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시골 김경래의 전원스타일

오디, 자연의 참맛과 추억을 잃은 안타까움

지역내일 2014-07-14
동무들과 어울린 여름날의 하교 길은 늘 새롭고 놀이의 천국이었다. 익어가는 보리 이삭이 바람에 쓸려 들판은 은물결로 일렁거렸다. 키를 넘게 자란 옥수수는 숲길이 됐다. 보리피리를 불다보면 옥수수 잎사귀에서 소나기 소리가 났다. 뱀같이 흘러가는 개천을 건너다 바위에 훌훌 옷을 벗어놓고 물장구를 쳤다. 허기가 지면 풀숲을 뒤졌다. 딸기와 오디는 사탕처럼 달았다. 어릴 적 추억은 여태껏 푸르고 상큼하다.
시골아이들에게 여름 숲은 보물섬이었다. 재미나고 신기한 것들, 시고 달콤한 것들로 가득했다. 아침에 나가 들로 산으로 쏘다니다보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풀물이 들었다. 밭둑이나 개울가에는 푸르고 붉다가 어느새 검은 색으로 오디가 익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가나 헤엄을 치던 냇가, 소를 먹이러 가는 밭둑 어디에서든 오디가 흐드러졌다. 손톱이고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달콤함으로 하루는 행복했다. 그것은 시골아이들의 여름을 풍요롭게 해주는 만찬이었고 가장 맛난 군것질이었으며 재미난 놀이터였다.
요즘 시골마을을 다니다 보면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것을 자주 본다. 하지만 나무에 매달려 오디를 따는 아이들은 없다. 이따금 놀이삼아 산책을 나왔거나 등산을 온 아주머니들이 성인병에 좋다는 이유로 따가기는 하지만, 나무에서 제 스스로 농익어 떨어지는 것들이 더 많다. 그렇게 떨어진 오디가 자동차 바퀴나 사람들 발에 밟혀 길바닥이 까맣게 변한다. 오디를 따다 손톱과 입술이 물들었던 어릴 적 기억들이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듯 해 맘 아프다.
풀빛 가득했던 유년의 추억이 새로워 뽕나무 아래를 지나다 걸음을 멈추고 오디를 따 먹어보지만 그 때처럼 달지 않다. 싱겁고 풀내가 난다. 간혹 산길을 가다 딸기를 만날 때면, 먼저 따려고 앞 다투어 뛰던 어릴 적 동무들의 얼굴이 떠올라 반갑다. 그런 추억으로 따 먹는 산딸기 맛도 이젠 쓰고 시다.
오디나 산딸기 맛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일 텐데 분명한 것은 내 입맛이 변했을 게다. 나이 탓일까를 생각해 보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요즘엔 아이들도 그것들이 맛있다고 하지 않는다. 우리 딸들도 이런 걸 어떻게 먹냐며 투정을 부린다. 사람들의 입맛은 참 많이 변했다. 화학조미료와 인공감미료는 산딸기나 오디 맛에 댈게 아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은 수 없이 많은 맛을 낸다. 더 자극적이고 강도 높은 맛에 혀가 중독됐다. 자연의 참맛을 잃은 것 같아 씁쓸하고 추억을 잃은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입술이 보랏빛으로 물들던 달콤했던 유년의 오디 맛이 새삼 그리워지는 여름 한낮이다. 무더위도 시작됐다. 그 추억으로 여름나기를 해야겠다.

김경래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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