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인터뷰

민병희 교육감, 학부모와 함께 교육을 이야기하다!

“가슴 속 씨앗을 품은 아이들로 키워나가길...... ”

지역내일 2014-02-03

 


 


탈무드에 등장하는 말이다. ‘학교가 없는 도시에는 사람이 살지 못한다.’ 학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말해주는 이야기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주는 곳이 학교이며 자신의 가치를 깨우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것. 하지만 대한민국의 많은 학생들은 말한다. “학교만, 공부만 없으면 살 것 같다고.”


학생도 학부모도 교육의 변화가 절실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는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보다 앞서 강원도교육청은 다양한 정책으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궁금한 것도 많다. 그래서 준비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과 이승윤(예비중3, 6세), 최지현(예비고1) 학부모가 함께 나눈 우리 아이들의 교육 이야기. 


안녕하세요. 직접 커피도 타주시고 인상적이네요. 예전에는 교육감님 하면 굉장히 권위적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세요?


 


제가 2010년 교육감에 취임하면서 강조한 것이 있습니다. ‘권위주의를 내려놓겠다, 많은 분들과 소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얼마나 추상적입니까? 그래서 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했죠. 그래서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는 직접 차를 대접하고, 북카페인 ‘카페 모두’를 구상했습니다. ‘카페 모두’는 두터운 성벽 같은 교육청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결과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죠. ‘카페 모두’처럼 누구나 쉽게 찾아오고,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교육감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페 모두 : 특수학교인 동원학교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장애학생들이 운영하는 북카페로, 행정기관에 처음으로 문을 연 카페. 1호점은 강원도교육청, 2호점은 강원도교육연수원에 만들어졌고, 3호점은 오는 4월 원주교육문화관에서 문을 연다.



 사실 진보교육감으로 남다른 기대도 많이 받으셨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지난 임기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2010년 7월 1일 취임하고서 도민에게 공약한 친환경 급식지원, 고교균형발전 지원, 학교혁신 기반 구축, 학교인권 개선, 교원 전문성 강화를 핵심 추진 사업으로 ‘모두를 위한 강원교육’을 실현해왔습니다. 그리고 주요 사업의 공약 이행율은 95%정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공약 이행율이나 학업성취도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가 얼마나 학교다운 모습이 되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를 방문하며 보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학생과 선생님의 표정이 밝고 즐거운가? 학교는 학생들에게는 배움터이고, 선생님들에는 일터입니다. 그렇기에 학교를 즐거운 곳,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로서 학교가 즐겁고 행복해지고 있다면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엄연한 입시 경쟁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성적인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솔직한 학부모의 심정인데요?



세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대흐름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는데도 질적 접근과 자율선 시스템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적인 예로 이번 2014년 수시모집에서 도내 학생들의 합격률이 지난해에 비해 30% 가량 올랐습니다. 그동안 강원도교육청이 학생의 자기선택권과 자기 주도적 학습과 같은 질적 접근과 내면적 자율시스템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고교평준화 도입으로 학생들의 대입경쟁력은 훨씬 좋아 질 것입니다. 학계의 연구결과와 우리보다 먼저 고교평준화를 도입한 다른 지역, 스무 해 전에 고교평준화를 해 본 춘천과 원주의 결과를 보면 쉽게 입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위층 학생들은 외지로 나간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최근 몇 년간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가장 뜨거운 관심사였던 것 같아요. 진행하면서 많이 힘들기도 하셨을 것 같은데, 고교평준화를 꼭 이루고자 했던 이유가 있으신가요?


 


먼저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지로 나가는 학생들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결코 평준화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외지로 나가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평준화를 왜 꼭 해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원주의 한 학생이 제게 했던 말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저는 학교가 좋은데, 옆집 아저씨가 내 교복을 자꾸 쳐다봐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교복 색으로 차별 당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서열이 나눠지면서 전체적으로 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고교평준화는 거의 스무 해가 넘는 도민들의 오랜 열망이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과 한겨울 찬바람에서도,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데로, 눈이 오면 오는 데로 온 몸으로 맞으면서 바랐던 희망이었습니다. 두 해를 시행하면서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민원 없이 대의에 따라준 도민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큽니다. 이제는 원거리 배정자들의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연구 과제입니다.


 


무상급식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춘천시와의 견해는 좁힐 수 있을까요?


 


급식과 관련해 지난해에 춘천시가 예산분담을 하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러 춘천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는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려고 했으나 도의회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원회에서 절묘하게 합의되었던 것이 갑자기 번복돼서 아쉬움이 더욱 큽니다. 예산이 삭감되었기 때문에 우리 도교육청만으로는 해결방안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강원도와 시군지자체, 특히 찬성하는 시군지자체 등과의 협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올 상반기 추경 때에 도와 도교육청이 다시 예산안을 올리면 도의회에서 다시 심의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신년 연설에서 ‘2014년에는 교실복지를 이루시겠다’는 의지를 밝히셨는데요. 그 동안 추구했던 정책들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그 동안의 강원교육이 추구하는 교육복지가 교육비 경감을 중심으로 한 무상교육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의 교육복지는 교육의 질과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래형 선진 강원교육의 완성을 위한 교실복지’를 정책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즐거운 공부를 위한 ‘수업복지’, 최고의 교육환경을 위한 ‘시설복지’, 저마다의 꿈을 키워가는 ‘진로복지’ 세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수업복지’는 수업 방법의 혁신을 위한 교사 연수와 새로운 수업방법의 개발과 확산에 역점을 두려고 합니다. ‘시설복지’는 따뜻하고 시원한 교실, 미세 먼지 없는 청정 교실로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고, 햇빛발전소, 천연 잔디, 학교 숲 등 친환경 건강학교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진로복지’와 관련해서는 이번 2014학년도 대입수시모집에서 진가를 발휘한 진학지도 역량을 바탕으로 대학입시지원관 확대, 대학입시 분석 대응팀 구성, 맞춤형 진로 포트폴리오 설계로 진학지원체제를 굳건히 구축할 것입니다. 또한 특성화고등학교와 관련해서는 지역산업과 연계한 교육과정으로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고 미래 지향적인 직업교육 체제를 만들어 나갈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방 들어오는 문에서 시 한 편 못보셨나요? ‘흙’이라는 동시인데, 제가 참 좋아합니다. 제가 7년 동안 농사를 지어봐서 잘 압니다. 이리저리 차이던 흙덩이도 씨앗을 품으면 생명을 키우기 위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땅과 하나가 됩니다. 땅이 된 흙덩이는 발에 함부로 차이지도 않고, 다른 일에 쉽게 휩쓸리지도 않죠. 씨앗을 품는다는 건 꿈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바르게 키워 내려면 이렇듯 가슴속에 각자의 씨앗을 품게 해야 합니다. 사실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사고를 깨기란 힘든 일이죠. 하지만 옳은 가치를 위해 과감하게 시도했습니다. 실패해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자신만의 씨앗을 품을 수 있는 행복한 아이들로 함께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흙 –박방희


길바닥에 떨어진


하찮은 흙덩이도


씨앗을 품으면


앉음새가 달라진다.


땅이 되어 앉는다.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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