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으로 달라진 교육환경 실감

초보학부모 좌충우돌 일기 4

지역내일 2002-05-08
초보 학부모가 된지 두달을 채워가는 윤인화씨, 요즈음은 제법 학부모로서 세련된 모양이 갖추어져 가는 것 같다. 학부모가 되었다는 들뜬 마음과 아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시간이 지나며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예전과 달리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결석’이라는 단어가 별로 없다. 집안의 대소사라든지 가족여행 등을 체험학습으로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에 끼인 샌드위치데이 같은 날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가족체험학습의 날’로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 할 수 있는 일을 구상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교육환경을 실감케 한다.
가족체험학습을 마친 후 체험학습을 기록하게 하는 양식도 갖추어져 있는데 그 또한 주입식 교육에서 창의성을 고려한 교육개편과정 중의 하나로 생각되어진다. 단지 아쉬운 것은 저학년이라 그런지 아이들 스스로 기록하는 것 보다 부모의 손길로 많이 다듬어져 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체험학습 덕분에 초보 엄마들은 오랜만에 가족여행이나 박물관, 가족사 알아보기 등으로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느라 분주했던 것만은 틀림없었던 것 같다.

현장체험학습 - 소풍
가정체험학습의 날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가는 현장체험학습도 있다. 현장체험학습은 소풍의 요즘 말이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현장학습은 구미시를 벗어난 곳으로 간다.
대구 우방랜드, 경주 대전 엑스포 등으로 가는데 견학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소풍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병아리처럼 졸졸 선생님을 따라 어머니께서 말아주신 김밥을 들고 동네 근처의 산으로 걸어서 소풍가던 기억은 이제 옛일이 되었는가 싶다.
소풍 때가 아니면 잘 먹어보지도 못했던 김밥, 통닭, 과자, 음료수 등은 흔해지고 선생님께 감사의 뜻으로 김밥 한 줄이라도 싸서 보내던 어머니의 마음도, 어려운 친구를 위해 준비했던 간식도 더 이상 아이들에겐 소풍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현장체험학습을 앞두고 1학년 대표엄마들의 모임이 있었다. 입학한지 얼마 안 되는 아이들이라 반에 반장이 없다. 반장은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교실 도우미형태로 임원엄마들이 있고 그 엄마들 중 대표가 있고 그 대표들이 모여 1학년 전체 대표를, 학년 대표들이 모여 학교 전체 대표가 나오고 이런 형태로 학부모 운영위가 구성된다.
대표엄마들 모임의 주요 안건은 당장 체험학습 시 선생님들의 도시락 등 필요한 것들과 1년 동안의 행사에 관한 것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것이 그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 회비이야기들이다. 모든 행사에 있어 전체적으로 일괄 처리하면 개별적 부담도 없고 반끼리 비교도 되지 않아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엄마들의 의견이고 여러 가지 불거져 나오는 의견들을 모두 모아 수렴하는 학년 대표엄마의 자세도 돋보인 자리였다.

학년 대표엄마들의 모임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의견을 모아 결정하고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로 끝맺은 자리. 돌아오는 길에 윤인화씨 뭔가 허전함을 느껴진다.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하겠다면서 임원이 되고 대표가 되었는데 아이를 위하는 것이 선생님을 잘 모시는 길인가, 대표 엄마들은 학교의 행사 뒤치닥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기분이 묘해진다.
예전에 소풍이면 선생님 도시락 한번 싸가서 드리고 싶고 음료수하나로도 선사하고 싶던 어린시절 동심을 요즘 아이들에겐 엄마가 미리 나서 막아버리고 있지나 않나, 그래서 아이들이 더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만 아는 아이로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하나의 관례로 자리잡고 있는 행사 뒤의 엄마들의 몫은 삐뚤어진 교육풍토중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장체험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들, 학교 운동장에서 또 다른 진풍경을 느낀다.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로 운동장 여기저기가 어수선하다.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한 아이들을 저마다 데리고 가는 엄마들의 모습이 다정하다.
피곤했는지 곤히 잠든 딸아이를 보며 윤인화씨, 대표 엄마로서 극성엄마는 되지 않겠다고, 뭔가 엄마들과 뒤치닥거리에 그치지 않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한다.

윤은희 리포터 gangchol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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