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가 국민의 정부 말기의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아들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조선 중앙 동아를 비롯한 일간지들이 크게 다루면서 ‘홍삼트리오’라는 조어까지 나왔다. 우리는 5년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의 국정개입 논란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현철씨 문제의 핵심은 ‘국정농단’이었다. 그는 결국 아버지인 대통령의 임기중에 구속되었다. 그런데, 그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문제와 맞닥뜨렸다.
아들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은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순수하게 아버지의 입장에서 세 아들이 처한 어려움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자식 가진 모든 부모의 입장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국정의 최고책임자 입장에서는 다르다. 이때는 부자지간의 사적인 관계를 떠나 대통령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의혹을 규명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측면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아들 문제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김 대통령은 문민정부 말기에 현철씨의 국정농단을 직접 목격했다. 당시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쟁점화시켰던 야당의 총재로서 사실상 그 과정에 개입했던 셈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5년만에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김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과의 표현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대통령의 간접적인 사과의 수준을 훨씬 앞질러 가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들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심정은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김 대통령이 야당 정치가로서 탄압받던 시절에 아들들이 겪었던 말못할 고초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마음의 빚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아들들이 겪었던 고통은 또한 동시대인 모두의 고통이기도 했다. 분단과 전쟁과 군사독재로 점철된 반세기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강요했다.
아버지와 자식의 정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세 아들의 아버지인 것처럼 모든 국민들도 부자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적인 사연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이제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통령이 아버지의 입장에서 접근한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가 진실의 규명을 지연시킬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전에 전직 야당 총재의 ‘빌라게이트’ 논란에서 받았던 소외감을 대통령의 아들 문제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다시 받는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증폭될 것이다.
권력 말기현상이 심각한 과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아들 문제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길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조속하고 철저한 진실규명이다.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이 지연된다고 판단될 경우 의혹은 진실 이상의 힘을 가지고 대통령과 당사자인 아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정권의 마무리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정권 재창출과 직결된 문제이다.
대통령이라는 공인의 위치와 아버지라는 사적인 관계가 분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공사관계가 충돌할 경우 공인은 ‘멸사봉공’의 덕목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민주주의로 상징화된 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권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킨 수평적 정권교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한 말씀드린다. 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한 대통령이 아들 앞에서도 떳떳한 대통령인 것이다.
/ 상지대 교수·정치학 한국정치법학연구소 기획위원
아들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은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순수하게 아버지의 입장에서 세 아들이 처한 어려움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자식 가진 모든 부모의 입장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하는 국정의 최고책임자 입장에서는 다르다. 이때는 부자지간의 사적인 관계를 떠나 대통령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의혹을 규명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측면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아들 문제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김 대통령은 문민정부 말기에 현철씨의 국정농단을 직접 목격했다. 당시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을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쟁점화시켰던 야당의 총재로서 사실상 그 과정에 개입했던 셈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5년만에 똑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김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과의 표현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대통령의 간접적인 사과의 수준을 훨씬 앞질러 가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들 문제에 대한 김 대통령의 심정은 잘 알려져 있다. 과거 김 대통령이 야당 정치가로서 탄압받던 시절에 아들들이 겪었던 말못할 고초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마음의 빚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아들들이 겪었던 고통은 또한 동시대인 모두의 고통이기도 했다. 분단과 전쟁과 군사독재로 점철된 반세기의 역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강요했다.
아버지와 자식의 정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대통령이 세 아들의 아버지인 것처럼 모든 국민들도 부자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적인 사연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이제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통령이 아버지의 입장에서 접근한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가 진실의 규명을 지연시킬 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방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전에 전직 야당 총재의 ‘빌라게이트’ 논란에서 받았던 소외감을 대통령의 아들 문제가 처리되는 과정에서 다시 받는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증폭될 것이다.
권력 말기현상이 심각한 과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아들 문제가 자연스럽게 마무리되길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조속하고 철저한 진실규명이다. 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이 지연된다고 판단될 경우 의혹은 진실 이상의 힘을 가지고 대통령과 당사자인 아들에게 돌아갈 것이며, 정권의 마무리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정권 재창출과 직결된 문제이다.
대통령이라는 공인의 위치와 아버지라는 사적인 관계가 분리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공사관계가 충돌할 경우 공인은 ‘멸사봉공’의 덕목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민주주의로 상징화된 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정권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킨 수평적 정권교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한 말씀드린다. 국민과 역사 앞에 떳떳한 대통령이 아들 앞에서도 떳떳한 대통령인 것이다.
/ 상지대 교수·정치학 한국정치법학연구소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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