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합진보당 당원 '무죄' … "당, 당규로 대리투표 금지안해 업무방해 받은 바 없어"
지난해 3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의 대리투표를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일부당원들이 대리투표를 하여 통합진보당의 '정당한 경선업무'를 방해했다고 기소했지만, 법원은 당헌당규로 대리투표를 금지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업무는 방해받은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헌법상 공직선거의 4대원칙인 보통·비밀·직접·평등 원리가 당내경선에도 절대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아래 대리투표는 위법행위라고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내경선에도 민주적 헌법원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원칙이나 공직선거의 4대원칙이 모두 절대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의 본선거와 별도로 당내경선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4대원칙과 무관한 여론조사도 당내경선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송경근)는 7일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전자투표 과정에서 당원으로 등록된 지인이나 가족,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받아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 모(48)씨 등 4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공직선거에 대해 직접선거 원칙을 규정하지만, 정당의 당내 경선은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이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 정당이 자율로 정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의 직접투표 원칙이 당내 경선에서도 그대로 준수돼야 한다는 검찰 공소사실의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통합진보당이 전자투표 절차와 방법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고 △선거 당시 대리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선거권자들에게 알린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전자투표가 '반드시 직접투표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통합진보당은 가족·친척·동료 등 일정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임에 의해 이뤄지는 통상적 수준의 대리투표는 감수할 의사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정도의 대리투표라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하거나 선거권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사전에 대리투표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투표율을 높이는 것에만 집착해 대리투표를 최대한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조처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조차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투표를 실시한 당직자 및 선거업무 담당자들에게 근본적이고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통합진보당이 이들 당원들 때문에 방해받은 업무가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당내 대리투표 행위가 제한 없이 허용된다거나 언제나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경우 정당법에서 "당원 또는 당원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의 회의에서 비밀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비밀투표의 원칙 이외의 나머지 '보통·평등·직접 원칙은 절대 준수사항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정당법이나 당규에 대리투표 금지를 명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해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의혹을 수사해 510명을 기소했으며 지금까지 판결이 난 11건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선고한 전국의 법원들은 당내경선을 공직선거의 연장선에 있는 선거로 보아 모두 헌법상 보통·직접·비밀·평등의 4대원칙이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당내경선의 특수성에 대한 법원의 정밀한 분석판단이 제기된 만큼 대법원에서 일괄해 가닥이 추려질 전망이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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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과정의 대리투표를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일부당원들이 대리투표를 하여 통합진보당의 '정당한 경선업무'를 방해했다고 기소했지만, 법원은 당헌당규로 대리투표를 금지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업무는 방해받은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헌법상 공직선거의 4대원칙인 보통·비밀·직접·평등 원리가 당내경선에도 절대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아래 대리투표는 위법행위라고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내경선에도 민주적 헌법원리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원칙이나 공직선거의 4대원칙이 모두 절대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의 본선거와 별도로 당내경선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4대원칙과 무관한 여론조사도 당내경선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송경근)는 7일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 전자투표 과정에서 당원으로 등록된 지인이나 가족, 친구에게 휴대전화로 전송된 인증번호를 받아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최 모(48)씨 등 45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은 공직선거에 대해 직접선거 원칙을 규정하지만, 정당의 당내 경선은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이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 정당이 자율로 정하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의 직접투표 원칙이 당내 경선에서도 그대로 준수돼야 한다는 검찰 공소사실의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통합진보당이 전자투표 절차와 방법에 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고 △선거 당시 대리투표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선거권자들에게 알린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전자투표가 '반드시 직접투표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통합진보당은 가족·친척·동료 등 일정한 신뢰관계가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위임에 의해 이뤄지는 통상적 수준의 대리투표는 감수할 의사였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이런 정도의 대리투표라면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하거나 선거권자의 의사를 왜곡하는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사전에 대리투표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투표율을 높이는 것에만 집착해 대리투표를 최대한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조처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를 금지하는 규정조차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투표를 실시한 당직자 및 선거업무 담당자들에게 근본적이고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통합진보당이 이들 당원들 때문에 방해받은 업무가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당내 대리투표 행위가 제한 없이 허용된다거나 언제나 업무방해죄가 될 수 없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경우 정당법에서 "당원 또는 당원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의 회의에서 비밀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비밀투표의 원칙 이외의 나머지 '보통·평등·직접 원칙은 절대 준수사항이 아닌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정당법이나 당규에 대리투표 금지를 명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검찰은 지난해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 의혹을 수사해 510명을 기소했으며 지금까지 판결이 난 11건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유죄선고한 전국의 법원들은 당내경선을 공직선거의 연장선에 있는 선거로 보아 모두 헌법상 보통·직접·비밀·평등의 4대원칙이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을 통해 당내경선의 특수성에 대한 법원의 정밀한 분석판단이 제기된 만큼 대법원에서 일괄해 가닥이 추려질 전망이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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