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련의 시대착오적인 정책제안
장상환 경상대학교 교수 경제학
정치의 해, 선거의 계절을 맞이하여 선거 공약과 관련된 각계의 주장이 활발하다. 재벌단체인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도 22일 노골적인 친 재벌, 친자본적인 ‘차기정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전경련은 정치 분야에서는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권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고해성사를 하고 특별법을 통한 대사면을 단행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구당 폐지, 중앙당 축소 등 고비용 유발적 정당구조 개편, 선거공영제, 법인세 1%의 정치자금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 재정 부문에는 민영화 대상을 대폭 확대하여 KBS 2TV와 MBC의 민영화를 요구하고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지원 축소·금지를 주장한다. 그리고 수도권 집중 억제, 농지전용 억제,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또 규제총량제 실시를 제안한다. 규제를 새로 만들 때는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해 전체 규제 규모를 조정해야 하며, 각종 규정이 기업활동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분야에서는 이중과세의 문제점을 이유로 법인세를 폐지할 것과 소득세 최고세율의 대폭 인하와 누진율의 완화를 요구한다.
위협받게 된 노동력 재생산
전경련의 정책제안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와는 맞지 않는 정책방향이라는 점이다.
전경련은 “국가단위 경쟁력의 원천은 기업 경쟁력이다” “창의적인 민간부문의 역할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정부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한다.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개입 확대와 상대적인 민간부문의 위축”을 문제시하고, “작지만 유능하고 투명한 정부”를 요구한다.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과정에서 정부가 기업경영을 지원하는 일에만 집중한 결과 공공적인 사회인프라는 극히 취약했다. 거기에다 경제위기 하에서 시장과 민간에 맡겨둘 때 어떻게 될 것인가. 사태는 더 악화할 따름이다.
우선 고용면에서는 불안정고용이 급속히 증가했다. 교육, 의료 분야 등에서 정부의 역할이 후퇴된 결과는 공교육 공동화와 그에 따른 조기 해외유학, 원정 출산이고, 사립병원 횡포 극단화가 아닌가. 의약분업 후 의사들의 수입이 50%나 많아진 것도 정부 역할이 축소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렵게 된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함으로써 합계출산율은 1991년의 1.74명에서 2000년에 1.42명으로 급락했다. 급기야 사회 유지의 근본인 노동력 재생산 자체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OECD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국민부담률)은 1998년 27.6%(37.0%), 1999년 27.7%(37.3%), 2000년 28.0%(37.5%)로 상승하는 추세인데 반해 한국의 2000년 조세부담률은 22.0%로 30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15.0%), 일본(17.1%), 슬로바키아(21.1%) 다음으로 4번째 낮은 수준이고,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기여금)/GDP은 26.4%로 30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18.1%)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법인세 인하 내지 폐지를 관철시켜 재정수입을 축소시키면 정부의 역할은 더욱 후퇴될 뿐이다. 또한 전경련이 주장하는 대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 수도권 인구집중, 농촌 공동화, 재벌 독점 등의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의무를 거부하는 재벌단체는 해체돼야
그리고 재벌이 정경유착의 일방적인 피해자인 양 논리를 펴는 것은 옳지 않다. 재벌 자신이 정경유착의 한 당사자가 아닌가. 뿌리 깊은 정치부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정치활동방식과 정당구조도 바뀌어야 하지만 재벌체제도 해소해야 한다. 재벌총수의 경영전횡 해소, 노동자 경영참가 등을 통해 기업경영을 민주화함으로써 경영진이 부정부패를 아예 시도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정치 민주화를 위해서는 당비 당원 없는 비민주적 정당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정치자금법 자금세탁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이 잘 되는 것이 바로 국가가 잘 되는 것이다’라는, 1930년대 대공황 이전 미국에서 성행했던 시대착오적 노래를 부르는 전경련은 가진 자들의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거부하면서 단물만 취하려 한다. 재벌총수 지배체제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면 재벌총수들의 집합체인 전경련은 해체해야 마땅하다. 기업가들의 정책적 입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같이 포괄하고 상공업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상공회의소를 통하여 반영하면 된다.
장상환 경상대학교 교수 경제학
정치의 해, 선거의 계절을 맞이하여 선거 공약과 관련된 각계의 주장이 활발하다. 재벌단체인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도 22일 노골적인 친 재벌, 친자본적인 ‘차기정부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전경련은 정치 분야에서는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치권이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고해성사를 하고 특별법을 통한 대사면을 단행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지구당 폐지, 중앙당 축소 등 고비용 유발적 정당구조 개편, 선거공영제, 법인세 1%의 정치자금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 재정 부문에는 민영화 대상을 대폭 확대하여 KBS 2TV와 MBC의 민영화를 요구하고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지원 축소·금지를 주장한다. 그리고 수도권 집중 억제, 농지전용 억제,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
또 규제총량제 실시를 제안한다. 규제를 새로 만들 때는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해 전체 규제 규모를 조정해야 하며, 각종 규정이 기업활동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분야에서는 이중과세의 문제점을 이유로 법인세를 폐지할 것과 소득세 최고세율의 대폭 인하와 누진율의 완화를 요구한다.
위협받게 된 노동력 재생산
전경련의 정책제안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것이 현재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와는 맞지 않는 정책방향이라는 점이다.
전경련은 “국가단위 경쟁력의 원천은 기업 경쟁력이다” “창의적인 민간부문의 역할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정부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한다.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정부 개입 확대와 상대적인 민간부문의 위축”을 문제시하고, “작지만 유능하고 투명한 정부”를 요구한다.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과정에서 정부가 기업경영을 지원하는 일에만 집중한 결과 공공적인 사회인프라는 극히 취약했다. 거기에다 경제위기 하에서 시장과 민간에 맡겨둘 때 어떻게 될 것인가. 사태는 더 악화할 따름이다.
우선 고용면에서는 불안정고용이 급속히 증가했다. 교육, 의료 분야 등에서 정부의 역할이 후퇴된 결과는 공교육 공동화와 그에 따른 조기 해외유학, 원정 출산이고, 사립병원 횡포 극단화가 아닌가. 의약분업 후 의사들의 수입이 50%나 많아진 것도 정부 역할이 축소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아이를 낳고 기르기 어렵게 된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함으로써 합계출산율은 1991년의 1.74명에서 2000년에 1.42명으로 급락했다. 급기야 사회 유지의 근본인 노동력 재생산 자체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OECD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국민부담률)은 1998년 27.6%(37.0%), 1999년 27.7%(37.3%), 2000년 28.0%(37.5%)로 상승하는 추세인데 반해 한국의 2000년 조세부담률은 22.0%로 30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15.0%), 일본(17.1%), 슬로바키아(21.1%) 다음으로 4번째 낮은 수준이고,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기여금)/GDP은 26.4%로 30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18.1%)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법인세 인하 내지 폐지를 관철시켜 재정수입을 축소시키면 정부의 역할은 더욱 후퇴될 뿐이다. 또한 전경련이 주장하는 대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 수도권 인구집중, 농촌 공동화, 재벌 독점 등의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의무를 거부하는 재벌단체는 해체돼야
그리고 재벌이 정경유착의 일방적인 피해자인 양 논리를 펴는 것은 옳지 않다. 재벌 자신이 정경유착의 한 당사자가 아닌가. 뿌리 깊은 정치부패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정치활동방식과 정당구조도 바뀌어야 하지만 재벌체제도 해소해야 한다. 재벌총수의 경영전횡 해소, 노동자 경영참가 등을 통해 기업경영을 민주화함으로써 경영진이 부정부패를 아예 시도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정치 민주화를 위해서는 당비 당원 없는 비민주적 정당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정치자금법 자금세탁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이 잘 되는 것이 바로 국가가 잘 되는 것이다’라는, 1930년대 대공황 이전 미국에서 성행했던 시대착오적 노래를 부르는 전경련은 가진 자들의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주)는 거부하면서 단물만 취하려 한다. 재벌총수 지배체제를 청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면 재벌총수들의 집합체인 전경련은 해체해야 마땅하다. 기업가들의 정책적 입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같이 포괄하고 상공업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상공회의소를 통하여 반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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