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상조, 해법은 없나 ②부실한 제도가 부실상조 피해 키웠다] ‘고객 돈은 내 돈’ … 상조업, 도덕적 해이 ‘적색경보’
지역내일
2013-09-04
(수정 2013-09-04 오후 2:39:33)
업체 4곳 중 1곳, 법정선수금 보전비율 40% 미달 … 27개 업체, 재무자료 제출조차 안해
경조사에 대비해 국민들이 상조업계에 그동안 부은 돈은 3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불투명하고 부실한 경영, 미흡한 제도 때문에 소비자가 돈을 떼이고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정부도 업계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상조 위기의 원인과 정상화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상조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국내 상조업체 수는 300개에 육박하지만 고객이 원할 때 돌려줄 돈이 없는 곳이 상당수다. 빚이 자산을 넘어선 업체도 절반에 가깝다. '먹튀'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가 제도 정비와 업계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먹튀 막자" 보전조치 했지만 … =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국내에는 297개의 상조업체가 있다. 가입자 수는 약 349만명. 이들이 업체에 낸 선수금 규모는 2조8863억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4187억원 늘었다.
하지만 업체 수는 2010년 337개, 2011년 300개, 2012년 307개로 계속 감소세다. 올해도 10곳 줄었다.
'법정선수금 보전비율'을 맞추지 못한 곳들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상조소비자의 피해보상을 위해 업체들이 고객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으면 그 일부를 의무적으로 보전토록 하고 있다. 신규업자는 선수금의 50%, 기존 사업자는 올해 3월 18일부터 4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맡겨야 한다. 오는 2014년부터는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도 법정선수금 보전비율이 50%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상조업체 중 24%에 달하는 72개사는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업체의 선수금 보전비율은 평균 23.3%에 불과하다.
◆재무상태 속이거나 자료 미제출 = 그나마 공정위에 보전비율을 맞춘 것으로 자료제출한 업체들의 신뢰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최근 영세업체들의 회원을 이관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미래상조119(주)의 경우 실제 선수금 보전비율이 기준에 못 미쳤음에도 이를 속여 공정위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아예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버티는 곳도 많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상조이행보증(주) 샘라이프상조(주) 제일종합상조(주) (주)에스제이라이프 (주)제일라이프 대한장례인연합회상조(주) (주)북부상조 (주)포항종합상조 우리상조(주) 대한교직원공제회교원가족상조(주) (주)케이티에스 교원가족상조(주) (주)무궁화상조이벤트 (주)신양상조 (주)영락상조의전 영원상조(주) 그린우리상조(주) (주)하늘징검다리 한국사회복지상조(주) (주)피아이엔 대영상조(주) (주)효드림라이프 아만상조(주) (주)한민족상조 참다예(주) (주)효다함 (유)나누리상조 등 27개 업체는 자사의 선수금규모와 보전규모 등 재무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중 최후독촉 공문을 받고도 자료제출에 불응하는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실질적으로 폐업상태인 곳은 지자체에 직권말소 처분을 의뢰할 계획이다.
◆회계제도 구멍 … 고객돈이 쌈짓돈 = 상조업계가 이처럼 부실투성인 것은 허술한 제도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조업계 전체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119.0%다. 2010년의 135%에 비하면 개선됐지만 여전히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완전자본잠식 업체가 업계 전체의 절반 가까운 136개사나 되는 위험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업계 덩치가 그간 계속 커 온 것은 관련법의 허점 때문이다.
상조는 별도 업종등록이 돼 있지 않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이다. 소비자가 꾸준히 돈을 납입하면 불상사가 생길 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보험업과 유사하지만 보험업 같은 별도의 회계처리기준이 없다. 할부거래법상 상조업체들은 매달 회원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지만 회계상 부채로 인식한다. 영업을 할수록 빚이 쌓여가지만 사실은 만질 수 있는 돈이 많아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쉽다. 특히 선수금 보전이 의무화되기 전에는 들어오는 돈 전부가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업계 특성상 경조사를 치를 때는 부의금, 축의금 등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현금흐름이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쓰고 번 돈을 얼마든 속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회계상 부채인 선수금을 쌈짓돈처럼 여기고 마음대로 빼 쓰거나 무리하게 영업을 확대, 결국 해약환급금을 내지 못할 지경까지 갔다"며 "일정규모 이상의 업체에 대해서는 외부감사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는 요원한 상태다. 관계부처들이 상조업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를 놓고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공정위는 상조업 주무부처에 관한 논의를 벌였으나 서로 미룬 바 있다. 현재 상조를 감시하는 공정위도 거래행위만을 규제하는 기관 특성상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권한이 없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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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에 대비해 국민들이 상조업계에 그동안 부은 돈은 3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불투명하고 부실한 경영, 미흡한 제도 때문에 소비자가 돈을 떼이고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정부도 업계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상조 위기의 원인과 정상화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상조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국내 상조업체 수는 300개에 육박하지만 고객이 원할 때 돌려줄 돈이 없는 곳이 상당수다. 빚이 자산을 넘어선 업체도 절반에 가깝다. '먹튀'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가 제도 정비와 업계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업체 수는 2010년 337개, 2011년 300개, 2012년 307개로 계속 감소세다. 올해도 10곳 줄었다.
'법정선수금 보전비율'을 맞추지 못한 곳들이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상조소비자의 피해보상을 위해 업체들이 고객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으면 그 일부를 의무적으로 보전토록 하고 있다. 신규업자는 선수금의 50%, 기존 사업자는 올해 3월 18일부터 4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맡겨야 한다. 오는 2014년부터는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도 법정선수금 보전비율이 50%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상조업체 중 24%에 달하는 72개사는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 업체의 선수금 보전비율은 평균 23.3%에 불과하다.
◆재무상태 속이거나 자료 미제출 = 그나마 공정위에 보전비율을 맞춘 것으로 자료제출한 업체들의 신뢰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최근 영세업체들의 회원을 이관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미래상조119(주)의 경우 실제 선수금 보전비율이 기준에 못 미쳤음에도 이를 속여 공정위에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아예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채 버티는 곳도 많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상조이행보증(주) 샘라이프상조(주) 제일종합상조(주) (주)에스제이라이프 (주)제일라이프 대한장례인연합회상조(주) (주)북부상조 (주)포항종합상조 우리상조(주) 대한교직원공제회교원가족상조(주) (주)케이티에스 교원가족상조(주) (주)무궁화상조이벤트 (주)신양상조 (주)영락상조의전 영원상조(주) 그린우리상조(주) (주)하늘징검다리 한국사회복지상조(주) (주)피아이엔 대영상조(주) (주)효드림라이프 아만상조(주) (주)한민족상조 참다예(주) (주)효다함 (유)나누리상조 등 27개 업체는 자사의 선수금규모와 보전규모 등 재무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중 최후독촉 공문을 받고도 자료제출에 불응하는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실질적으로 폐업상태인 곳은 지자체에 직권말소 처분을 의뢰할 계획이다.
◆회계제도 구멍 … 고객돈이 쌈짓돈 = 상조업계가 이처럼 부실투성인 것은 허술한 제도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조업계 전체의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119.0%다. 2010년의 135%에 비하면 개선됐지만 여전히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완전자본잠식 업체가 업계 전체의 절반 가까운 136개사나 되는 위험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업계 덩치가 그간 계속 커 온 것은 관련법의 허점 때문이다.
상조는 별도 업종등록이 돼 있지 않은 '선불식 할부거래업'이다. 소비자가 꾸준히 돈을 납입하면 불상사가 생길 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보험업과 유사하지만 보험업 같은 별도의 회계처리기준이 없다. 할부거래법상 상조업체들은 매달 회원으로부터 선수금을 받지만 회계상 부채로 인식한다. 영업을 할수록 빚이 쌓여가지만 사실은 만질 수 있는 돈이 많아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쉽다. 특히 선수금 보전이 의무화되기 전에는 들어오는 돈 전부가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업계 특성상 경조사를 치를 때는 부의금, 축의금 등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현금흐름이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쓰고 번 돈을 얼마든 속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회계상 부채인 선수금을 쌈짓돈처럼 여기고 마음대로 빼 쓰거나 무리하게 영업을 확대, 결국 해약환급금을 내지 못할 지경까지 갔다"며 "일정규모 이상의 업체에 대해서는 외부감사가 의무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는 요원한 상태다. 관계부처들이 상조업을 누가 책임질 것이냐를 놓고 눈치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공정위는 상조업 주무부처에 관한 논의를 벌였으나 서로 미룬 바 있다. 현재 상조를 감시하는 공정위도 거래행위만을 규제하는 기관 특성상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권한이 없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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