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일한 핵심 증거인 여동생 진술 객관적 사실과 모순"
서울시청에서 일하면서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탈북자 공무원 간첩' 유 모(33)씨에 대한 간첩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유일한 핵심 증거인 유씨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모두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또 국가정보원이 유씨 여동생을 수사할 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유씨의 진술이 법적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22일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 3170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증거인 여동생의 진술 가운데 일부는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모순되고 일관성과 합리성이 없는 진술"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지난해 1월 설 연휴 기간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을 만난 뒤 밀입북했다는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유씨의 밀입북 시기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여동생의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과 명백히 모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씨가 지난해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밀입북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22일과 23일 중국에서 가족 친구들과 설을 앞두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유씨의 사진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다. 또 여동생은 당시 오빠의 휴대폰 안에 북한 회령의 고향집에 있는 사진첩이 저장돼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는 중국 연길의 사진첩으로서 현재도 연길에 보관돼 있음이 확인됐다. 이처럼 검찰이 유씨의 밀입북 증거라며 유일하게 제시한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전혀 맞지 않은데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인 여동생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제시한 또다른 간접증거도 배척됐다. 국정원은 북한 회령시 역전동 길거리에서 유씨를 본 적이 있다는 여성탈북자 석 모씨의 진술을 간접증거로 확보했다. 그러나 법정에 나온 석씨는 그 당시 유씨의 사진을 보고는 "이렇게 살찐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길거리에서 봤던 머리모양과도 다르다"고 증언했다. 그 당시 회령시 고향집에서 유씨를 보았다는 또다른 탈북자 김 모씨는 북한에 만연된 '빙두'라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임이 밝혀져 진술의 신빙성을 잃었다.
검찰은 유씨가 다수의 탈북자정보를 확보해 소지하고 있던 점을 유죄증거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연세대 탈북자동아리 회장으로서 회원들의 장학금 신청 등을 맡아 하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지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에 제공할 목적으로 수집한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포렌식 프로그램을 통해 유씨의 노트북에서 삭제된 파일을 모두 복원하고도 이를 법정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데 대해 "파일삭제 행동만으로 간첩행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국정원이 유씨의 동생을 수사할 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여동생의 증언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동생은 오빠와 함께 공범 혐의로 조사받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한 피의자의 권리를 부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유씨가 북한에서 태어난 화교의 신분을 숨기고 그동안 탈북자로 행세하며 정착자금을 수령한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유씨를 변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판결에 대해 "국정원의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살펴본 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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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에서 일하면서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겨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탈북자 공무원 간첩' 유 모(33)씨에 대한 간첩혐의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검찰이 제시한 유일한 핵심 증거인 유씨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모두 모순된다고 판단했다. 또 국가정보원이 유씨 여동생을 수사할 때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유씨의 진술이 법적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22일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여권법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5만 3170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증거인 여동생의 진술 가운데 일부는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모순되고 일관성과 합리성이 없는 진술"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 없이 유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지난해 1월 설 연휴 기간 유씨가 중국에서 가족을 만난 뒤 밀입북했다는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유씨의 밀입북 시기에 대해 검찰이 제시한 여동생의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과 명백히 모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씨가 지난해 1월 22일부터 24일까지 밀입북했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22일과 23일 중국에서 가족 친구들과 설을 앞두고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유씨의 사진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다. 또 여동생은 당시 오빠의 휴대폰 안에 북한 회령의 고향집에 있는 사진첩이 저장돼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실제로는 중국 연길의 사진첩으로서 현재도 연길에 보관돼 있음이 확인됐다. 이처럼 검찰이 유씨의 밀입북 증거라며 유일하게 제시한 여동생의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전혀 맞지 않은데 대해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인 여동생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제시한 또다른 간접증거도 배척됐다. 국정원은 북한 회령시 역전동 길거리에서 유씨를 본 적이 있다는 여성탈북자 석 모씨의 진술을 간접증거로 확보했다. 그러나 법정에 나온 석씨는 그 당시 유씨의 사진을 보고는 "이렇게 살찐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길거리에서 봤던 머리모양과도 다르다"고 증언했다. 그 당시 회령시 고향집에서 유씨를 보았다는 또다른 탈북자 김 모씨는 북한에 만연된 '빙두'라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임이 밝혀져 진술의 신빙성을 잃었다.
검찰은 유씨가 다수의 탈북자정보를 확보해 소지하고 있던 점을 유죄증거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연세대 탈북자동아리 회장으로서 회원들의 장학금 신청 등을 맡아 하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지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에 제공할 목적으로 수집한 증거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이 포렌식 프로그램을 통해 유씨의 노트북에서 삭제된 파일을 모두 복원하고도 이를 법정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데 대해 "파일삭제 행동만으로 간첩행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국정원이 유씨의 동생을 수사할 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지 않은 점을 들어 여동생의 증언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동생은 오빠와 함께 공범 혐의로 조사받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한 피의자의 권리를 부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유씨가 북한에서 태어난 화교의 신분을 숨기고 그동안 탈북자로 행세하며 정착자금을 수령한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유씨를 변호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판결에 대해 "국정원의 간첩사건 조작 의혹에 관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역사적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살펴본 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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