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조각 30년, 이젠 ‘탈 박사’

안동의 공예인 ⑦ 하회동탈박물관 대표 김동표

지역내일 2002-04-02
3월 마지막 일요일, 며칠째 계속되던 황사도 물러가고 하회마을엔 꽤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3년 전 영국여왕의 방문으로 관광특수를 입은 하회마을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방문기념행사를 알리기 위해 길목마다 현수막이 내 걸리고 있었다.
하회마을에선 다음달 19일부터 사흘동안 물돌이 축제가 열릴 계획이다. 하회마을 입구를 휙 둘러보고는 하회마을 초입에 자리한 하회동 탈 박물관으로 갔다. 95년에 설립해 96년 문광부에서 박물관으로 정식허가를 얻은 하회동 탈 박물관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로 등록된 탈과 세계 각지의 탈을 모아 전시해둔 전문박물관이다.
이번에 만나볼 김동표씨(49)는 30년째 하회탈 원형 조각에 힘써온 탈 조작가로 이곳 하회동 탈 박물관의 관장이기도 하다.
황토색 생활한복 차림을 한 김 관장이 먼저 인사를 건네 왔다. 탈을 연구하고 깎아온 사람이라 그런지 얼굴에서 탈의 표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탈 조각가, 탈춤 이수자, 탈 박물관 관장인 김동표씨. ‘탈 전천후’라는 그의 말처럼 탈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파고드는 사람이다.

그 옛날 허 도령처럼
하회마을과 인접해 있는 구담이 고향인 김 관장은 조각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형편상 미대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72년 사설학원에서 목각연습을 하면서 처음 탈을 깎아본 그는 75년 군대에 가야했다. 제대한 이후 조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 문을 걸어 잠그고 탈 조각에만 열을 올렸다. 그러던 중 “작업실에 이웃사람이 찾아와서는 하회탈 엽서를 내밀며, 하나 잘 만들어 달라고 하더군요”이것이 인연이 되어 하회탈 조각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게 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찾아가 전시된 탈을 보고 작업실에 틀어박혀 수십 개를 연거푸 만들어보았지만, 하회탈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일생일대의 사건
그러던 중 하회탈 복원에 뜻을 두었던 김 관장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찾아왔다. 현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으로 있는 이원복씨를 통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하회탈 9개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닿았다. “제가 하회탈을 본다는 것 자체가 감격이었어요”라며 당시의 감동을 전하는 그는 그날 9개의 탈을 눈에 익히고 실측을 하기 위해 유물관리부에서 하루종일을 보냈다고 한다.

탈 수집에서 탈 박물관 설립까지
탈 조각가였던 김동표씨는 탈 수집광이기도 했다. 국내 탈들은 전국 각지의 전문 탈 제작자들이 만든 탈을 모으고, 전문제작자가 없는 탈들은 직접 만들기도 했다. 이곳에 있는 외국 탈들은 외국에 있는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 구한 것도 있고, 대사관을 통해 사정사정해서 수집한 것도 있다. 또한 아프리카 등지를 방문해 직접 사온 것들도 있다. 이렇게 해서 모은 국내 탈 20종 3백여점, 외국 탈 30개국 4백여점으로 탈 전문박물관을 개관하게 된 것이다.
이곳에 전시된 한국 탈들은 다음달 27일부터 한달 간 영국 킹스텀 박물관에 한국 탈 전시회를 통해, 다가오는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아시아 탈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예정이다.

하회탈의 원형을 살려 나가고 파
그는 하회별신굿탈놀이 연희판에도 각시역할로 10년을 넘게 함께 해왔다. 몇 년 전 무동을 타다가 떨어져 발목부상을 당한 이후로는 연희판에서 활동은 중지했지만 말이다. 직접 탈을 쓰고 연희를 하는 것은 어쩌면 하회탈의 조형적인 미를 연구하면서 하회탈을 똑같이 만들어낸다기보다는 그가 느끼는 범위 안에서 탈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쩌면 최소한의 원칙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요즘 하회탈의 부분 부분을 응용해 조각품을 만드는 것도 시도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잘 구별하지 못하지만 1㎜만 차이나도 하회탈의 표정을 잡아낼 수가 없어요. 죽을 때까지 깎는다고 해도 진품과 똑같이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하회탈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자신이 앞으로 계속해야 할 몫이라고 믿는다.

이향미 리포터 icebahpool@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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