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사망자 공동 장례지원 잇따라
고독사 예방과 연계, 일자리 창출도
"당신이 한국에 도착해 겪었을 아픔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에 미리 손 내밀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외로움은 고국 땅에 내려놓으시고 편히 가십시오."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동신병원 장례식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망자를 위한 '송사'를 읊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치엔씨 장례식이다. 오영우 북가좌2동 복지통장과 김남수 남가좌2동 복지통장은 아예 상주가 됐다. 방문취업으로 입국, 지난달 11일 사망했지만 연고자를 찾을 수 없어 구에서 대신 장례를 치렀다.
서울 자치구들이 가족이나 친척을 찾을 수 없는 무연고자 장례를 동네 주민들이 함께 치르는 '마을장례'를 잇따라 제도화, 눈길을 끈다. 공동체 회복은 기본.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독사' 예방,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창출과 연계해 일석삼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서대문구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뒤안길을 배웅하는 마을장례지원단 '두레'를 지난 5월말 구성했다. 법률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는 별도 장례절차 없이 시신처리업체가 바로 화장해 납골에 안치하면 되지만 외롭게 살다가 떠나는 이들을 이웃이 배웅하기로 한 것이다.
두레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복지통장 복지동장이 '지역 상주'가 된다. 장례식은 지역사회가 재능기부를 통해 함께 치른다. 동신병원은 안치·추모 공간을 제공하고 교원라이프가 장례의식에 필요한 위패와 제단 제사상을 준비한다. 상주는 협력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영결식을 치른 뒤 경기도 고양시 시립승화원과 파주시 무연고 추모자의 집까지 동행한다.
서대문구는 마을장례에 이어 매년 '기억의 날'도 운영하기로 했다. 두레가 발대식을 치른 3월 13일 추모의 집을 방문, 꽃을 바치고 지역사회와의 인연을 되새길 방침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마을장례지원단을 통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이들이 마지막 가는 길만은 외로움을 덜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고독사 전담팀'까지 꾸려 홀몸노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생전에는 말벗 호스피스 등 개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에는 추모단과 장례지원봉사단을 구성해 발인 운구는 물론 사망자 유품정리까지 하는 '아름다운 여정 지원사업'이다.
지역 내 기독교 천주교 불교 단체로 꾸려진 추모단이 임종을 곁에서 지키고 공릉동 원자력병원 등 지역 내 3개 병원이 영안실을 제공한다.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동아리 학생 등 장례지원봉사단은 염습 발인 운구 담당이다. 유품처리는 평소 방문·상담을 통해 의사를 듣고 이를 홀몸노인 관리체계에 등록, 본인 뜻에 맞춘다.
지난 2일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기초생활수급자 김 모(62)씨 장례식은 지역사회가 함께 한 '아름다운 여정' 1호였다. 18년 자원봉사를 해온 조광제(61)씨가 염을 하고 천주교 자원봉사자 20명이 추모 예를 한 뒤 김성환 구청장 등이 먼 길을 배웅했다. 김 구청장은 "고독사는 가족해체 빈곤문제와 연관돼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연계망을 구성해 홀몸노인을 돌보면 고독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양천구 역시 지역사회와 손잡고 가족이 없거나 부양을 포기해 고독사 가능성이 있는 65세 이상 홀몸노인에게 돌봄과 연계한 장례지원을 한다. 지역 내 병원 장례식장, 대한장례인협회가 영안실과 빈소, 수의와 상복 등 장례용품을 제공하고 장례지도사를 통한 장례절차와 유품정리를 지원한다. 3대 종교단체로 구성된 추모단은 추모의식을, 기업봉사단과 노인돌보미는 각각 상주와 조문객 접대를 맡는다. 전귀권 구청장 권한대행은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이웃들을 위해 함께 해준 병원과 장례인협회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의 어려움을 나누겠다"고 전했다.
은평구는 구산동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진행해온 공동장례에 저소득층 일자리를 더해 마을공동체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정돈하는 한편 취약가정 소독 청소를 하는 '크린존'이다. 지난해 10월 사업을 시작한 뒤 벌써 30건 실적을 올렸다. 구 관계자는 "홀몸노인들은 죽음 이후에 대한 불안을 덜고 주민들은 화합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고독사 예방과 연계, 일자리 창출도
"당신이 한국에 도착해 겪었을 아픔과 슬픔 그리고 외로움에 미리 손 내밀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 외로움은 고국 땅에 내려놓으시고 편히 가십시오." 2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동신병원 장례식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망자를 위한 '송사'를 읊었다.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치엔씨 장례식이다. 오영우 북가좌2동 복지통장과 김남수 남가좌2동 복지통장은 아예 상주가 됐다. 방문취업으로 입국, 지난달 11일 사망했지만 연고자를 찾을 수 없어 구에서 대신 장례를 치렀다.
서울 자치구들이 가족이나 친척을 찾을 수 없는 무연고자 장례를 동네 주민들이 함께 치르는 '마을장례'를 잇따라 제도화, 눈길을 끈다. 공동체 회복은 기본.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고독사' 예방,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창출과 연계해 일석삼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서대문구는 무연고 사망자들의 뒤안길을 배웅하는 마을장례지원단 '두레'를 지난 5월말 구성했다. 법률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는 별도 장례절차 없이 시신처리업체가 바로 화장해 납골에 안치하면 되지만 외롭게 살다가 떠나는 이들을 이웃이 배웅하기로 한 것이다.
두레를 중심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복지통장 복지동장이 '지역 상주'가 된다. 장례식은 지역사회가 재능기부를 통해 함께 치른다. 동신병원은 안치·추모 공간을 제공하고 교원라이프가 장례의식에 필요한 위패와 제단 제사상을 준비한다. 상주는 협력기관 관계자들과 함께 영결식을 치른 뒤 경기도 고양시 시립승화원과 파주시 무연고 추모자의 집까지 동행한다.
서대문구는 마을장례에 이어 매년 '기억의 날'도 운영하기로 했다. 두레가 발대식을 치른 3월 13일 추모의 집을 방문, 꽃을 바치고 지역사회와의 인연을 되새길 방침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마을장례지원단을 통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이들이 마지막 가는 길만은 외로움을 덜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고독사 전담팀'까지 꾸려 홀몸노인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생전에는 말벗 호스피스 등 개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후에는 추모단과 장례지원봉사단을 구성해 발인 운구는 물론 사망자 유품정리까지 하는 '아름다운 여정 지원사업'이다.
지역 내 기독교 천주교 불교 단체로 꾸려진 추모단이 임종을 곁에서 지키고 공릉동 원자력병원 등 지역 내 3개 병원이 영안실을 제공한다.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동아리 학생 등 장례지원봉사단은 염습 발인 운구 담당이다. 유품처리는 평소 방문·상담을 통해 의사를 듣고 이를 홀몸노인 관리체계에 등록, 본인 뜻에 맞춘다.
지난 2일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 기초생활수급자 김 모(62)씨 장례식은 지역사회가 함께 한 '아름다운 여정' 1호였다. 18년 자원봉사를 해온 조광제(61)씨가 염을 하고 천주교 자원봉사자 20명이 추모 예를 한 뒤 김성환 구청장 등이 먼 길을 배웅했다. 김 구청장은 "고독사는 가족해체 빈곤문제와 연관돼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연계망을 구성해 홀몸노인을 돌보면 고독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양천구 역시 지역사회와 손잡고 가족이 없거나 부양을 포기해 고독사 가능성이 있는 65세 이상 홀몸노인에게 돌봄과 연계한 장례지원을 한다. 지역 내 병원 장례식장, 대한장례인협회가 영안실과 빈소, 수의와 상복 등 장례용품을 제공하고 장례지도사를 통한 장례절차와 유품정리를 지원한다. 3대 종교단체로 구성된 추모단은 추모의식을, 기업봉사단과 노인돌보미는 각각 상주와 조문객 접대를 맡는다. 전귀권 구청장 권한대행은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이웃들을 위해 함께 해준 병원과 장례인협회에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의 어려움을 나누겠다"고 전했다.
은평구는 구산동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진행해온 공동장례에 저소득층 일자리를 더해 마을공동체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정돈하는 한편 취약가정 소독 청소를 하는 '크린존'이다. 지난해 10월 사업을 시작한 뒤 벌써 30건 실적을 올렸다. 구 관계자는 "홀몸노인들은 죽음 이후에 대한 불안을 덜고 주민들은 화합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회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