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아이들을 제발 그냥 둬라

지역내일 2002-04-30 (수정 2002-05-02 오후 3:42:31)
새학기 들어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벌을 주었다. 3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의자를 들고 서 있으면서 “나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을 세차례나 불러야 했으니 아이들이 받은 충격이 작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급 전체가 집단 체벌을 받게 된 계기는 사실 사소한 것이었다. 한 달에 한번씩 열리는 독서발표대회가 화근이었다. 잘 썼다고 선정된 8명의 아이들이 학급회의 시간에 자신들의 작품을 낭독하면 인기 투표를 하듯 아이들이 투표를 하고, 그 중 표를 가장 많이 얻은 아이가 독서 상을 받게된다. 제법 공정해야 할 이 행사에서 1등을 한 아이의 작품은 불과 6줄 정도의 쓰다 만 독후감이었다. 8명의 후보를 채워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담당자인 독서위원이 적당히 끼워 넣기로 뽑은 지애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2등을 따돌리며 1등을 한 것이다. 정작 공들여 쓴 작품은 모두 외면을 당했다.
아이들은 스스로 얻은 평가권을 그렇게 조소하듯 내팽개쳤고, 낭패를 본 것은 아이들 뿐이 아니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노심초사하며 가르쳤던 국어 선생들과 행사를 진행한 담임선생은 결과적으로 거짓을 가르쳤다는 자괴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장난치듯 지애를 뽑은 것은 분명 잘 못한 일이지만 ‘창의성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각종 ‘경시대회’에서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들러리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갖는 행사는 물론이고 교육전문직인 장학사들이 승진을 위해 개입하는 경시대회의 홍보물이 학급 게시판을 도배질하고, 우수한 1개의 작품을 선정하기 위해 학급 아이들 전체가 어처구니없게도 쓰레기통으로 직행 할 것이 뻔한 숙제를 강제로 해야 하는 일은 이제 넌덜머리가 난다는 것이다.
상을 받는 아이는 늘 정해져 있고, 나머지 대다수의 아이들은 들러리를 서고, 그러한 부조리는 반복되고, 상처를 입는 것은 아이들과 담임뿐이고….
보직을 맡고 있는 부장교사들과 교감은 오로지 교육청 공문의 지시대로 날마다 경시대회 작품을 위해 담임교사와 아이들을 닦달하는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교육은 어느새 멍든 가슴처럼 시퍼렇게 죽어간다.
교육정보화와 수월성과 창의성이라는 브랜드는 교육이 아니고 분명 상품이다. 그것들을 생산해내는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시키는대로 마냥 아이들만 못살게 구는 교사들은 내남할 것 없이 아이들에게는 ‘트로이의 목마’로 비칠 뿐이다. 아이들은 숨을 곳이 없다.

/ 김대유 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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