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면 며칠 전부터 떡쌀을 불리고 가래떡 뽑는 일이 설음식 장만 중의 큰 일이었다. 골목길 바깥까지 길게 줄을 선 예전 떡방아간의 추억, 요술처럼 길게 빠져 나오던 하얀 가래떡에 그 날만큼은 모두가 배부르던 향수.
떡은 그렇게 오래 전부터 우리와 친숙한 먹거리였지만 햄버거와 케익 등 서구식 음식문화에 밀려 예전 만한 인기는 누리지 못하는 형편. 하지만 이제 젊은 세대들이 리드하는 새롭고 신선한 떡 문화가 속속 등장하면서 우리 전통 떡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간식으로 뿐 아니라 폐백, 이바지에 꼭 구색 맞추어 마련해야 하는 떡-퓨전식 떡집 강선마을 ''대치떡방''과 대화동 ''사계병과''에서 다양한 떡의 세계를 만나보자.
대치떡방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서울의 낙원동 떡집 일대와 더불어 떡집이 많이 몰려 있는 곳.
낙원동의 떡이 대중적이면서도 소박한 전통에 따른 것이라면 대체적으로 대치동 떡집은 강남일대의 필요요구에 따른 색과 모양 등을 현대적으로 변화시킨 떡이 주류를 이루었다고들 한다.
이 대치동에서 20여년간 ''풍년떡집''을 경영해 온 친정어머니가 이 곳 일산으로 이주하면서 새롭게 재 탄생한 강선마을의 ''대치떡방''
지금은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은 젊은 형제 자매들이 본사를 서울 성동구 성수1가에 두고 현재의 강선마을 한양아파트 단지 내 상가 1층에 일산점을 두고 있으며 인사동 아리랑명품관과 명동 한국관광명품점에 ''대치식품'' 상호를 달고 떡을 공급하고 있다.
흑백의 시원한 타일로 바닥을 깔고 하나씩 깔끔하게 낱개 포장된 떡들을 환한 조명아래 현대적으로 배치한 내부 인테리어가 우선 눈길을 끄는 ''대치떡방''은 16가지 종류의 찰떡 위주 떡을 선보이고 있다.
찰떡은 바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하나씩 해동하면 처음 만들어진 때와 같은 맛과 향취가 그대로 살아나 요즈음 신세대들도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 찾고 있다고. 그래서 아침식사대용으로 건강을 가미한 흑미찰떡과 현미찰떡을 내놓았는데 당뇨식으로도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한다. 이 곳의 또 하나의 자랑은 ''두텁떡''-두텁떡은 찹쌀가루에 꿀이나 설탕을 쳐서 고루 반죽한 후 귤병과 대추를 잘게 썰어 소로 하여 경단처럼 빚어 붉은 팥을 묻혀 쪄 낸 떡이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딸들에게 내려온 두텁떡의 맛과 모양은 이곳의 일등공신. 또한 모든 떡 재료는 여주 이천쌀 등 최상의 품질만 고집한다.
한과와 매작과 등도 갖추고 폐백, 이바지 음식도 맞춤하고 있는데 폐백, 이바지에 정해진 떡 종류는 딱히 없으며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찰떡종류로 구색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청홍보자기에 정성껏 담은 폐백, 이바지떡 한과세트는 하루 전에 주문하면 되고 가격은 대략 8만∼15만원대면 무난하다.
그 이외에도 낱개 포장된 떡을 예쁜 상자에 담은 선물용 세트가 2만∼5만원정도.
연중무휴이며 오전 8시30분∼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031-914-1677∼8
사계병과
대화동 백병원 앞 ''사계병과''는 인근 주민들 뿐 아니라 병원 문병객들이 끊임없이 찾는 덕분에 준비된 떡들이 오후만 되면 일찍 떨어질 정도.
환자들의 간식, 당뇨환자들의 식사대용으로도 좋은 흑미찰떡과 현미찰떡이 병원 문병객들이 주로 찾는 것이고 그 이외에 개성약과 두텁떡 견과류를 듬뿍 넣은 영양떡 등 낱개 포장된 떡들이 인기다.
"기존의 떡집에서 한가지 떡을 포장 판매하다 보니 입맛 다른 식구들의 기호에 따라 많은 양의 떡을 사게 되는 단점을 보완해 제빵제과처럼 낱개 포장한 것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는 김명숙 대표는 오래 전부터 식품업에 종사해 오던 중 떡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사계절이라는 의미의 ''사계'' ''떡 병'' ''과자 과''-사계병과는 김명숙 대표의 떡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홍대 미대 출신의 김명숙 대표 남편의 미적감각이 어우러져 탄생한 퓨전식 떡집.
공장을 장항동에 두고 서울 경기지역 초등학교 급식에 떡을 공급하다가 지금의 백병원 앞에 문을 연지 두 달 남짓 되었지만 이 곳의 떡을 선물 받은 서울 등 각 지역에서까지 전화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있어 앞으로 체인점 사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곳의 자랑은 개성약과. 이 약과는 소주로 반죽하는 전통의 방식대로 정성스레 빚어 그 맛이 일품이다. 김대표는 항상 공장작업장에 떡을 만드는 공정과 재료비율을 과학적으로 정리한 노트를 비치해두고 언제든 누가 제조해도 똑같은 맛이 나도록 하는 등 장인적으로 내려오는 떡 공정을 현대화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폐백 이바지 떡 한과 세트만은 20∼50만원정도, 육포 술 고기까지 갖춘 풀 셋트 맞춤도 가능하며 가격대는 구색 맞추기 나름으로 다양한 편. 031-918-7234/7223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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