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살린 ‘3김정치’
신명식 편집위원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이던 ‘3김정치’가 살아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씨가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김영삼 전 대통령(YS)를 찾아간 것이 ‘3김정치’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YS의 정치적부활은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3김식 정치의 연장을 의미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요즘 연일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측근들에게 “결국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숙명의 라이벌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문제로 곤궁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망쳤다”는 온갖 괄시를 받으며 쌓인 ‘삼년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일 것이다.
노무현후보가 13년만에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YS에게 “대통령님을 찾아뵈니까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13년전 YS가 선물했다는 손목시계까지 차고 가 보여주는 ‘연출’을 통해 그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다. YS는 정치9단답게 노회했다. 노 후보를 시종 흐뭇한 표정으로 대했지만, 노 후보가 제의한 박종웅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를 만류했다.
박 의원의 대타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는 한이헌씨는 한술 더 뜬다. 그는 “노 후보로부터 후보 내정 통보를 받기 직전 YS를 만나서 ‘제가 한번 나서고 싶다’는 승낙을 구하는 말씀을 드렸다”며 “YS는 대답을 안하는 것으로써 대답을 했는데 나는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아전인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씨는 후보로 확정되자 부부가 함께 YS에게 달려가 큰 절을 올렸다.
YS에게 손목시계 보이며 ‘연출’한 노 후보의 패착
이런 판에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서청원 의원이 1등을 했다. 노 후보가 90년 3당합당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길을 걸은 데 비해 서 의원은 YS정부에서 정무장관을 맡았던 구 민주계 출신 정치인이다. YS는 즉각 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부부동반 저녁식사 자리에 초청을 했다.
민주당 노 후보는 YS의 초청을 받지 못하고 먼저 상도동을 찾았다. 그러나 서청원 최고위원은 YS가 먼저 축하전화를 걸었다. 이런 걸 놓고도 정치권은 유불리를 따지는 실정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도 주말쯤 YS를 방문할 것이라고 하니, 그의 몸값은 날로 치솟고 있다.
이런 정치권 행태에 대해 유권자들은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최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노무현-이회창의 지지율이 최근 3%포인트라는 오차범위 안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그렇다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다. 노 후보의 YS방문과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사건은 영남지역 유권자와 40대층이 노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부동층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특히 노 후보가 YS를 찾아간 명분은 ‘민주세력의 통합’을 내걸었지만 내심 지역주의에 편승한 것에 반발하며 민심이 돌아선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 후보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유권자를 너무 얕본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동안 두 후보가 박빙의 지지율을 다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가 바른길을 가지 않고, 특정지역표를 의식해 지역주의를 부추길 경우 다른 지역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게된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말로만 개혁’ 정치인은 국민 지지 못 얻는다
특히 20·30대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는 노 후보와 5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 후보는 40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벌일 필요가 있다. 한때 40대의 다수는 자신들의 인생역정과 비슷하고, 자신들의 고통을 이해해줄 것 같은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를 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가 된 후 노 후보의 행보는 그런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IMF의 고통’이 생생한데 YS부터 찾아가 부산시장을 낙점해달라고 간청하는 모습은 변화를 기대한 40대 유권자에게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유권자는 현명하고 냉정하다. 더 이상 정치인의 볼모가 아니다. ‘민주화세력=도덕성과 개혁의지’ 등식이 대통령 아들 3홍 비리로 깨어지고 말았다. 카리스마가 정치지도자의 자질로 요구되는 시대도 지났다.
다수의 유권자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국가경영능력을 알고 싶어한다. 아울러 언행일치를 요구한다. 그런데 노 후보의 행적은 국민들의 고통과 요구를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의심스럽게 했다. 노 후보는 왜 국민들이 ‘노무현식 정치’에 높은 지지를 보였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며 퇴영적 행보를 하는 정치인, ‘무늬만 서민’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모든 대선 후보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명식 편집위원
신명식 편집위원
수명이 다한 것으로 보이던 ‘3김정치’가 살아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씨가 대선 후보가 되자마자 김영삼 전 대통령(YS)를 찾아간 것이 ‘3김정치’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YS의 정치적부활은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3김식 정치의 연장을 의미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요즘 연일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측근들에게 “결국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숙명의 라이벌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문제로 곤궁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망쳤다”는 온갖 괄시를 받으며 쌓인 ‘삼년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일 것이다.
노무현후보가 13년만에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YS에게 “대통령님을 찾아뵈니까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13년전 YS가 선물했다는 손목시계까지 차고 가 보여주는 ‘연출’을 통해 그의 환심을 사려고 애썼다. YS는 정치9단답게 노회했다. 노 후보를 시종 흐뭇한 표정으로 대했지만, 노 후보가 제의한 박종웅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를 만류했다.
박 의원의 대타로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는 한이헌씨는 한술 더 뜬다. 그는 “노 후보로부터 후보 내정 통보를 받기 직전 YS를 만나서 ‘제가 한번 나서고 싶다’는 승낙을 구하는 말씀을 드렸다”며 “YS는 대답을 안하는 것으로써 대답을 했는데 나는 ‘묵시적 동의’를 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아전인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씨는 후보로 확정되자 부부가 함께 YS에게 달려가 큰 절을 올렸다.
YS에게 손목시계 보이며 ‘연출’한 노 후보의 패착
이런 판에 한나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서청원 의원이 1등을 했다. 노 후보가 90년 3당합당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길을 걸은 데 비해 서 의원은 YS정부에서 정무장관을 맡았던 구 민주계 출신 정치인이다. YS는 즉각 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부부동반 저녁식사 자리에 초청을 했다.
민주당 노 후보는 YS의 초청을 받지 못하고 먼저 상도동을 찾았다. 그러나 서청원 최고위원은 YS가 먼저 축하전화를 걸었다. 이런 걸 놓고도 정치권은 유불리를 따지는 실정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도 주말쯤 YS를 방문할 것이라고 하니, 그의 몸값은 날로 치솟고 있다.
이런 정치권 행태에 대해 유권자들은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최대 2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노무현-이회창의 지지율이 최근 3%포인트라는 오차범위 안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그렇다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도 않았다. 노 후보의 YS방문과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사건은 영남지역 유권자와 40대층이 노 후보 지지를 철회하고 부동층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특히 노 후보가 YS를 찾아간 명분은 ‘민주세력의 통합’을 내걸었지만 내심 지역주의에 편승한 것에 반발하며 민심이 돌아선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 후보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유권자를 너무 얕본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동안 두 후보가 박빙의 지지율을 다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두 후보가 바른길을 가지 않고, 특정지역표를 의식해 지역주의를 부추길 경우 다른 지역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게된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말로만 개혁’ 정치인은 국민 지지 못 얻는다
특히 20·30대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는 노 후보와 50대 이상에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 후보는 40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제대로 된 정책대결을 벌일 필요가 있다. 한때 40대의 다수는 자신들의 인생역정과 비슷하고, 자신들의 고통을 이해해줄 것 같은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를 표시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가 된 후 노 후보의 행보는 그런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IMF의 고통’이 생생한데 YS부터 찾아가 부산시장을 낙점해달라고 간청하는 모습은 변화를 기대한 40대 유권자에게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유권자는 현명하고 냉정하다. 더 이상 정치인의 볼모가 아니다. ‘민주화세력=도덕성과 개혁의지’ 등식이 대통령 아들 3홍 비리로 깨어지고 말았다. 카리스마가 정치지도자의 자질로 요구되는 시대도 지났다.
다수의 유권자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바라고 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국가경영능력을 알고 싶어한다. 아울러 언행일치를 요구한다. 그런데 노 후보의 행적은 국민들의 고통과 요구를 경청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의심스럽게 했다. 노 후보는 왜 국민들이 ‘노무현식 정치’에 높은 지지를 보였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며 퇴영적 행보를 하는 정치인, ‘무늬만 서민’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음을 모든 대선 후보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명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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