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모잘못 때문에 낙인찍히지 않을 권리

지역내일 2013-08-29 (수정 2013-08-29 오후 3:42:40)
이충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사장

미정이(가명·16)는 반에서 10등 안에 드는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수감 이후 학교를 자퇴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이른바 '비행청소년'이 됐다. 이제 미정이는 "부모 있는 아이들과 나쁜 짓을 하면 다 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아빠가 그렇게 (수감)되니 더 반항심이 생긴다"며 체념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연좌제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유엔(UN)은 2011년 9월에 열린 아동권리협약(CRC)회의에서 '수형자의 자녀'를 일반논평의 주제로 선정하였고, 이보다 앞선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수형자 자녀를 위한 권리장전'을 마련하였다.

영국에서는 수형자 자녀들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2010년부터 중·장기 공공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예비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는 수형자의 자녀들을 특별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 위기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계속되고 있는 연좌제

일명 '잊혀진 피해자(forgotten victim)' 혹은 '보이지 않는(invisible) 제2의 피해자'로 일컬어지는 수형자의 자녀들은 원치 않은 가정 해체로 인한 정서적 불안, 부모가 범죄자라는 사실에서 오는 수치심, 낮은 자존감, 사회적 박탈감과 분노 등으로 일반 아동에 비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5~6배 높아 이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출소(예정)자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있는 공공기관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서비스 수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출소자들이 사회복귀의 애로사항으로 경제적 어려움(60.4%) 다음으로 가족관계(20.3%)를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출소 후에도 꾸준히 가족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비율(15.5%)이 그렇지 않은 비율(8.7%)에 비해 두배 가량 높게 나타나 가정의 유지와 회복이 재범의 주요한 억제 요인이자 출소자들의 자립 동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범죄에 대해 마땅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 정의 구현을 위한 국가적 의무라면 출소자와 그 가족들이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국가적 의무일 것이다.

최근 공단은 가족희망복원센터를 건립하여 출소(예정)자들이 수감으로 인해 와해된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안정된 가정생활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다.

출소자 가정의 생활 고충상담, 심리검사, 자녀들을 대상으로 학습지원 및 장학사업, 심층상담과 멘토링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부모·자녀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소자 자녀 지원은 재범 예방의 효과

사회가 부모의 수감기간 동안 자녀들을 돌보고, 출소한 부모들이 안정된 경제적 기반과 가족의 정서적 지지를 통해 성공적인 복귀를 이루어가도록 격려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한민국의 탄력성을 높이고 재범과 범죄의 대물림을 막아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미정이를 비롯해 정확한 수치조차 파악되지 않는 채 인권의 사각지대로, 범죄의 현장으로 내몰리는 수형자의 자녀들에게는 부모와 떨어져 있는 동안 보살핌을 받을 권리, 부모의 구금으로 인해 비난받고 낙인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것은 이들이 오래 전에 잃어버린, 그러나 이제는 사회가 나서서 되찾아주어야 할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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