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시절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라고 청와대에 재차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청와대가 부실한 이행계획을 제출한 데 따른 재회신 요청이다. 19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는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청와대가 지난 5월 제출한 근절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이행계획안을 다시 제출할 것을 지난달 11일청와대에 요청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월 인권위로부터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대통령 이행계획을마련하라는 권고를 받고 의무 회신기한인 90일 만인 지난 5월 20일 인권위에 '두 문장짜리' 이행계획안을 제출했다.
당시 이행계획안에는 "민간인 불법 사찰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음. 다시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임. 끝"이라고만 쓰여져 있었다. 지나치게 짧은 데다 책임을 져야 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책임 회피 논란이 일었었다.
인권위의 청와대에 대한 회신안 재요청은 이런 논란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인권위의 회신안 재요청이 한 달을 넘겼지만 아직 답을 안 주고 있다.
인권위법에는 권고를 받은 기관이 90일 이내 권고에 대한 회신안을 인권위에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재회신의 경우 별도 의무 회신기한 규정이 없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와대가 회신할 것으로 보고 좀 더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권위의 한 직원은 "청와대의 태도는 인권위에 대한 현 정부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며 "권력감시기관으로서의 인권위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작년 3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지자 직권조사를 벌여 총리실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찰에 개입했다고 결론짓고대통령에게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권고는 2001년 인권위 설립 이래 대통령을 상대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재걸 기자 ·연합뉴스 clarita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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