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방사능 공포 시대

지역내일 2013-09-24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세슘, 트리튬, 반감기, 밀리시버트, 베크렐, 피폭, 내부피폭. 일반 시민들에게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 앞에 후쿠시마란 설명을 달고 신문과 방송에 나오기만 해도 공포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인기 순위 1위였던 생선류 매출이 뚝 떨어졌다. 생선횟집 매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가려고 했더니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 방사능 오염으로 일본이 위험하다는 데 괜찮은 거냐고들 염려했다.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괴담에 사람들이 그렇게 몰두해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되는 대로 정부가 안전하다는 공식 발표를 믿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생선회도 먹고 삶은 게도 먹었다. 후쿠시마에서 도쿄보다 두배는 더 멀리 떨어져 있을 그곳이 아직 안전하리라고 믿고 싶었고 또 믿었다. 그러나 최근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뉴스는 황당하기도 하고 겁난다.

8월 초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부근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매일 300톤씩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공식발표했다. 그 이후 추가 오염 사실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방사능 오염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일본 정부는 딴소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베신조 일본총리는 9월 8일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국제올림픽(IOC)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는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세계는 아직도 일본의 안전신화를 믿고 있는 셈이다.

한 국가의 이익을 놓고 보면 일본을 이해할 구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개최 경선을 앞둔 나라가 방사능 오염수가 줄줄 샌다고 순순히 고백할 수 있을까.

한국이나 미국의 국가 정상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응할까. 올림픽 유치를 위해 일본 정부와 언론이 알면서 입을 다물거나 적극적으로 사실을 캐지 않았고 후쿠시마 원전 관리를 맡은 도쿄전력도 이에 편승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렇다면 황당한 일이다.

후쿠시마원전 방사능유출 통제 안돼
깊이 생각하면 황당한 정도가 아니라 소름끼친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금 일본의 기술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국제원자력위원회(IAEA)의 지적처럼 후쿠시마 지하수 오염은 생각보다 심각한지도 모른다.

쓰나미에 의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것이 언제인가. 2011년 3월이다.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일본은 유일하게 핵폭탄의 피해를 받은 경험을 안고 있는 나라다. 또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안전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 일본에서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통제가 안된다는 것은 관리부실로만 생각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이미 문제의 후쿠시마 제1원전 원자로 4기는 재가동을 포기한 상태다. 다시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그런데도 방사능 누출 통제가 안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서 수입하는 농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정부는 후쿠시마를 비롯해서 동 일본 지방 8개 현(縣)에서 잡힌 수산물을 수입금지했다. 나아가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한국 근해를 오염시킨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닷가 생선횟집이 타격을 입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이 시점에서 한국에도 23기의 원자로가 동해와 황해 바닷가에서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장으로 멈춰선 원자로도 있고, 거짓으로 시험을 통과한 부품이 발각되어 가동 중단된 원자로도 많다. 그런데도 전력이 모자라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드세다. 후쿠시마원전 폭발과 같은 사태는 결코 없을 것이란 판단 속에 이런 계획이 추진되는 것이다.

모든 핵발전소는 결국 거대한 폐기물
그러나 미국의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와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말해주듯이 완전무결이 있을까. 설령 그런 폭발사고가 없다 해도 원자로는 60년 후 70년 후 폐쇄해야 한다. 거대한 폐기물로 수백년 이상을 통제해야 한다. 그 폐기물에서 나온 방사능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면….

중국은 이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초기 단계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가 수없이 건설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가운데 놓고 50기가 넘는 원자로가 일본 열도에 있고, 중국에는 얼마나 많은 원자로가 생겨날지 모른다. 이 모든 원자로들이 궁극적으로 잠재적 방사능 오염원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사고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20세기 후반은 핵전쟁 공포시대였다. 21세기에 우리는 방사능 공포시대로 들어섰다. 앞으로 우리는 방사능 측정장치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들고 다녀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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