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 포스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대기업과 공기업이 자립형사립고(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시민단체는 "공교육 붕괴를 가속화하는 특권학교 설립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학교가 들어설 해당 지자체와 학부모들은 "지역 명문고를 만들어 지역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며 찬성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 얼마나 들어서나 = 현재 자사고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과 현대제철, 한수원, 포스코다. 아산 탕정에 들어설 삼성 자사고는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건립중이다. 현대 자사고는 2015년 3월 당진에 들어서며 한수원 자사고는 경주에 2016년 3월 개교될 예정이다. 인천 송도에 들어설 포스코 자사고는 201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 울산시의 경우 사교육업체와 부동산업체가 213억원을 투자해 2015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울산국제중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 이달 2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국제화특구 육성종합계획에 따르면 인천과 대구, 여수 등 5개 지역에 국제자율 초중고 각각 1개교 이상 설립이 허용됐다.
◆"특권학교로 일반학교 슬럼화" =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교조는 "전국 100여개에 달하는 입시위주의 특권학교로 인해 평준화지역조차도 일반학교 슬럼화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의 특권학교 설립 경쟁은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이들 특권학교가 정원의 절반 이상을 자사 임직원 자녀들로 채우는 것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적 권리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본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능력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교육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경북교육연대도 26일 성명서를 내고 "경주 지역은 오랜 기간 고교 비평준화, 학교서열화의 공고한 틀 속에서 중학교부터 과도한 입시 경쟁에 시달려온 상황인데 한수원의 자사고가 설립되면 경주지역 선발 인원 24명 안에 포함되기 위해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매몰되고, 가정경제는 사교육비로 힘들어지고, 공교육체계는 완전히 무너질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인재양성과 지역개발 두 마리 토끼" = 하지만 해당 학교가 들어설 지역에서는 환영의 기색이 우세한 편이다. '지역인재 육성'과 '지역 개발'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수원 자사고가 예정된 경주권내 읍·면·동 주민들은 자신의 동네에 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불꽃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경주 안강읍민들은 지난 5월말 자사고 유치추진위를 발족해 본격적인 자사고 유치활동에 돌입했다. 추진위는 자사고의 안강읍 유치 당위성과 타당성 등을 담은 자료를 경주시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경주시 외동읍, 서면, 현곡면, 도심권 등도 자사고가 해당 지역 발전에 획기적인 계기가 된다고 판단, 잇따라 유치 경쟁에 뛰어든 상황이다.
서울의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자사고는 탄탄한 재정을 바탕으로 한 높은 명문대 진학률이 강점"이라며 "명문고 주변의 개발기대감도 있어 환영하는 주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기업이 서울에서 원거리에 있는 지역 사업장에 투자를 늘릴수록 직원들의 자녀교육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학생 선발 과정에서 자사직원 자녀를 일정 비율 뽑는 것은 복리 후생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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