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4월혁명의 과녁은 반부패를 겨냥한다(이영일 2002.04.22)

지역내일 2002-04-23
4월혁명의 과녁은 반부패를 겨냥한다
이영일 호남대학교 교수 한중문화협회 회장 4월회 이사



우리는 올해로 4·19혁명 42주년을 맞이했다. 온 국민을 민권승리의 감격과 새로운 기대로 벅차게 했던 4·19혁명이 벌써 반세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 시점에서 4·19혁명을 맞는 우리의 심정은 목전에 전개되는 수많은 어처구니없는 사건들 때문에 4월 혁명완수의 도정이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1960년 4·19당시 서울대학교 문리과 대학 3학년 재학생으로서 학생시위에 앞장섰던 한 사람인 필자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42년 전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서 그 당시의 시대상황을 눈에 그려본다. 그 당시는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권력이 반공세력의 대동단합을 명분으로 포용한 친일세력들이 국가권력의 요직을 장악한 가운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유지하는데 광분하고 있었다. 이들은 또한 민족이익을 냉전이익에 종속시킨 가운데 민족통일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침묵시키고 권력의 사유화로 부정과 부패를 일삼고 있었다. 이 참담한 상황에 맞서 싸울 야당도 시민단체도 존재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암흑이 온 누리를 뒤덮고 있었다. 오직 피끓는 젊은 학생들만이 구국의 대의를 위해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결국 이 나라의 젊은 학생들은 민족의 진로를 바로 잡기 위해 분연히 궐기하였다. 186명의 젊은 학생들이 4월의 아스팔트 길 위에 독재권력이 발사한 총에 맞고 시체로 뒹구는 주검이 되어야 했고 6000여명이 부상당하는 희생을 통하여 반민족적 부패독재정권은 타도되었다.

4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권력의 사유화
4·19혁명은 독재에 항거한 점에서 이 나라 최초의 민주혁명이었다. 친일파를 규탄하고 민족통일의 욕구를 분출한 점에서 민족혁명이었다. 불의에 항거하여 부정 부패의 청산을 부르짖은 점에서 정의의 혁명이었다. 반민주, 반민족 반부패의 기치야말로 4월 혁명의 숭고한 목표였다. 1960년의 4월의 거리에서 온몸을 던져 민족의 대의에 충성했던 젊은 학생들은 정당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권을 탐하지도 않았다. 특정 사회계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권익이나 이권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직 민족사의 진로를 독재 아닌 민주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민족정기가 바로 서는 조국건설을 위해 아까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것이다. 이 숭고한 4월의 정신은 마침내 이 나라의 헌법정신이 되었다.
4·19의 그 때로부터 42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민주화가 큰 폭으로 발전하고 있다. 청와대에 있던 주권, 관료의 수중에 있던 주권이 점차 국민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국회의원만 바꿀 수 있었던 국민들이 대통령도 바꿀 수 있는 국민으로 성장했다. 냉전시대의 보수정객들만을 지도자로 섬기던 국민들이 탈냉전시대의 진보적 주의, 주장을 내세우는 정치지도자에게도 뜨거운 박수와 지지를 보내는 국민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직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권력의 사유화현상과 권력형비리와 부패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정권은 조국의 평화통일을 추진한다면서, 친일파를 응징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잡는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만들고 부패방지위원회를 입법화하여 설치 운영한다면서 권력형비리와 권력사유화의 잘못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내키는 대로 공직자를 임명하고 국 공영 기업체의 요직을 능력에 관계없이 파당끼리 나누어 차지하는 풍토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권력층의 부정 부패도 여전하다.
권력을 등에 업은 주가조작, 탈세, 이권분배분식, 매관매직은 시대를 초월하여 끝없이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주변에서 일어나는 권력형비리는 김대중 정권 성립의 역사적 배경을 놓고 생각할 때 이 정권탄생을 도왔던 지지자들 모두에게 엄청난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도덕성을 철저히 짓밟은 그의 아들의 죄와 벌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말한 바 ‘선대들의 역사에서 후대들이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역사는 나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개탄이 바로 우리 현실을 두고 한 말 같이 생각된다.

국민에게 좌절 안겨준 대통령 주변 비리
지금 이 시대를 위한 4·19혁명의 당면 과업은 이 땅에서 권력의 사유화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것이다. 부패가 없어지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의 건설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통일과 선진화를 달성하는 첩경인 것이다. 이 과업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는 또다시 이 나라 젊은이들의 피를 요구해야 할 것인가.
이 과업은 지도층 스스로의 회개와 자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이 나라의 양심적인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단호히 대처, 해결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그리하여 내년 43회 4·19기념일은 온 국민들이 부정, 부패의 신드롬으로 좌절 가운데 맞는 기념일이 아니라 4·19혁명의 역사적 성과들을 하나씩 평가하면서 혁명의 살찐 열매를 자랑스럽게 회고하는 기념일로 만들어야겠다.


이영일 호남대학교 교수 한중문화협회 회장 4월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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