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뒷 모습’을 준비하고 있는 고 건 서울시장

서울시민 삶의 질 악화일로에서 선회 중

지역내일 2002-05-17 (수정 2002-05-17 오후 5:28:31)
- 최연소 도지사에서 3개 부처 장관과 국무총리, 임명직 선출직 서울시장 등을 모두 거쳤다. 행정의 달인이라는 최고의 별명도 얻었다.
공직을 마무리하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
이번이 여섯 번째 공직을 떠나는 것이다.
80년 5.17때 군정을 연장하는 비상계엄확대에 항의 표시로 사표를 낸 것이 처음이었다. 분명한 것은 시민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 임기 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임명직 시장때 벌려놓았던 2기 지하철 160㎞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내부순환고속도로도 완성돼 서울 대중교통의 대동맥이 일단 완성됐다. 또 하나는 서울시가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제사회로부터 클린 정부로 공인된 것이다.
4년 동안 서울에서 이렇다할 대형 인명사고가 없었다. 운도 좋았지만 과학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다.
또 서울의 색깔을 바꾸기 위해 ‘생명의 나무 1000만그루 심기사업’을 펼쳐 4년동안 1600만그루의 나무를 심고 월드컵·선유도·낙산공원을 새로 만들어 사상 처음으로 공원녹지면적이 순증했다.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은 유엔에서도 공동프로젝트를 제안할 만큼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서울이 클린 거버먼트(깨끗한 정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유엔도 회원국에 이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
각종 게이트가 터지고 있지만 지난 4년동안 우리 서울시에는 이런 사건이 없었다.
우스개 소리지만 서울시청에는 담장이 없어서 게이트도 없다.
시청과 구청, 학교의 담장 등 물리적 담만 허무는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행정의 장벽도 허물었다.
인터넷을 통해 모든 민원은 투명하게 공개 처리되고 있다.

- 매듭짓지 못한 일과 아쉬운 게 있다면.
지역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하는 일을 다 마치지 못한 게 무엇보다 아쉽다.
쓰레기 소각장(자원회수시설) 광역사용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왔는데 지방선거를 맞아 더 나아가지 못하고있다.
또하나는 수해로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잃었다는 점이다.
90년 대홍수때 수해항구대책 3개년 계획을 세웠다. 그후 10년동안 한강본류가 범람하는 수해는 없었다.
하지만 중랑천 수해와 지난해 시간당 최고 127mm의 폭우로 8만세대가 침수됐다. 가장 가슴아픈 순간이었다. 현재 5개년 계획을 세워 철저한 대책을 마련중이다.

- 시와 자치구의 관계에서 마찰이 잦았던 것 같은데.
이중자치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대도시는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인천의 구는 자치단체고, 수원의 구는 아니다. 성남 구도 아니다. 대전 구는 자치단체, 시와 자치구의 갈등, 구간의 마찰을 해소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 선거를 폐지할 수는 없고 광역자치단체장에게 부구청장 인사권과 광역 사안에대한 대집행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보름 후 서울 등 10개 도시에서 열린다. 이와 관련 시장으로서 가장 큰 바람이 있다면.
도시마케팅을 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88올림픽을 통해 서울 현대화된 도시라는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렸다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서울이 동아시아 중심도시, 세계적인 IT(정보기술) 중심도시로 세계인의 가슴에 자리잡아야 한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은 쓰레기산이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난지도공원과 세계 최고의 디지털미디어 단지가 들어설 상암 신도시에 위치해 있다.
세계인의 시선을 이곳에 집중시켜 환경과 IT가 결합된 도시 이미지를 심겠다.
‘게이트’ 없어 복마전 옛말
- 한강의 수질은 좋아졌지만 정작 한강과 서울시민과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별로 개선된 게 없는 것 같다.
새서울 우리한강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교부와 싸워서 한강에 나무를 심고 있다. 한강에서 문화행사를 많이 해 시민들이 자주 찾도록 해야 한다. 콘크리트 블록사이에 구멍을 뚫고 식생해 푸르게 만들고 있다. 한강 둔치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 시민들과 해당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각종 위원회를 구성, 시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정책 결정에 시민대표와 민간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책임 회피를 위해 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위원회는 활용하기 나름이다. 취임 당시 78개를 48개로 줄였다
도시교통정책상임위원회는 한달에 두 번씩 여는데 도로내는 등 모든 것 이곳에서 협의해서 결정된다. 경찰 관계자, 교통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한다. 위원회는 전문가의 전문성 과 유관기관간 상호협조를 얻기 위해 매우 실용적이다.
녹색시민위원회는 시민참여의 대표적 예다.
책임 회피는 잘 모르는 소리다. 내가 참여하는 위원회는 반드시 결론을 내리고, 그 결정은 최종적으로 시장이 한다.

- 원지동 추모공원을 4월중 착공한다고 했는데 아직 착공식도 못하고 있다.
추모공원은 동서남북 4대권역별로 해나가야 하는 광역 사업이다. 수급상황 봤을 때 더 이상 건립을 미룰 수 없다.

- 용산미군기지를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는데.
우리 시의 입장은 분명하다. 지난 90년 한미간 합의한 용산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
합의된 원칙에 반하는 구조물 대형 짓는 것은 반대다.
미군과 미 국무성도 대도시 한복판 미군기지를 두고 싶지 않아 하는 것으로 안다. 시민들과 자주 충돌해 자국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진정 한미간 우정을 위해서도 미군기지를 용산에 두는 것은 안 좋다.
물론 이전은 장기적으로 협의해서 추진해야 한다.

-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서울시가 승인한 것과 관련해 고 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남다른 총애를 받았기 때문에 원칙에 어긋나게 일을 처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처음 기념관을 서울에 짓겠다고 해서 구미로 가져가라고 했다. 이런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공공도서관을 짓겠다고 하고 국회에서도 100억씩 2년간 예산을 지원했기 때문에 허가한 것이다.
건립후 시에 기부채납하고 운영은 돈이 드니까 사업회에서 하기로 했다. 7000여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상암신도시에 공공도서관이 필요하다.

-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지방고유사무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해 지난해 큰 논란이 있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연구결과 국회의원들이 서울시에 요청한 자료중 지방고유사무가 67%(공동사무 포함하면 86%)로 나타났다.
작년 고 시장은 국회의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를 구분, 지방사무에 대해서는 국정감사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직협에 밝힌 것으로 안다.
임기 중에 무언가 매듭을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잘 해결될 것으로 안다. 국정감사 할 때 얘기가 돼야 할 것 같다.

- 광역자치단체장을 포함해 단체장들이 줄줄이 비리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또는 소환되고 있다. 검찰 등 사법기관에서는 단체장들의 경우 ‘걸면 걸린다’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체장이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있는 길이 있다면.
제일 큰 원인은 본인들의 문제다. 유혹에 넘어가지 말았어야지.
또하나 제도적 취약점이다. 자치단체장 입후보는 후원회를 못만든다. 이게 재출마 하려는 사람에게는 딱한 문제다. 지방선거가 있는 해에선거 180일(또는 90일) 전 이내에만 허용하는 것을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용역 주기도 했다.
단체장후원회 열 수 있게
- 경영마인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자치단체의 경영에 대해 말한다면.
수익사업을 하라는 게 아니다. 재정의 건전한 운용이 중요하다. 서울시 지하철 부채의 경우 감채기금 조성 등 근본 대책을 세웠다.
지난해 1600억원의 적자를 줄였고, 올해도 부채줄를 1000억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방세 징수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시는 38세금기동팀 만들어 지방세 체납을 크게 줄이고 있다. 38이라는 이름은 헌법38조 납세의 의무에서 따온 것이다.

-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민의 행복만족도(삶의 질)를 얼마나 높였다고 생각하나.
삶의 질을 계수로 딱부러지게 표현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삶의 질이 악화일로에 있다가 이제 유턴(선회)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느끼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분명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한강의 수질이 계속 악화되다가 수계관리위원회 만들고 상하류 물부담금 내고 공동감시 공동대처 공동부담으로 수질 좋아지고 있다.

- 차기 서울시장은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보나. 차기시장이 갖춰야할 덕목은.
시정철학이라기 보다는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시장은 이런 역할 해야 한다는 견지에서 말하겠다.
가장 기본은 인구 1000만 대도시의 관리자, 1000만 시민의 생활을 보살펴야 하는 관리자가 돼야 한다. 말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노점상 관리까지 시민의 생활을 보살펴야 한다.
두 번째는 사회가 복잡다원화 되며 갈등이 많아졌다. 여러 이해가 엇갈린다. 이런 갈등과 마찰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세 번째는 새로운 도시계획조례도 만들었듯이 시장은 도시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10년~20년 먼 앞날을 내다보는 그랜드 디자이너가 돼야 한다.

- 서울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4년간 시정 많이 협조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특히 보름 후면 월드컵대회가 개막 되는데 88올림픽때 보여준 시민의식을 다시한번 되살려서 일본과 한국 두 나라 국민들이 비교평가되는 월드컵대회를 시민월드컵이 될 수 있도록 친절 질서 청결에 더 협조해 주셨으면 한다.

/전호성 양순필 장유진 기자 soonpil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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