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중 FTA와 포전인옥(抛塼引玉)

지역내일 2013-10-04
장진호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지난 9월 초 7차 협상을 끝으로 한중 FTA 1단계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1단계 협상에서는 협상 품목군을 △즉시~10년 내 철폐하는 일반 품목 △10~20년 내 철폐하는 민감 품목 △각종 보호조치가 가능한 초민감 품목 3가지로 나누었다. 그리고 전체 교역 품목 중 품목 수 기준으로 90%, 수입액 기준으로 85%를 자유화 대상으로 설정하기로 하였다.

이제 올해 11~12월에 한중FTA 2단계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 농업계에서는 2단계 협상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농산물 중 어느 품목이 민감 품목으로 분류되고, 또 어느 것이 초민감 품목으로 분류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느 품목으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무역자유화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농들에게 중국시장은 '그림의 떡'

일부에서는 한중 FTA가 우리에게 좋은 기회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한중 FTA발효 후 10년 안에 우리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0% 늘고, 투자 확대에 따른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또한 농업인에게도 고품질 농산물로 중국의 상류층을 공략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강단에서 농업인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는 필자도 이와 비슷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농업인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반문해보면 "아니올시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마치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 말처럼 하나마나 한 소리라는 것을 필자도 알고 농업인들도 알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2년 농림어업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농가 경영주의 연령대는 70세 이상이 36.2%, 60대 29.3%, 50대 23.7%로 60대 이상이 65.5%를 차지한다. 농지규모도 농가당 경지 면적이 1ha미만 농가가 66.3%에 이르는 소농구조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농들에겐 중국시장은 '그림의 떡'이다. 마치 토끼에게 사자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면 초원에서 마음껏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과 같다.

물론 젊은 농업인, 경쟁력 있는 농업인들도 있다. 이들에게 중국시장은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농업인들은 우리 농업인들 중 극히 일부이다. 대다수의 농업인들은 시장개방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저가의 중국산 농산물에 떠밀려 설자리를 잃게 된다.

한중 FTA 2차 협상이 시작되면 치열한 포전인옥(抛塼引玉)의 협상전이 시작될 것이다. 포전인옥이란 중국의 대표적인 병법서 가운데 하나인 삼십육계에 나오는 말로 적에게 벽돌을 미끼로 주고 옥을 얻어낸다는 뜻이다. 나의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척하지만 결국 상대방의 더 좋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술인 것이다. 이러한 협상전에서 농업이 벽돌의 역할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특히 중국은 농업 분야의 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제조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니 말이다.

290만 농업인의 생계와 복지가 달린, 버릴 수 없는 '옥'

이제 우리는 어느 것이 옥이고 어느 것이 벽돌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당장은 벽돌처럼 보이나 나중에 옥인 것이 있고, 옥처럼 보인 것이 벽돌이 되는 경우도 있다. 농업은 다원적 가치나 식량안보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290만 농업인의 생계와 복지가 달린 분야이다. 분명 버릴 수 없는 옥인 것이다.

그리고 평균연령 64.4세인 농업인들로 하여금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게 하여 중국의 상류층을 공략하게 하는 것보다 핸드폰과 자동차 등을 더 잘 만들어 중국의 상류층에게 판매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다.

협상에는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다. 국가 발전의 긴 안목을 가지고 어느 것이 내어줄 수 있는 벽돌이고, 어느 것이 지켜야 할 옥인지 분명히 알고 한중 FTA 2차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