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 저항

지역내일 2013-08-28
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인하대 교수

중산층. 우리사회의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그들은 서민도 아니고 자본가도 아닌 어정쩡한 계층이다. OECD는 소득이 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를 중산층으로 분류한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연 가구소득 기준 6000만원에서 7000만원을 중산층이라고 본다. 이명박정부는 한 때 8800만원을 그 기준으로 보았다. 최근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증세의 기준을 소득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바꾸었다.

돈을 기준으로 삼는 애매모호함 때문인지. 입맛대로 편리하게 정부가 잣대를 바꾼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것은 좋을 듯 보이지만 세금과 주택문제 그리고 금융 등에서는 결코 즐겁지 않다.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우리사회의 부담기준이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이번 증세논쟁에서도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것은 동의해도 증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세금의 토대인 조세법률주의란 국민의 의사에 합치하는 조세만이 인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헌법이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제59조)든가 '대표 없으면 과세도 없다'는 법언을 존중하는 이유다. 그러나 조세법률주의의 진정한 의미가 남아 있는가. 형식적으로 국회의 동의절차를 받는 것을 제외한다면 껍데기만 남아 있다. 현실 속에서는 권력과 자본이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정치적 기준으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담세기준에서 재벌과 기업보다 월급쟁이와 중산층이 손해를 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각을 바꿔 지역의 차원에서 조세구조를 보면 횡포에 가깝다. 중앙정부의 시각에서 세목과 세율을 정하다 보니 지역 특성에 맞는 조세기준이 없다. 지방세에 대한 기준과 탄력세율의 여지가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방자치와 자주재정권과는 거리가 먼 기준일 뿐이다.

재벌·기업보다 샐러리맨·중산층이 손해

재정위기를 경험한 인천이 '지역자원을 이용한 세입증대 방안'을 주제로 지역의 자원을 이용한 세입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그것은 지역의 기준에 맞는 다른 방안을 찾아보자는 출발점이다. 인천항만과 배후시설과 관련한 보통교부세에 대한 시산 기준을 바꾸면 510억원의 세입이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수익자 부담의 기준에서 항만에 벌크 화물세를 도입하여 항만건설의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인천시의 매립폐기물과 천연가스생산량을 지역자원시설세로 하는 경우 5년간 2000억원의 세수 증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관세와 출국납부금 그리고 공항여객이용료의 일부를 지역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물론 중복과세 문제와 조세법률주의에 기초한 비판과 우려들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틀을 뛰어 넘는 사고방식과 다양한 제도를 모색할 때다. 충돌하는 각종 현안들 속에는 '공익'을 내세워 행해지는 강자의 이해관계에 의해 희생당하는 서민들의 분노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쓰레기를 못 받겠다" "가스기지와 유류저장소와 함께 살 수 없다" "거대 화물차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다" "송전탑의 전자파와 살고 싶지 않다" "지금 이대로 살게 내버려 둬라" 이런 절규와 외침 속에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조세법률주의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와 저항이 내재되어 있다.

기업이 세무조사 때문에 난리라고 하지만 수익자를 위해 희생당하는 서민과 중산층들을 쥐어짜는 정책에 대한 분노를 치유하는 것이 먼저다. 세금의 이름으로 강제징수한 돈들이 잘못 쓰인 사례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잘못된 징세기준, 세금낭비 바로잡아야

세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세금이 잘못 쓰이고 있다는 사실들이 정권과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잘못된 조세제도는 정권의 교체를 넘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국가든 지방이든 사업의 필요성에부터 집행의 투명성에 이르기까지 전면적 개혁이 없는 한 조세저항은 다양하게 진행된다. 제대로 된 세상을 향한다면 조세법률주의의 이름으로 행하여지는 잘못된 징세기준과 세금을 낭비하는 정책을 바로잡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세금을 안 낸다는 것이 아니라 이 상태로는 더 못 내겠다는 조세저항의 심리를 해결하는 것. 그것이 박근혜정부의 최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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