와 폐수처리오니를 정화하는 처리시설에 대한 투자 미흡 △공장 설립 당시에는 없던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인근에 입주, 정화처리시설 설치시 주민들의 반발 △산업폐수와 폐수처리오니의 육상매립에 따른 함수율 미충족 등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해수부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환경단체들 은 "해수부가 2009년부터 산업폐수나 폐수처리오니 등의 해양투기 금지와 관련해 충실히 준비해왔다면, 이 같은 연장 논란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과장은 "기업체들이 비용부담을 이유로 산업폐수와 폐수처리오니에 대한 해양투기를 신청하는 경우 절대로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기업체들이 해양투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입증하는 방식 등을 통해 해양투기 연장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산업폐수나 폐수처리오니 육상처리 업체에서 해당 폐기물을 받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3개 이상 받는 식이다.

해수부는 기업체들이 해양투기 허용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장 과장은 "실무진 선에서는 거의 업무 협의가 끝난 상황"이라며 "이르면 8월 중으로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이에 환경단체들은 "바다에 쓰레기를 내버리는 기업체들의 편의를 봐주는 게 과연 해수부의 역할이냐"며 반박했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해양투기를 허용하는 것은 바다생태계 복원을 위해 해수부를 부활시킨 박근혜 정부의 의도와도 배치된다"며 "정부는 2009년 쓰레기 해양투기를 금지하는 런던의정서에 가입한 대로, 바다에 더 이상 쓰레기가 버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법적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법이 반드시 국제협약을 따를 필요는 없으며, 관련 부처와도 협의를 마친 사항이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산업폐수와 폐수처리오니 해양투기 2년 연장과 관련, 지난해 환경부와 산업부 등 유관 부처와 업무 협의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환경부에서 육상처리에 따른 부담 등으로 해양투기 기간 연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육지와 강에 버리는 폐기물은 환경부, 바다에 버리는 폐기물은 해수부에서 관리한다.

환경부는 해수부와 업무 협의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폐수 등의 해양투기 연장을 요청했다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다며 반박했다. 해양투기 전면 금지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기에 업무 협조를 요청하는 게 합당하냐는 얘기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25년간 1억3000만톤에 달하는 온갖 쓰레기들이 바다에 버려졌다"며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로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하루라도 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에 폐수 버리면서 만드는 식품 필요 없다" = 환경단체들은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묻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춘진(민주당) 의원은 한화케미칼 삼성정밀화학 CJ제일제당 대상 하림 삼양사 등 국내 유명 기업들의 산업폐수 해양투기 현황을 공개한 바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2012년 산업폐수 및 폐수오니 해양투기 위탁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바다에 버려진 산업폐수는 26만7733톤(㎥), 폐수오니는 81만9828톤(㎥)에 달했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바다에 폐수를 버리면서 만드는 식품은 필요없다"며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정작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바다에 폐수를 버리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최 부위원장은 또 "이제라도 기업들은 해양투기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기업체들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투기를 하지 않겠다'고 명쾌하게 입장 표명을 하는 곳은 드물었다. 대부분 검토 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CJ제일제당 측은 "정부에 해양투기 연장 신청을 할지 여부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또 "폐수처리오니 등을 재활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대상은 "해양처리 시 국가에서 정한 일정비용을 지불하는 등 정부와 관련부처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법적으로 폐수오니를 처리해왔다"며 "더불어 환경오염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처리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검토를 병행해왔다"고 말했다.

대상은 "정부 정책에 따라 2014년 폐수슬러지 육상처리 전환을 위해, 퇴비화나 유기성폐기물에 대한 건조를 통한 연료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폐수슬러지 에너지화'가 법제화 되면 해양처리를 대체해 '폐수슬러지 연료화'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기업체들로부터 폐수 등 해양투기에 따른 해양환경개선부담금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56억3000만원의 부담금을 받았다. 2008년에는 215억원, 2010년 82억원, 2011년 66억원을 거둬들였다.
김아영 정연근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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