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용 칼럼] 정치인들, 다시 다산(茶山)을 읽어야

지역내일 2013-08-27

다산연구소 주최 '실학기행 2013'은 즐겁고도 유익했다. 진행은 빈틈없었으며 전국에서 모여든 일행은 전혀 일탈이 없어 평화로웠고 음식 또한 별미였다. 22일부터 24일까지 2박3일동안 남양주 다산유적지, 수원 화성, 안산 성호기념관과 묘소, 부안 반계 유적지, 강진 다산초당 등 실학유적지를 차례로 방문한 실학체험은 최근 여행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리라.

부안, 안산 그리고 남양주와 강진은 실학의 3조(三祖)라고 할 수 있는 반계 유형원,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이 학문을 갈고 닦았으며 그들의 불후의 명작인 반계수록과 성호사설 그리고 목민심서 등을 집필한 장소이다. 그러니 실학유적지를 거의 대부분 섭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수원화성은 동양성곽의 백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이기에 잊지 못할 장소이다. 다산이 이 공사중 거중기를 발명하는 등 크게 활약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조와 다산의 합리성과 실용정신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해설사의 설명이었다. 공리공론의 관념론에 사로잡혀 왜에게 유린당하고 삼전도에서 인조가 치욕을 당하던 시절 새롭게 나라를 개혁하고자했던 반계와 성호의 유적지 또한 역사유적지로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한 번 가볼만한 곳이다.

그러나 이번 기행의 백미는 역시 다산이 태어나서 자라고 귀향생활 뒤에 돌아와 말년을 보낸 뒤 이 동네 뒷산에 묻힌 남양주 조안면 다산유적지와 다산이 유배생활을 보낸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이 아니겠는가.

다산 선생이 거주하던 남양주군 여유당은 1925년 대홍수 때 떠내려갔고 팔당댐이 건설되면서 옛마을은 자취를 감췄지만 1975년 20칸을 복원하면서 지금의 여유당이 참배객을 맞는다.

다산은 당시 정국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행동을 신중하게 하고 사방을 경계하라며 여유당이라는 당호를 짓고 칩거했지만 신유옥사에 몰려 결국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한다. 18년간의 유배생활 끝에 돌아와 세상을 떠나기까지 머무르면서 학문을 정리하던 곳 역시 여유당이다.


"다산에겐 형극, 우리 민족엔 행운"

강진 유배지중 가장 중요한 곳은 역시 만덕산 기슭의 다산초당이다. 18년 유배생활중 10년을 이 곳에서 기거하면서 학동을 가르치는 한편 저술활동에 몰두했다. 당시에는 초가집이었으나 지금은 반듯한 기와집으로 관광객 등을 맞고 있다. 이곳에서 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 등 다산이 심혈을 기울인 저서가 지어지는 등 다산학이 완성되었음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강진 유배 초기시절 '생각 행동 용모 언어' 등 네가지를 바르게 하자는 의미로 자신이 기거하던 골방을 사의제(四宜齊)라 이름붙였던 다산은 인간으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혹독한 유배시절 목민심서 등의 기념비적인 대작을 완성, 인류의 귀감이 되고 있다.

다산초당을 나와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백련사가 나오는데 다산이 걸었던 이 길을 오르내리면서 그의 한없는 고독과 집념을 생각해봤다.

유배살이 동안 오직 글과 붓만을 의지해 저술활동을 한들 세상의 누가 이를 보고, 누가 책으로 정리하겠느냐며 탄식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글이 생각나면서 다산의 고독을 다시 반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고독 속에서 조선 500년 온갖 학문 중의 금자탑을 완성한 것이 아니었는가.

다산의 업적을 기려 유네스코는 지난해 2012세계기념인물로 꼽았다. 조선사회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세계인류사회에 남긴 위대한 업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학자는 다산의 실학을 칸트의 실천이성에 필적한다고 말했으며 이번 실학기행에 참가한 원로언론인 김정남 선생(전 청와대 수석)은 "다산 선생의 18년 유배생활은 그에게는 형극 같은 나날이었으나 우리 민족에게는 엄청난 선물이자 행운이었다"고 논평해, 참가자들을 숙연케 했다.


통일은 멀고 민본은 가물가물

다산은 18세기말과 19세기초 "지금 당장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면서 개혁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실학정신과 개혁론 부국강병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조선은 일본에 합병된다. 그리고 해방됐으나 남북으로 갈려 아직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산 사상의 핵심은 민본(民本)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어떤가.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통일은 멀기만 하며 경제민주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빈익빈부익부 등 양극화는 심각하다.

박근혜정부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출범했지만 민본은 가물가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사가 낙제점이고 참된 정치가 없어 국민이 운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인 등이 다산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8월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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