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한국정치 새흐름 ③ 온라인 정치시장

인터넷 속도로 민심 바뀐다

지역내일 2002-04-19 (수정 2002-04-19 오후 5:02:55)
민주당 설 훈 의원이 이회창 총재의 빌라문제를 제기한 날이 3월5일, 이로부터 일주일 후인 3월11일~12일 이틀간 <문화일보>와 SBS공동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대선주자 노무현 고문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이 41.7%대 40.6%로 나타났다. 조사기관은 빌라문제가 민심을 바꾼 것이라고 진단했다.
97년 김대중 후보 대선기획본부의 홍보팀장을 맡았던 윤흥렬 전 스포츠서울 사장은 “일주일만에 국민의 판단기준이 바뀐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정치권의 폭로와 쟁점대결이 유권자의 판단을 바꾸는데 이르는 ‘여론의 회임기간’이 매우 짧아졌다는 것이다. 윤 전사장은 “97년 이 총재 아들의 병역문제가 유권자의 판단을 바꾸는데 걸린 시간은 1개월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속도’로 민심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의 속도란 곧 빛의 속도이다. 현재로선 이 변화하는 속도의 최대수혜자인 노무현 후보도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판단에 깜짝깜짝 놀란다”면서 “나도 그 힘에 떠밀려 가고 있는 존재”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과거 오프라인에만 존재했던 조직과 자금으로 통제되던 정치시장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치시장을 열어놨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은 인터넷이 연 새로운 정치시장에 등장한 ‘휴먼네트워크’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오프라인의 정치시장은 돈받고 동원되는 위장된 자원봉사자는 있어도 자기 돈 들여서 선거운동하는 건 바보짓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해왔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열린 정치시장에서 결합된 노사모는 돈과 조직에서 분담과 자율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휴먼네트워크체제’라는 점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이인제 후보측이 ‘노사모’의 자금에 대해 추적했던 것도 그 일환이다.

◇ 공중파 방송 유력일간지 능가하는 인터넷 매체 = 인터넷 정치시장은 이른바 ‘펀글(퍼온 글)’을 통해 광범한 장(場, field)을 형성한다. 특정인이 쓴 글이나 컨텐츠를 자기네트워크에 올라있는 제3자에게 이메일로 전달하고, 관련사이트에 올리는 행위는 가장 흔하게 장을 이루는 방식이다. FX사업을 풍자한 ‘엽기대통령’은 1000만회 이상의 조회와 ‘펀글’을 기록했다. 순식간에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을 능가했다.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측은 민주당 국민경선을 스포츠 생중계하듯 전할 때 평균 150만건의 조회를 기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메이저 언론사의 신문 발행부수에 맞먹는 규모다.
최근에는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라는 제목의 ‘반창가(反昌歌)가 폭발적인 ‘펀글’이 되고 있다.
이같은 인터넷 정치시장의 힘은 오프라인상의 여론시장을 능가하는 현실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한 고위관계자는 “5년 전만해도 유력일간지 중 하나가 3일만 공격하면 어떤 정권도 무릎을 꿇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유력일간지가 합동으로 열흘 이상을 공격해도 여론은 오히려 반대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체 임원인 김진두씨는 “우리회사 직원들이 정보 취득하는 걸 보면 특정언론사의 의도된 논조는 결코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알겠더라”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검색기능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구하면서 오프라인상에서 센 매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 변화개혁은 보수 진보 초월한 흐름 = 한편 이같은 새로운 정치시장의 형성에 대해 재미있는 해석을 가하는 사람도 있다. 기성정치인들 사이에서 만연되어 있는 “보혁대결 구도가 되면 보수세력이 승리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보수세력이 강하다”는 ‘완고한 믿음’을 인터넷 정치시장이 허물었다는 것이다.
이인제 후보측이 음모론을 한창 제기할 때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자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수구적 보수세력의 기반을 봉쇄하고, 개혁이데올로기를 4년간 확산시킨 김대중 정권 자체가 음모라면 음모”라면서 특정지도자가 여론시장을 조작하는 건 불가능한 시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인사는 또 “변화와 개혁은 보수와 진보성향을 뛰어넘는 사회이데올로기가 되어있는 상태”라고도 말했다.
실제로 보수세력으로 불리는 기업인들도 변화와 개혁은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더 적극적이기도 하다. 국정원 관계자는 “과거 수구적 보수세력을 조직해 사회변화의 흐름을 묶는 사령부가 바로 국정원”이었다며 “그러나 지난 4년간 국정원은 개혁의 필요성을 사회 곳곳에 역설하는 전위조직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숱한 인사잡음을 겪으면서도 국정원 내부의 인사쇄신을 거듭했고, 그 결과 수구적 세력과 연결된 인맥이 척결되었다는 게 국정원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자유총연맹 등 수구세력의 조직결사체들에 지금 어떤 인물들이 투입되어 있나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 4년간 이런 조직체의 지휘부에 개혁추구형 인사를 투입함으로써 최소한 발을 묶어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개혁저항세력의 기반을 정비한 바탕 위에서 전자정보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800만 가구 1500만 회선의 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펼쳐진 정치시장은 변화와 개혁의 흐름을 이끄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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