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문제다

지역내일 2002-04-09
교사는 바쁘다. 엄청난 잡무더미에 묻혀 정신이 없다.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학급에 차고 넘쳐도 상담할 여유는 좀처럼 없다. 모든 업무가 전산화되어 있어서 더 바쁘다. 쪽지시험을 보거나 수업 중에 떠들다 걸려서 감점을 당하거나, 무엇이나 어떤 것이든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은 뭐든지 컴퓨터에 입력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시간만 나면 항상 자판기를 두드리면서 화면을 응시해야만 한다.
아이가 결석을 하면 증빙서류를 받아 그 사실을 곧 컴퓨터에 입력해야만 하므로 왜 결석했는지 상담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봉사활동이나 수행평가도 마찬가지다. 보조서류를 챙겨서 교무수첩에 기입하고 즉시 컴퓨터에 입력하다보면 아이가 어디 가서 무슨 봉사를 했는지, 수행평가를 통해 얼마나 수업을 이해하고 있는지 측정 할 시간이 부족하다. 멀티미디어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는 멀티미디어 교과 교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개가 넘는 학급의 교실을 돌면서 프로젝션을 작동시키다 보면 곧 파김치가 되어 나가떨어진다. 이래저래 모든 학교의 교실에 설치된 컴퓨터기기가 무용지물이 되어 간다.
잡무는 끝이 없다. 1시수짜리 생물을 가르치는 정 선생은 시험기간만 되면 1,000명이 넘는 아이의 시험 답안지에 채점, 재검, 삼검의 도장을 일일이 찍어야 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결석생이 많은 학급을 맡고 있는 이 선생은 아이들에게 병결을 증명하는 약봉투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규정 때문에 진땀을 뺀다. 사실 이와 같은 잡무는 교육청에서 강제하는 수행평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이의 모든 행위는 점수로 연결된다. 떠들거나 준비물을 깜박 챙겨오지 못하면 영락없이 감점이다. 혹은 수업 시작 종 나기 5분전에 입실하라는 등의 아무리 부당한 지시라도 지키지 못하면 괘씸죄로 감점을 당할 수밖에 없다. 감점 사항은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고스란히 전산화된다. 학교는 수행평가의 지옥이다.
사실 이 모든 부조리는 교사들이 자초한 면이 있다. 교내의 성적관리위원회 등을 이용하여 내부 규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모든 업무를 간소화 할 수 있다. 답안지는 묶어서 겉 표지에 한번만 도장을 찍을 수도 있고, 교육청에서 하라는 수행평가는 다른 평가 방법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약봉투는 담임의 인지만 있으면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나라 헌법은 교육의 전문성과 교사의 전문직성을 보장하고 있다. 교사들 스스로 ''의식의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며 교육청과 교장의 지시에 묶여 숱한 잡무를 자초하는 것은 참으로 문제다.
김대유(서문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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