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못만나게 하자 화가 나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60대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윤성원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기소된 김 모(68)씨의 2년 실형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인정한 증거는 모두 김씨가 방화했다는 간접증거에 해당될 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돼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아내와 이혼하고 딸과도 연락을 끊고 살던 김씨는 유원지에서 만난 정 모 여인과 사귀었으나, 정씨의 가족들이 두사람의 교제를 반대하여 갈등을 빚었다.
정씨의 집에 찾아갔다가 다른 남자가 있는 것으로 오해해 화가나 돌아온 날 김씨의 아파트에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했다.
6일 뒤 다시 같은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김씨의 방화를 의심해 손가락에서 매연자국을 채취했다. CCTV를 점검해보니 두 번의 화재때 모두 발화 1~2분 후에 김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간 장면이 찍혀 있었다.
담배를 피지 않는 김씨의 집 방안에서 라이터와 성냥도 발견됐다. 김씨는 정 여인이나 그 가족이 방화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사건당시 CCTV에는 아파트 주민 아닌 사람의 출입이 찍혀있지 않았다.
1심은 두 번 모두 발화직후 김씨가 아파트를 빠져나간 점을 극히 이례적인 경우로 보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의 그을음자국은 2차 화재 때 채취한 것이어서 1차화재 이후 아파트 거주 중에 얼마든지 묻을 가능성이 있고, 방화범이 CCTV를 피해 현장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아 이같은 간접증거만으로는 김씨의 범행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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